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7장 수난기 19

오늘의 쉼터 2015. 3. 28. 23:31

제7장 수난기 19 

 

 

신해수는 무릎을 꿇고 그 위에 두 손을 가만히 얹은 채 말했다.


“그럴 거예요. 6공하고 7공 때 여기저기 엄청나게 정치 자금을 뿌렸거든요.

그 뿐만 아니라 부도 나기 직전의 자동차 회사를 매입하려고 했는데…

그걸 의도적으로 부도내기 위해 배후 조정을 했다는 설도 있구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알아보니까 설이라기 보다 사실인 거 같아요.

검찰 특수부에서는 이미 증인이나 증언들도 확보해 둔 상태구요.”

 

봉수는 구름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도무지 두 여자가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수사하지 않고 미루고 있었던 거지?”

 

신 회장은 아는 답을 봉수를 위해 해수에게 묻고 있었다.

 

“결정적일 때 써먹으려는 거죠.

야당과 협상용으로 말이에요.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일어난 일들이니까요.”

 

“그럼 뭐 협상을 하면 ‘비라’는 다시 온전해 지겠네?”

 

“그렇진 않을 거예요.

워낙 큰 사안이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건승 그룹의 계열사인 ‘비라’가 책임을 질 거 같아요.

그 동안 로비로 뿌려졌던 돈도 모두 ‘비라’로 되어 있었구요.

그러니까 ‘비라’는 사실상 창구나 다름없었던 기업이죠.

그런 걸 종업원들이 모르고 열심히 일해서 현재의 기업으로 커졌지만 말이에요.”

 

“그러면?”

 

“아마 ‘비라’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거예요.

누군가 인수하지 않으면 말이에요.

그런데 방만한 편이긴 하지만 자기 부채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에요.

그래도 대대적인 감원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도 인수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감원이 따른다면 기존의 영업망이나 인지도를 고려해 보았을 때 매우 매력적인 기업이긴 해요.”

 

두 여자의 대화가 잠시 끊어졌다.

그래도 봉수는 어리둥절했다.

신선 둘이 속세의 사람 하나를 앉혀놓고 천상의 정세를 나누는 말들 같기만 했다.

 

“유력한 기업이나 인물이 있을까?”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비라’를 노리고 있죠.

특히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군침을 흘릴 만도 한 기업이에요.

‘비라’를 인수하는 순간 단숨에 속옷 업계에 대부로 군림할 수 있게 되니까요.

발전 가능성도 많구요. 게다가 외국의 유수 속옷 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구요.”

 

“그렇다면 ‘코지’로서는 기회일 수도 있고 악재일 수도 있겠네.”

 

“그렇죠.”

 

봉수는 그제야 무릎을 탁 쳤다. 지금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는 곧 ‘코지’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봉수씨 이제 감이 잡혔는가?”

 

“약간은.”

 

봉수는 몸둘 바를 몰랐다.

한 기업의 운명이 마치 신 회장의 손님방에서 결정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신 회장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 지을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걸 봉수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제게 그리 크지 않은 자본이 좀 있습니다.

그 자본을 빌리려고 많은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그들은 이미 ‘비라’의 부도를 예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오랜 노하우가 존재하는 기업인 만큼 재도약하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쨈募?계산을 하고 있죠.

즉, 그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나를 찾아옵니다. 아시겠어요?”

 

“하, 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코지’와 어떤 연관이 있지요?”

 

봉수는 막연하게 뭔가 뒤틀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부신 신해수의 무릎 위 허벅지 살을 훔쳐 보였다.

 

신해수와 신 회장이 서로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봉수는 한편으로 기분이 꿀꿀했다.


“‘코지’는 속옷 업계의 후발주자 중에 가장 두드러진 기업이면서

‘비라’와 경쟁을 할 수 있을 만큼 커졌지요.

실제로 속옷과 액세서리 부문에서는 ‘비라’ 다음이 ‘코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지? 봉수는 여전히 감이 오질 않았다.

 

“‘비라’의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원한 뒤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방만한 경영 형태를 개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속옷이나 브랜드를 스무 종 정도 내놓는다면…”

 

조금 뜸을 들인 신해수가 말을 이었다.

 

“아마 부도난 뒤 더 좋은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봉수는 뒷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브랜드?

그것도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정한 상품이라면 새로 출발할 기업에서 군침을 흘릴 게 뻔했다.

그렇다면? 봉수는 그제야 아귀가 착착 들어맞았다.

강 이사가 ‘비라’의 나 상무를 만난 일도 신수정이 뭔가 일이 터지겠다고 말했던 것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봉수는 신 회장에게 큰절을 한번 올리고 물러 나왔다.

 

“해수야, 잊지 말고 상자 챙겨 드려라.”

 

신 회장이 신해수에게 일렀다.

