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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수난기 20

오늘의 쉼터 2015. 3. 28. 23:43

제7장 수난기 20 

 

 

 “나 너네 집 앞이야.”


“어쩐 일이야?”

 

“되게 사무적으로 말하네. 집 구경 좀 하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봉수의 말투는 딱딱했다.

 

“사무적이긴, 며칠 신경이 곤두서서 그래.”

 

“들어간다.”

 

전화가 뚝 끊어졌다.

 

양규자도 아니고 송화도 아니었다.

 

신수정이니 마음에 부담될 일은 아니었다.

 

잠시 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역시 신수정이었다.

 

“야, 이제 저녁에는 제법 쌀쌀하다.”

 

신수정이 날름 방안으로 들어왔다.

 

쌀쌀하다고 말하는 여자치고는 옷차림이 추워 보였다.

 

“그렇게 입고 다니니 쌀쌀하지.”

 

그녀는 짧은 주름 치마에 가슴이 깊이 패인 니트에 푸른색의 니트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게다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는 맨 다리였다.

 

“이 여자가 양규자지?”

 

캔버스의 천을 덮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봉수가 다가가 천을 내리려 하는데 신수정이 말렸다.

 

“몸매 정말 좋은데.”

 

신수정이 위치를 바꿔가며 이리저리 누드화를 살폈다.

 

“정말 몸이 이래?”

 

신수정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봉수를 쳐다보았다.

 

봉수는 바람 피다가 들킨 기분이었다.

 

“남자들은 왜 그런지 몰라. 남의 떡이 더 맛있고 커 보이는 모양이야.”

 

“무슨 소리야?”

 

신수정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바람에 치마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앉았다.

 

그런데 속옷이 보이지 않았다.

 

봉수는 얼른 눈길을 돌렸다.

 

“자기 부인이 저렇게 예쁜데 다른 여자들한테 침 흘리잖아.”

 

“커피 마실래?”

 

“커피보다는 맥주.”

 

봉수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냈다.

 

김치찌개와 밥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셔야 할 판이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야? 나 내일 중국 출장 가는데…”

 

“출장 가기 전에 한번 보려고 왔지.”

 

신수정이 머리를 뒤로 넘긴 후 캔 맥주의 뚜껑을 땄다.

 

“싱겁긴.”

 

봉수는 이제 예전처럼 그녀와 마주하고 있어도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와 있을 때보다 기분은 좋았다.

 

봉수는 신수정의 곁에 앉았다.

 

“나도 더 늙기 전에 꼭 한번 그려줘야 해.”

 

“알았어.”

 

봉수는 그녀가 이렇게 맥없는 이야기나 하려고 자신을 찾아온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뜸들이지 말고 얘기 해.”

 

“무슨 뜸?”

 

신수정이 눈을 부라렸다.

 

봉수의 눈에는 능청을 떠는 그녀가 귀엽게만 보였다.

 


“실은 오늘 나 바람맞았어.”


맥주를 들이켜던 봉수가 쿡 웃는 바람에 입 밖으로 맥주가 튀어나갔다.

 

“누가 너를 바람맞히니?”

 

봉수는 신수정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러게 말이야.”

 

신수정이 팔짝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더 꺼내왔다.

 

벌서 캔 하나를 비운 뒤였다.

 

“걱정하지 마, 오늘은 일찍 돌아가 줄게.”

 

신수정이 캔 맥주를 손에 들고 흔들며 애교를 잔뜩 섞어 말했다.

 

“상관없어.”

 

“정말?”

 

신수정이 스스럼없이 봉수의 곁에 바짝 다가와 앉았다.

 

“그런데 내가 누구한테 바람맞았는지 알아?”

 

봉수는 얼른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막연히 강 이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신수정이 말했다.

 

“강 이사.”

 

봉수는 괜히 가슴이 찔렸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 거야.

 

미안하다고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을 거 같다고 말야.

 

실은 나 오늘 정말 순수하게 즐겨주려고 약속에 응한 것이었거든.”

 

순수하게 응해 줘? 봉수는 신수정의 뒷말을 마음속으로 되새겨보았다.

