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28장 조국 [4]
(581) 28장 조국 <7>
신의주의 경제 발전은 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머지않아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를 추월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전망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모든 경제학자들이 빼놓지 않고 내세우는 신의주 발전의 이유가 있다.
바로 장관 서동수의 경영 정책이었다.
이것이 신의주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동수를 분석하고 상황에 맞춰 짜깁기까지 해서 치켜세웠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가장 공감을 주는 분석이 있다.
독일 경제학자가 분석한 서동수의 성공 요인은 ‘자유방임’ 정책이었다.
서동수는 틀만 만들어 놓고 각 부문의 책임자에게 전권을 주었던 것이다.
성실하고 싼 노동력에 자유로운 환경, 노사대립이 전혀 없는 새 세상이 펼쳐졌다.
투자가 쏟아지고 유흥단지가 가동되면서 동남아는 물론, 세계의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퇴직자, 자본가가 신의주로 들어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신의주는 남북한의 엑기스만 뽑아내서 세계 제1의 경제, 유흥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의주는 남북한 통일이 되더라도 정화제 역할을 하면서 더욱 발전될 것이었다.
신의주가 남북한 연방의 단초가 되었으며 한민족 번영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나오미가 찾아 왔을 때는 오후 5시경이다.
서동수는 장관실에서 나오미를 맞았다.
서울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가 되었다.
“나오미 씨, 오랜만입니다.”
특보 안종관도 배석한 공식 면담이어서 서동수가 정중하게 나오미를 맞았다.
“안녕하셨습니까?”
나오미가 한국어로 인사를 했지만 표정이 굳어 있다.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았을 때 서동수가 먼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대마도 문제로 뵙자고 했습니다.”
나오미가 두 손을 무릎 위에 단정히 놓고는 서동수를 보았다.
“북한의 망동을 억제시킬 수 있는 분은 장관님뿐이라고 총리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잠깐만.”
나오미의 말을 막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은 얼굴로 물었다.
“총리께서 북한의 망동이라고 표현하시던가요?”
“네.”
정색한 나오미가 바로 대답했을 때 안종관이 소리 죽여 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분명히 그렇게 전하라고도 말씀하신 것 같군요.”
“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하셨습니다.”
북한은 어제 한국 측에 남북한 합동 잠수함 작전을 제의한 것이다.
아무리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해도 아직 휴전선이 존재했고
양쪽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동맹국인 미국과 상의 없이 가상 적국인 북한과 공동 군사훈련을 할 수도 없다.
더구나 군사훈련 위치가 동해안이다.
울릉도에서 ‘동해안 영토방위’ 훈련을 하자는 것이다.
그때 나오미가 말을 이었다.
“장관님께서 김동일 위원장을 설득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전하셨습니다.
이제는 서로 진정을 할 때가 되었다고도 하셨습니다, 장관님.”
“난 그럴 능력이 없는데요.”
서동수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나오미를 보았다.
“내가 남북한 두 분 지도자를 뵈었지만 의외로 두 분의 의지가 굳으셨습니다.
이 기회에 대마도는 꼭 회복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국민의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진다.
(582) 28장 조국 <8>
나오미가 돌아간 지 20분쯤 지났을 때 서동수는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으로 떠는 것을 보았다. 휴대폰을 든 서동수는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나오미한테서 문자가 왔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 뵐 수 있어요?”
한동안 문자를 내려다보던 서동수가 곧 한글을 찍었다.
“10시쯤 비서가 모시러 갈 테니까 준비하고 있도록.”
경호원이자 수행비서인 최성갑은 서동수의 그림자나 같다.
나오미는 서동수한테만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날 밤, 10시 30분이 되었을 때 나오미가 관저 2층의 응접실로 들어섰다.
관저는 주택가 위쪽의 한적한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2층 저택 본관에
경호동과 부속 건물까지 3개 동이다.
“이렇게 만나면서 체면 차릴 건 없겠지.”
서동수가 탁자에 차려놓은 술과 안주를 눈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그럼요.”
따라 웃은 나오미도 진한 자주색 패딩 코트를 벗자 선홍빛 원피스가 드러났다.
소파에 앉은 서동수가 나오미의 잔에 위스키를 따르면서 물었다.
“극비 정보라도 있는 거야?”
“대마도 카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술잔을 든 나오미가 서동수를 보았다.
“그래서 장관께 그런 부탁을 드리라고 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빙긋 웃었다.
“날 밤에 만나서 내 속셈을 알아내라고는 하지 않았어?”
“일본 정부도 저를 신임하지는 않아요.”
서동수와 시선을 부딪친 나오미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
“한국 측도 같겠지요.”
“무슨 말이야?”
“저는 한국과 일본에 절반씩 나눠진 몸이니까요.”
“딱 절반이 되기는 힘들지.”
그러자 나오미가 머리를 끄덕였다.
“절 믿지 않으시죠?”
“나오미 씨는 본래부터 그런 역할이야. 양쪽에서 다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나오미의 몸은 정직했지. 아름다웠고.”
“대마도가 끝까지 갈까요?”
나오미가 알고 싶었던 것이 이것인 것 같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지그시 나오미를 보았다.
나오미의 조상은 백제시대에 대마도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바로 눈앞에 대마도가 한국땅이라는 산 증거가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나오미의 할아버지가 묻혀 있다고 했던가?
“일본이 계산을 잘못했어.”
빈 잔에 술을 따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종전 후 70년간 일본은 너무 순탄하게 지나는 바람에
역경에 대한 반응력이 떨어진 것 같아. 미국한테 너무 의존해서 그런가?”
“…….”
“반면에 남북한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온갖 곡절을 다 겪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국으로부터도 수모와 시련을 겪었지.
그래서 단련이 된 것 같아. 상처투성이의 싸움꾼이 된 것이지.”
다시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입을 벌리고 더운 김을 품었다.
“반응력이 빨라. 남북한이 원수로 지내다가 신의주를 만들고
위기에 재빨리 연합해서 대마도로 달려드는 것.
이제 한민족의 본색이 드러나는 것이지.”
“모두 장관님이 각본을 쓰신 것 아녜요?”
“천만에.”
서동수가 머리를 저었다.
“내 조국, 이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만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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