 

‘상자?’

 

봉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신해수가 봉수를 거실로 안내했다.

 

“이건 다른 직원들도 모르게 하세요.

그런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만약에 일어난다면 뭔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무슨 대비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뭐 대비랄 것도 없을 거 같거든요.”

 

봉수는 쉽고 낙천적으로 생각했다.

물론 커다란 변동이야 일어나겠지만 ‘코지’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강 이사가 ‘비라’를 탐낸다면 뭐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 이사가 이번에 개발한 속옷들을 들고 간다? 그럴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강 이사는 그런 정도로 몰염치한 인물이 아닐 터였다.

게다가 강 이사는 전반적으로 이번에 개발한 차이나 시리즈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그다지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보안을 철저히 하면 되겠죠.”

 

“네. 그렇긴 하지만…”

 

신해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비라’가 재도약 한다는 건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가능했다.

기존의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감원한다는데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을 테고,

또한 하청업자들 역시 불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대리점들도 들고 일어날 게 뻔했다.

그런 골치 아픈 기업을 부드럽게 인수할 수는 없을 터였다.

게다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비리 기업은 인터넷에 의해 사회적으로 매장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신 회장을 찾아다니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비라’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고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어야 했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까 말이다.

 

“진국씨도 여기 사정을 잘 모르고 있어요. 저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으니까요.”

 

신해수는 말을 끝내자마자 손바닥 크기 만한 상자를 봉수에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저도 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하신 건데 뭔지는 말씀 안 하셨어요.”

 

봉수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 상자와 신해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종이 상자라고는 했지만 빈틈없이 포장이 되어 있었다.

봉수는 상자를 흔들어 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약간 묵직한 느낌이었다.

 

“이런 거 세관에 걸리지 않나요?”

 

“아마 괜찮을 겁니다. 어머니께서 준비하신 거니까요.”

 

왜 자꾸 어머니라고 부르지? 정말 딸인가?

봉수는 여전히 신해수와 신 회장의 관계가 짐작되지 않았다.

진국의 정체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는 판국이니 두 여자의 관계를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봉수는 현관을 나와 다시 바다와 같은 정원을 가로질러 신 회장의 집을 빠져 나왔다.

 

‘어쨌든 비라는 망한다는 얘기지. 잘된 거지 뭐.

그런데 거기 직원들은 졸지에 다 실업자가 되는 건가?’

 

봉수는 그 와중에도 ‘비라’ 직원들이 걱정되었다.

그러다 피식 웃고 말았다.

이번 차이나 시리즈가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도 실업자가 될 판이었기 때문이다.

 

늦은 밤, 봉수는 작업실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유화 물감 냄새가 구수했다.

그 동안 긴장한 탓이었는지 맥주 한 캔을 비우자 마자 봉수는 맥없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봉수는 침대 머리맡에 종이상자를 올려놓았다.

봉수는 오랜만에 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봉수가 눈을 뜬 건 전화벨 소리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봉수는 전화를 받으며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이 새벽에 누구람.

 

“여보세요.”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저, 미안해요.”

 

수화기 저편에서는 그 말 한마디 남기고 뚝 끊어졌다. 여자였다.

 

“별 싱거운 년 다 보겠네.”

 

봉수는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여자의 목소리가 매우 낯이 익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생각을 접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막 잠이 오려는데 또 한 차례 전화벨이 울렸다.

 

“당신 누구야? 도대체”

 

봉수가 화가 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낮게 신음 소리가 한번 들릴 뿐이었다.

 

“장난 전화하지 마, 추적해서 아주 반쯤 아작 낸다.”

 

이번에는 봉수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자기는 다 틀렸네.”

 

봉수는 침대에서 나와 커피보트의 전원을 켰다.

담배를 꺼내 물고 소파에 앉아 천에 가려진 캔버스를 쳐다보았다.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신 회장을 만났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좀 전에 걸려왔던 전화도 께름칙했다.

첫사랑 신수정의 얼굴도 떠올랐고 천에 가려진 누드화의 모델인 강 이사의 부인,

양규자의 누드도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뭔가 중요한 변화가 자신을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떤 중요한 기회가 지금 봉수에게 다가오고 있는 기분이었다.

 

봉수는 출근하자마자 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진국씨한테서 전화를 받았어요.”

 

“그럼, 내일 10시에 공항에서 뵙죠.”

 

봉수는 채연과 통화를 끝내고 출장 일정과 필요한 물품들에 대해 하나씩 다시 점검해 나갔다.

 

봉수가 포장된 속옷 샘플들을 일일이 다시 확인하고 있을 때 경리과에 출장비를 받으러 갔던

병달이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선배님, 정말 우리 회사 이상해졌어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화련과 장수 그리고 혜영과 정혜가 병달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국 선배가 모델로 와달라던 채연씨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 분 경비는 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다 이거죠.”

