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7장 수난기 18

오늘의 쉼터 2015. 3. 22. 15:51

제7장 수난기 18 

 

 

기본 샘플 9가지에 3가지 원색을 바탕으로 각각 제작한 총 27가지 속옷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중국으로 샘플을 보내기 전에 간이 란제리 쇼가 열렸다.

 

반응은 엇갈렸다.

 

매우 파격적이라는 직원이 있는 반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직원들도 있었다.


사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직원이 더 많았다.

 

강 이사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듯했다.

 

이제 달리 방법이 없었다.

 

호들갑스러운 란제리 쇼가 끝난 뒤 특수개발부 팀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와 있을 때

 

진국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음, 여기 여자들에게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야.”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진국이 나가 있는 중국 쪽에서도 이미 샘플 작업을 끝낸 뒤였다.

 

“그런데 누가 직접 여기까지 와야겠는데… 아무래도 그래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거 아냐.

 

스물 일곱 종이니까 혼자서는 힘들겠고. 마평수씨랑 나는 다른 일도 많고.

 

세 명쯤 같이 올 수 있겠어? 모델들도 몇 명 같이 올 수 있으면 좋고 말야.”

 

진국의 말에 봉수는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며칠이나 있어야 되겠어?”

 

“길어야 일주일 정도.”

 

“일단 이사님하고 얘기를 해봐야겠는데.”

 

“그래, 이사님하고 결정한 뒤에 전화 바로 줘.

 

그리고 네 메일로 은밀한 얘기를 보냈으니까 혼자만 봐.”

 

진국은 전화 말미에 엉뚱한 소리를 했다.

 

“어, 진국 선배, 봉수 선배한테만 짜한 그림 보내준 거 아닙니까? 이거 섭섭한데요.”

 

병달이 스피커폰의 발성장치 가까이 입을 대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봉수가 밤마다 쓸쓸할까봐 보냈다.”

 

통화가 끝났다. 봉수는 마음으로 보낼 사람을 짐작해 보았다.

 

아무래도 당분간 자신이 중국에 나가 있는 게 좋을 듯했다.

 

애란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그 편이 나을 듯했다.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병달로 마음을 정했다.

 

한 사람이 부족한데. 봉수는 공정혜나 송혜영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여자가 한 명 있는 게 나을 듯했다.

 

강 이사는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허락했다.

 

“알아서 보내세요.”

 

지금까지 보였던 열정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봉수는 강 이사의 사무실을 나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완벽한 샘플 디자인이 나오기 전까지 거의 매일 닦달을 해대던 강 이사 아니었던가?

 

봉수는 사무실로 돌아와 일의 진행에 대해 설명했다.

 

“저랑 선배님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누가 가면 됩니까?”

 

봉수는 힐끔 애란의 눈치를 봤다. 애란이 번쩍 손을 들까봐 조바심이 났다.

 

“제가 가겠습니다. 말도 통하고, 또 중국 남자들을 미모로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공정혜가 앞으로 나섰다. 애란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럽시다. 모델 세 명 정도 같이 나가야 하니까 그 문제는 병달이 알아보고.

 

진국이는 전에 우리 전속 모델이었던 채연씨도 꼭 좀 들어왔으면 하던데.

 

그 분한테는 내가 연락하고…. 병달이 너는 두 명만 구하면 돼. 몸매 좋은 모델로.”

 

봉수는 마무리를 지었다.

 

열흘만에 마무리된 프로젝트가 마치 1년을 끌어온 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다들 집으로 퇴근을 했다. 임시 주방도 철수했다.

 

애란이 잠시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지만 봉수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애란도 퇴근하고 나자 사무실은 텅빈 듯 고요가 찾아 들었다.

 


사무실 막 벗어나려던 봉수는 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진국이 은밀한 메일을 보냈다는 말이 떠오른 때문이었다.


“싱거운 놈!”

 

봉수는 그대로 사무실의 전등을 끄고 빠져 나왔다.

 

엘리베이터 홀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통수가 묵직했다.

 

꼭 뭔가를 빼놓고 온 기분이 들었다.

 

“진국이 싱거운 놈이긴 하지만 사람들 있는 자리에서 실없는 농담을 할 놈은 아닌데.”

 

봉수는 직감적으로 진국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봉수는 부리나케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수고가 많구나. 그런데 너 혼자서만 해결해야 할 일이 몇 가지 더 있어 메일 보낸다.

 

일단 오늘 늦게라도 신 회장님을 찾아가 달라는 거다.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고 일단 찾아가면 회장님께서 말씀해 주실 거다.

 

신 회장이 누군지는 나중에 내가 자세히 얘기하마.

 

전화하고서 내가 소개한 친구라고 말하면 연결이 될 거다.

 

그리고 채연씨 한테 내가 따로 특별하게 부탁한 일이 있으니까 반드시 같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라.