 

“그런데 보름쯤 뒤에나 시간이 난다네.”

 

“보름?”

 

신수정의 말에 봉수는 적잖이 놀랬다.

 

“나 못 만나서 안달할 때는 언제고 만나 준다는 데도 시간이 없다니.”

 

신수정이 왼쪽 다리를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렸다.

 

그 바람에 치마가 위로 올라갔다.

 

힐끔 훔쳐봤지만 속옷을 안 입은 듯했다.

 

“뭔가 있어, 그치?”

 

봉수 생각도 그랬다.

 

요즘 강 이사의 행동은 분명 수상했다.

 

하지만 신 회장을 만난 일이나 진국에게서 온 메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신수정이 봉수에게 더욱 바짝 다가앉았다.

 

“너 닭 대신 꿩이 되어주지 않을래?”

 

“누가 닭이고 누가 꿩인데?”

 

“강 이사가 닭이고 네가 꿩이지.”

 

“정말 원하는 게 뭐야?”

 

봉수는 내심 짐작이 가면서도 모른 척했다.

 

“피로를 푸는 데 섹스 만한 게 없다고 하더라.

 

너 요즘 출장 준비하면서 힘들었을 거 아냐.”

 

봉수는 몰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오늘은 내가 정말 몸이 달았거든. 일년에 몇 번 이런 날이 있어.”

 

신수정의 다리 하나가 이번에는 봉수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봉수는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

 

“웃지 말고. 나 속옷도 안 입고 나왔단 말야.”

 

“그렇게 몸이 뜨거워?”

 

“남자들은 여자에 대해 정말 모르는 거 같아.

 

남자들은 아무 때나 아무 여자나 보면 발끈 하지만 여자들은 몸이 뜨거워질 때가 그렇게 많지 않아.

 

이런 건 정말 여자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신수정이 슬그머니 자신의 치마를 위로 끌어올렸다. 풍성한 체모가 드러났다.

 

봉수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엇보다 캔버스 속의 양규자가 마음에 걸렸다.

 

신수정이 눈치를 채고 팔을 뻗어 천을 내렸다.


“역시 봉수씨는 순진한 구석이 많다니까.”

 

“내가 뭘…”

 

봉수는 들고 있던 캔 맥주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신수정에게 먼저 달려드는 게 어색해서 봉수는 리모콘을 들고 텔레비전을 켰다.

 

“너, 내가 소리 지를까봐 그런 거야?”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결국 그런 뜻이 되어버렸다.

 

“너 할 때 보면 장난이 아니거든….”

 

봉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수정이 봉수의 손을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후끈했다.

 

몸이 달아올랐다는 신수정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신수정이 더 바짝 봉수의 손을 자신의 중심으로 가져갔다.

 

“확실한 건 아닌데 ‘비라’가 부도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더라.”

 

신수정은 봉수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가디건을 벗어 던지더니 니트도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브래지어조차 하지 않은 맨살이 환하게 드러났다.

 

“그 소문 어디서 들었어?”

 

봉수는 뜨거운 욕망이 확 깨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 정보망이 있지. 그쪽에서 내가 관리하는 직원들이 많잖아.”

 

“‘비라’ 내부에 그런 정도로 소문이 났다면 부도가 나긴 나겠는걸.”

 

“그냥 악성루머인지도 몰라. 그리고 말단 직원들이나 중간 간부들 역시 모르는 거야.”

 

신수정이 치마를 돌돌 말아 올렸다.

 

그리곤 봉수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설마 지난번처럼 맥없이 끝나는 거 아니지?”

 

“또 무슨 소리야?”

 

“너 나랑 처음 했을 때 들어가자마자 끝났잖아.”

 

“너는 창피하게 지나간 얘기를 하고 그러냐. 그리고 그 뒤엔 잘 됐잖아.”

 

“아무튼 농담을 농담으로 못 받아 들여요.”

 

봉수가 엉덩이를 들었다.

 

신수정이 봉수의 바지를 발목까지 끌어내렸다.