 

“아니, 우리 회사 잘 되라고 데려가는 사람을 자기 경비 써가면서 가자고 하면 누가 가겠습니까?”

 

공정혜가 발끈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정혜씨 나보고 화내지 마세요.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저 쪽은 먹통이니까.”

 

봉수는 하던 일을 접고 이사실로 달려갔다.

 

“이사님 계시죠?”

 

묻는 말에 이미 감정이 실려 있었다.

이사실 문을 잡고 와락 뛰어 들어갈 태세였다.

그러자 김 비서가 봉수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막무가내로 들어가시면 어떡합니까.”

 

그런데 이사실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나왔다.

그 뒤에 강 이사가 서 있었다.

강 이사는 봉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방에서 나온 남자를 배웅했다.

 

“무슨 일입니까?”

 

봉수는 좀 전에 사라진 남자가 누군지 떠올려 보느라 강 이사의 말을 듣지 못했다.

 

“박봉수 대리!”

 

본명 낯익은 남잔데 누군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박봉수!”

 

강 이사가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봉수를 불렀다.

 

“아, 네.”

 

“당신 정신이 있는 사람이야, 없는 사람이야.”

 

강 이사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봉수가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곤 소파에 앉지도 않고 경리과의 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음, 회사 입장으로서는 당연한 거 아닌가?”

 

봉수는 놀란 눈으로 강 이사를 쳐다보았다.

강 이사는 더 이상 들을 말이 없다는 듯 책상 위의 서류만 뒤적거렸다.

 

“그래도, 이사님…”

 

“더 볼 일 없으면 나가보세요. 내일 출장 가려면 준비할 게 많을 텐데.”

 

강 이사는 서류에 눈길을 둔 채 말했다.

강 이사는 분명 변해 있었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들어오라고 해.”

 

봉수는 어쩔 수 없이 강 이사의 방에서 나왔다.

 

봉수는 강 이사의 비서실에서 김중경과 마주쳤다.

오랜만이었다.


“요즘 잘 나간다면서?”

 

김중경의 말투가 비아냥처럼 들렸다.

번들번들한 그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잘 나가는 사람은 따로 있잖아.”

 

봉수는 김중경을 외면한 채 지나치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

 

“잘 나가면 그렇게 사람 무시해도 되는 건가?”

 

조소가 어린 말투가 봉수의 감정을 뒤집어 놓았다.

봉수가 홱 돌아섰다.

그런데 김중경은 그런 봉수를 무시한 채 강 이사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강 이사의 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였다.

 

사무실로 돌아온 봉수는 강 이사의 처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모두 어이없다는 듯 분개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선배님, 일단 표는 예매를 다했어요.”

 

병달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봉수는 일단 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비행기 표는 저희가 알아서 해 드리겠는데 수고비는 챙겨 드릴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진국씨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야죠.”

 

채연은 의외로 흔쾌히 말했다.

 

“그리고 특별하게 여기까지 찾아오실 필요는 없으실 거 같네요.

바쁘실 테니까요.

내일 공항에서 뵙죠.”

 

봉수는 채연의 태도에 놀랬다.

도대체 진국이라는 놈의 정체가 궁금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진국은 분명 다른 세계에서 사는 놈인 듯했다.

 

봉수는 물론 팀원들이 하루종일 중국 출장준비에 매달렸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굳이 사건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애란이 또다시 출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전화 연락도 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죠?”

 

퇴근하는 길에 병달이 봉수에게 물었다.

봉수는 마음이 찜찜했지만 그렇다고 애란과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수석 디자이너가 안 나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깁니까?”

 

“말이 안 되지. 하지만 어쩌겠어. 본인이 안 나오는데.”

 

병달은 입맛을 다셨다. 전화 연락조차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선배님, 어쨌든 내일 공항에서 뵈요.”

 

봉수는 지하철 역 입구에서 헤어졌다.

 

봉수는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 새벽에 걸려왔던 전화에 대해 생각해 봤다.

혹시 애란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애란은 왜 봉수에게 미안하다는 전화를 걸어온 것일까?

종잡을 수 없었다.

강 이사의 행동도 수상했다.

강 이사가 먼저 나서서 채연의 비행기표나 수고비 등을 챙겨줘야 하건만 남일 구경하듯 말했다.

 

“별 일이야 있겠어.”

 

봉수는 입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집으로 돌아온 봉수는 오랜만에 캔버스를 덮고 있던 천을 거두었다.

강 이사의 부인 양규자가 뇌쇄적인 포즈로 봉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혹시 양규자한테 전화를 걸어보면 뭔가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봉수는 전화기를 들고 양규자에게 전화를 걸려다 말았다.

애써 들쑤셔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샤워를 하고 김치 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으려할 때 신수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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