 

지금 채연씨는 강남역 사거리에서 란제리 숍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내일 출근 전에 찾아가서 미리 시간 조율을 다 해 줬으면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일은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명심해라. 신 회장님 연락처는…’

 

봉수는 순간 이번 프로젝트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봉수의 머리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문제가 없었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 애란이 이틀 동안 무단 결근을 했다는 것과 샘플이 나온 후에

 

강 이사가 보인 반응이 시큰둥했다는 걸 제외하면 별다른 사건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봉수는 일단 진국이 말한 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는 진국이 소개한 박봉수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상냥한 말투의 여자였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봉수는 그 동안 괜히 긴장이 되어 사무실을 둘러보고 창 밖으로 복도를 살폈다.

 

“제가 신 회장입니다.”

 

여자였다.

 

“저는 박봉수라고 합니다.

 

진국이 회장님께 연락을 해보라고 말씀을 하셔서 전화 드리는 겁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중으로 들릴 수 있는지요? 늦어도 내일 오전 중으로 들리셨으면 합니다만.”

 

도대체 무슨 회장이지? 봉수는 궁금했다.

 

먼저 전화를 받은 여자처럼 그녀 역시 매우 상냥한 말투였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늦게라도 찾아가 뵙도록 하겠습니다.”

 

봉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중국 백화점을 상대로 한 란제리쇼는 사실 중국 진출을 위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10개월 가까이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마당인데 뭔가 뒤틀려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봉수는 서둘러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 문을 열었을 때 신수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바빠?”

 

“응, 어디를 좀 가야 하거든.”

 

“음, 내일 모레 중국에 들어가지?”

 

“그래.”

 

“그럼 나 좀 빨리 볼 수 없을까?

 

한 30분이면 되는데 전화로 말할 건 아니고. 아무튼 중요할 수도 있는 일이거든.”

 


카페로 들어서니 신수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 회장에게 30분쯤 늦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신 회장은 군소리 없이 흔쾌히 그러라고 대답했다.


“무슨 일인데?”

 

신수정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가슴 부분에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화장도 짙지 않고 엷었다.

 

전형적인 캐리어 우먼의 분위기가 났다.

 

“오늘 ‘비라’의 나 상무랑 점심 약속이 있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말야.”

 

“거기서 뭐?”

 

봉수는 괜히 마음이 불길했다.

 

“거기서 강 이사를 본 거야.

 

내가 실은 나 상무랑 약속한 자리에서 1시간 먼저 다른 사람과 만날 약속을 했거든.

 

그러니까 나 상무나 강 이사는 내가 그 자리에 먼저 나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거 같아.”

 

“그게 어쨌다는 거야.”

 

가끔 경쟁업체들끼리 가격 담합을 위해 동지가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둔하긴.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강 이사가 나 상무를 뭐 하러 만나겠어.”

 

“늘 그래. 요즘 석유값이 한참 뛰잖아.

 

당연히 석유제품이 들어가는 원단 값도 뛰는 거야.

 

꼭 석유 제품이 아니더라도 석유 값 상승 때문에 모든 게 오를 판이라고.

 

그러면 다들 만나서 이렇게 저렇게 조정한다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신수정이 오른 손 검지를 들고 좌우로 까닥거렸다.

 

“나 상무랑 만나서 은근히 떠봤지.”

 

봉수의 귀가 솔깃했다.

 

“뭘?”

 

“요즘 뭐 대단한 거 준비하느냐고? 그랬더니.”

 

“그랬더니?”

 

“히죽 웃더라. 그래서 은근히 애교 떨면서 물어봤지.”

 

신수정은 커피 잔을 들고 여유를 부렸다.

 

“상해에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었어.

 

그게 강 이사와 연관이 되어 있고 결국 ‘코지’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거야.”

 

“사실이야?”

 

봉수는 신품 란제리쇼가 끝난 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강 이사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내 직감이야.”

 

“직감?”

 

“내가 묻는 말에 대해 일체 부정을 하지 않았으니까.

 

직감이라기 보다 침묵의 긍정이라고 해둘게.”

 

봉수는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신수정의 말이나 진국이 만나라고 했던 신 회장.

 

그리고 채연을 반드시 데려오라는 부탁 따위가 봉수의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봉수씨가 하는 일이랑 상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득달같이 달려온 거야.

 

나 친구로서 자격 충분하지?”

 

신수정이 살짝 윙크를 했다.

 

“그래, 자격 있다. 그런데 내가 뭘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어.

 

만약에 ‘비라’에서 우리 일을 알고 미리 선수를 친 거라면 우린 달리 방법이 없는데.”

 

“그래도 미리 대비를 하긴 해야 할 거야. 내 직감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말야.”

 


봉수는 신수정과 헤어져 삼청동으로 향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특히 강 이사가 ‘비라’의 나 상무와 만났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흔히 있는 일이야. 그래 흔한 만남이지.’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도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봉수가 경복궁 담장 쪽으로 들어설 즈음, 문득 예전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언젠가 진국의 뒤를 밟았을 때 진국이 삼청동으로 들어와 어느 골목에선가 사라졌던 것이다.

 

신 회장이 말한 집도 진국의 뒤를 밟다가 들어간 골목과 비슷했다.

