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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28장 조국 [7]

오늘의 쉼터 2015. 3. 22. 17:05

<295>28장 조국 [7]

 

(587) 28장 조국 <13>

 

 

 

 

그 시간에 베이징 이화원 근처의 안가에서 미국 부통령 바이든과 중국 총리 저커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중국 시간은 오후 9시 45분, 저녁을 마치고 다실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다실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양측이 소파에 마주앉는 구도였는데 바이든은 국무장관 헤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임스 우드까지 수행시켰다.

중국도 격에 맞도록 저커장과 외교부장 우린, 주석실 비서실장 왕원이 참석했다.

날씨에 이어서 황사 이야기를 했다가 바이든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

오늘 오후 3시에 이 문제로 날아온 것이다.

“총리 각하, 요즘 한일 관계가 악화되어서 불안합니다.”

통역사의 통역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바이든이 말을 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의 동맹국이기도 해서 말입니다.”

“이해합니다.”

저커장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북한은 저희와 동맹국이기도 하니까요.”

“중국이 북한을 달랠 수 없을까요?”

바이든이 물었지만 웃음 띤 얼굴이다.

정색한 통역사와 바이든의 표정을 번갈아 본 저커장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미국이 일본을 달랠 수 없는 것하고 마찬가지죠.”

“그래도 북한은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대마도는 일본령으로 오래 되어 있었지 않습니까?”

통역사가 진땀을 흘리며 통역을 마쳤을 때 저커장이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한국 측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부통령각하,

지금까지 한국은 대마도 반환요구를 꺼낼 기회가 없었던 것뿐입니다.”

“아니, 그런 식으로 옛날 일을 끄집어내기 시작하면 세계 각국에서 영토 분쟁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바이든이 말했을 때 저커장이 헛기침을 했다.

“옛날 일이 아닙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제대로 되찾지 못한

영토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국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섬이다.

지금도 일본이 실효지배 중이니 중국으로서는 되찾지 못한 영토다.

댜오위다오는 오키나와 남서쪽 동중국해상의 섬으로 명나라 시대의 역사서에도

 중국 영토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1895년 청일전쟁에서 청이 패한 후에 일본령으로 귀속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이 항복하고 나서 1951년 미일강화조약에서

미국이 이양받았다가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다시 넘겨준 것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

바이든이 대답 대신 입맛을 다셨을 때 헤이스가 나섰다.

“총리 각하, 북한이 대마도와 핵을 바꾼다는 말, 김동일의 농담이겠지요?”

통역사의 말을 들은 저커장이 입을 딱 벌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

옆에 앉은 우린과 왕원도 따라 웃는다.

저커장이 자세를 바로잡더니 헤이스를 보았다.

“국무장관 각하, 우리는 김동일 위원장이 농담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 측 인사들은 통역사의 말이 끝나자 긴장했다.

바이든은 이맛살까지 찌푸리고 있다. 저커장이 말을 이었다.

“남북한 연합이 되었을 때까지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재앙이 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그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말이 끝났을 때 우린이 거들었다.

“전후 70년 동안 일본은 제대로 된 배상을 하지 않고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없습니다.

지금 남북한이 일본에 그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588) 28장 조국 <14>

 

 

 

 

 

신의주 남쪽 지역은 각각 구역명이 있지만 ‘유흥구’로 불린다.

남쪽 지역의 대부분이 호텔과 카지노, 식당과 룸살롱, 카페가 들어차서 밤에는

불야성을 이루기 때문이다.

오후 8시 반, 유흥구의 에덴호텔 뒤쪽에 위치한 카페로 세 사내가 들어섰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은 셋은 곧 밀실에 자리 잡고 앉았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카페다. 카페 이름은 ‘백령도’. 이제는 남북한 분쟁사의

추억담에나 나오는 이름이지만 백령도에 포탄이 떨어진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유흥구의 손님 절반이 중국인입니다.”

행정청 경제부장 오영복이 말했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 미국계 관광객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은 그중에서 7퍼센트 정도가 됩니다.”

서동수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요즘 대마도 사건으로 일본 관광객은 감소하고 있다.

그때 특보 안종관이 입을 열었다.

“한국 국민성은 참 착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냄비 근성이라고 비웃는 자들도 있지만 잊고 포용하는 성품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성보다 뛰어납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의 입가에 희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우리는 일본 국민 대부분이 아베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둥, 식자들의 의견은 어떻다는 둥 하면서

한일 관계가 냉각되는 것을 막으려고 해왔습니다.

이제는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해 봐야 할 것입니다.

“…….”

“한국의 전자제품, 자동차 등이 세계 최고 수출량을 보이는데도 일본에서의 판매량은

연도별로 어떻게 되어있는지, 밝혀봐야죠.”

안종관의 두 눈이 열기를 띠고 번들거렸다.

“한일 관계가 험악한 데도 한국에서의 일본 자동차 선전이 대서특필되고 일본상품은

여전히 잘 팔립니다.”

“…….”

“일본 국민성이 은근히 한국산 제품을 무시하고 있는지, 또는 견제하고 있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그때 오영복이 거들었다.

“일본이 우방이라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지난날을 진심으로 사과하면 한국 국민들은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일본 지도자들이 그렇게 일본 국민들을 인도해야지요.

제가 보기에는 일본은 군국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종업원들이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종업원들은 서동수를 몰라보는 것 같다.

오늘은 경제현장 방문을 마친 후에 술을 마시려고 이곳에 들른 것이다.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왔다가 일본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종업원들이 나갔을 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있겠지요.”

안종관이 따라준 술잔을 든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나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해요.

원자폭탄을 쓰지 않고 일본이 일본열도와 한반도를 움켜쥔 채 미·소와 정전협정을 맺었을 경우를

말입니다.”

둘은 눈만 껌벅였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시간을 조금 끌면 소련의 공산화 세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일본과 합의해서 한반도를

일본령으로 해놓고 공산세력에 대한 보루로 삼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둘은 그런 상상은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사업가 출신인 서동수가 둘과 다른 점이 이것이다.

사업에는 수많은 예외가 발생한다.

그러니 망하지 않으려면 그 예외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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