소설방/유혹

(124)안개 속으로-2

오늘의 쉼터 2015. 3. 26. 16:50

(124)안개 속으로-2 

 

 

 

 

유미가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느긋하게 TV를 보고 있는데 지완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가 오해했었나 봐. 그 셀린느 가방 오늘 받았어. 욘사마 넘 구엽당^^’

지완의 행복한 얼굴이 떠올랐다.

 

지완은 차분하게 문자를 보냈지만 아마 유미에게 마구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용준이 카드를 긁어 또 하나의 셀린느 가방을 질렀구나.

 

속 좀 쓰렸겠구나.

 

셀린느 가방 두 개에 거의 두 달 치 월급이 날아갔겠다.

‘오 부럽다. 넌 복이 넘치는구나. 행복한 밤 보내라.’

지완에 대한 유미의 감정은 복잡하다.

 

홀로 자란 유미에게는 유일하게 친한 친구로서 이상하게 자매애가 느껴지기도 하고, 인규의 아내인 것에 약간의 죄책감도 있으며,

 

온실 속 꽃 같은 지완의 인생이 어느 때는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특히나 권력과 돈을 양 손에 쥔 그녀의 집안에 대한 후광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그녀의 아버지 유 의원은 4선 의원인 데다 잠깐 차관을 역임한 적도 있다.

 

대학 시절, 유미는 자신의 아버지, 즉 엄마가 Y라고 부르는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늘 상상하곤 했다.

 

지체 높은 Y라는 남자가 꼭 지완의 아버지 같은 사람,

 

아니 유 의원이 Y일지 모른다는 착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지완의 집에 갔을 때 그녀의 아버지 유 의원의 눈빛에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빛에 대한 환상을 키웠고 지완도 마치 이복 자매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게 상상일지라도, 착각일지라도 유미는 그럴 대상이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때 벨 소리가 났다.

 

이 밤에 누굴까?

 

도어뷰에 나타난 남자는 다름 아닌 윤동진이었다.

“어머, 연락도 없이 웬일이에요?”

“그냥 갑자기 암행어사 출두요! 하고 싶었지.”

 

“나 탐관오리 아닌데, 황금오리인데…ㅋㅋ”

“지금 나쁜 짓하고 있는 거 아니면 잠깐만 들어가게 해주지.”

“나 지금 화장도 지우고 미운 오린데….”

“괜찮아. 그래도 내 눈엔 백조야. 나 시간 없어.”

유미는 잠깐 거울을 일별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뭐예요? 연락도 없이.”

유미가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난 또 알몸으로 뛰어나와 맞아줄 줄 알았더니….”

유미를 따라 소파에 앉은 동진이 서류가방에서 무엇을 찾았다.

“뭐 찾아요? 곤장 치려고?”

유미가 묻자 동진이 웃었다.

 

그가 꺼낸 것은 자동차 모델 브로셔였다.

“뭐예요?”

“맘에 드는 걸로 골라 봐.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어.

 

유미씨 차가 좀 낡았더라.

 

전에 눈 오는 날에도 고생한 거 같고.”

“아직 괜찮은데…그리고 부담스러워요.”

“유미씨는 생각보다 딴 여자들에 비해서 허영심 같은 게 없는 거 같아.

 

나도 가끔 유미씨 차를 이용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골라.

 

선물하는 사람 마음도 생각해줘야지.”

유미는 솔직히 윤동진의 마음이 고마웠다.

 

기사가 되어주는 인규도 고맙지만 아예 좋은 차를 선물하는 동진도 고마웠다.

 

그러나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그렇다면 고마워요. 좀 생각해 볼게요.”

유미가 동진의 목에 매달려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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