 

‘혹시 진국이랑 신 회장이 특별한 관계’

 

워낙 여자를 밝힌 진국이라 봉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진국이 돈 많은 과부 하나 물어서 편하게 소설이나 끄적거리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봉수의 차는 어느새 신 회장의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섰다.

 

‘산 쪽에서 첫 번째 집이라고 했는데.’

 

봉수는 골목이 끝나는 곳까지 차를 몰고 갔다.

 

부자나 권력자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골목 깊숙한 곳에도 초소가 있었다.

 

초소에서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나와 봉수의 차를 유심히 살폈다.

 

봉수는 골목 끝까지 갔다가 차를 돌렸다.

 

도무지 대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아까 저기서 지나쳐 온 문이 이 집의 대문?’

 

담장은 사거리에서 산 쪽으로 향하는 길에 단 하나였다.

 

그러니까 블록 하나가 집이라는 말이었다.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정말 하나의 집이었다.

 

골목이 족히 50여 미터는 됨직하니 집이 얼마나 크다는 말인가.

 

봉수는 안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대문 앞에서 차를 멈추고 내렸다.

 

골목 사거리의 초소에서 사람이 나와 그런 봉수를 살폈다.

 

‘신명애. 이 집이 맞는데…’

 

봉수는 여전히 미덥지 않았다.

 

진국이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부유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집사인지도 모르지.’

 

봉수는 더 이상 상상하지 않고 직접 부딪혀 보기로 작정한 후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십니까?”

 

“저, 전화 드렸던 박봉수라고 합니다.”

 

“아, 네.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어른 키의 두 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대문 곁의 작은 쪽문이 철컹 열렸다.

 

“들어오십시오.”

 

초인종의 인터폰에서 처음 전화를 받았던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봉수는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쪽문이 다시 철컹 닫혔다.

 

봉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정원 뒤로 멀리 집이 보였다.

 

개인 집이라기 보다 공원 같은 기분이었다.

 

봉수가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길을 따라 일제히 등이 불을 밝혔다.

 

아래에서 위로 올린 등이라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쩝, 도대체 진국이 자식 정체가 뭐야?”

 

봉수는 애써 긴장을 풀며 입맛을 다셨다.

 

운동장 저편의 거리만큼 먼 곳에 집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신 회장이라는 여자는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매끈한 얼굴만 보면 40대 초반으로도 보였지만 가벼운 손짓이나 눈가의 주름,

 

그리고 앉아 있는 자세로 보면 50대 중반쯤으로도 보였다.


신 회장이 봉수를 쳐다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을 때 희디 흰 치아가 가지런히 드러났다.

 

치아만 본다면 30대라고 해도 믿을 법했다.

 

“진국이한테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젊은 여자에게 안내되어 들어간 손님방은 방이라기 보다 거대한 회의실 같았다.

 

“가까이 와서 앉으세요.”

 

방 분위기는 크기와 달리 아담했다.

 

신 회장 뒷편은 십장생을 그린 낮은 열 폭 병풍이 펼쳐져 있었고

 

그녀 앞에는 위압적이지 않은 다탁이 놓여져 있었다.

 

봉수는 다탁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당당하게 걸어 앞으로 나갔지만 막상 그녀 앞에 앉자 주눅이 들었다.

 

나이는 가늠이 되지 않지만 그녀에게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흘렀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뭐라고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봉수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봉수의 인사에 안내를 하던 젊은 여자도 웃고 신 회장도 미소를 지었다.

 

“자네도 앉아.”

 

신 회장이 젊은 여자를 가리켰다.

 

“먼저 자네부터 소개해.”

 

봉수는 왼편에 앉은 여자를 쳐다보았다.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신 회장 때문인지 그녀 역시 비범해 보였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젊은 여자가 빙글빙글 웃었다.

 

낯이 익긴 하지만 이런 곳에 사는 여자를 알 턱이 없다고 지레짐작했다.

 

“저 가이아 백화점에 기획실장 신해수예요.”

 

봉수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낯익은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진국과 가이아 백화점 기획실장, 그리고 신회장과는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신 회장 딸인가? 아니지, 엄마 성을 따르지는 않았을 텐데.

 

아냐, 아버지 성도 신씨면 그럴 수도 있지.’

 

신 회장은 쉼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봉수를 쳐다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각설하고 본론부터 말하겠어요.”

 

신 회장이 거두절미하고 입을 열었다.

 

봉수는 바짝 긴장을 한 채 어깨에 힘을 잔뜩 주었다.

 

“긴장하지 말아요.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니까.”

 

“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구요.”

 

그제야 봉수는 조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본론부터 말하면 속옷 업계에 커다란 변동이 있을 거라는 말부터 해야겠네요.”

 

“커다란 변동이요?”

 

봉수는 아무 것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두 마리의 여우에게 홀렸던가.

 

“내달에 있을 국회 청문회에 ‘비라’ 사장이 증인으로 출두하게 됩니다.”

 

난데없는 소리였다.

 

“아마 실형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해수야 그럴 가능성이 크지?”

 

신 회장이 해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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