 

애무도 없이 신수정의 중심으로 봉수의 아랫도리가 밀려들어갔다.

 

뜨거웠다.

 

“무지 급했던 모양이네.”

 

“정말이야, 이런 날이 일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해.

 

오늘은 사실 처음부터 너를 만나려고 했거든.

 

그런데 중국 출장이 있잖아. 그래서 닭한테 연락을 했었지.

 

그런데 이 놈의 닭이 시간이 없다는 거야.

 

강 이사, 그래도 잠자리 매너는 좋은 편이거든.

 

자기 먼저 싸버리고 내 배 위에서 그냥 떨어져 나가는 그런 남자들하고는 약간 달랐지.”

 

봉수는 질투심이 일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과 몸이 연결되어 있어 그런 것일까?

 

봉수의 심정을 알고 몸을 앞뒤로 흔들던 신수정이 멈추었다.

 

“너 혹시 내가 이런 얘기하는 거 기분 나쁘니?”

 

“아, 아냐.”

 

“그런데 왜 잠깐 거시기가 위축이 되었지?”

 

“아니라니까.”

 

“에이, 괜찮아 말해봐.”

 

신기했다.

 

“그런데 정말 위축되는 게 느껴져?”

 

“그럼. 그러니까 말해봐. 네가 싫어하는 얘기는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지.”

 

“사실은 싫은 게 아니라 질투가 나.”

 


봉수의 말에 신수정이 깔깔거렸다.

 

그 바람에 신수정의 중심에 들어가 있던 아랫도리가 움찔움찔 놀랬다.


“강 이사 얘기는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 하는 얘기야.

 

앞으론 절대로 다른 남자 이야기 안 할게. 강 이사 얘기도… 흠, 흥 그렇게 계속해 줘.”

 

봉수도 몸이 폭발할 듯 달아올랐다.

 

황홀하면서도 아득해지는 기분. 섹스의 참 맛이 이런 것이었나?

 

봉수는 신수정의 허리를 부러뜨릴 듯이 끌어안았다.

 

“너는 정말 훌륭해.”

 

신수정이 봉수에게 엎어지며 미소를 지었다.

 

“나 자꾸 네가 좋아지는 거 있지.”

 

신수정이 봉수의 얼굴을 부여잡고 연신 키스를 퍼부었다.

 

그럴 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이 봉수의 가슴에 와 부딪혔다.

 

풀이 죽어 있던 봉수의 아랫도리가 다시 힘차게 솟아올랐다.

 

“어머, 너 이젠 자야 되잖아.”

 

“한번 더 한다고 탈이 나겠어.”

 

봉수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돌려 뒤로 앉혔다.

 

“너 그거 알아? 내 몸에 욕심을 내는 음흉한 남자들이 막상 섹스에 몰입하면 의외로 보수적이라니까.

 

그저 여자는 아래 남자는 위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너는 달라. 사실 나도 이런 자세로 얼마나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지, 그랬어.”

 

봉수의 아랫도리가 신수정의 중심 깊은 곳에 닿은 느낌이었다.

 

“너무 요부같잖아.”

 

신수정이 빠르게 허리를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허벅지는 근육으로 단단하고 딱딱했다.

 

한 순간 봉수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절정.

 

“너 중국 출장 가 있는 동안 보고 싶어지면 어쩌지?”

 

“중국으로 와.”

 

“정말?”

 

신수정은 전화만 하면 달려올 태세였다.

 

일에 지장만 없다면 몇 날 며칠 동안 침대 위에서 뒹굴고 싶었다.

 

“아냐, 농담이야. 아무튼 나 요즘 정말 행복해. 그리고 앞으로 강 이사랑도 관계 끊을 거야.”

 

무릎 위에서 내려온 신수정은 봉수를 샤워실로 끌고 들어갔다.

 

정성스럽게 몸에 비누칠을 해준 후 물로 씻겨주었다.

 

다시 우뚝 선 봉수의 아랫도리를 보며 신수정이 깔깔거렸다.

 

“너무 정력을 빼면 일하는 데 지장 있어.”

 

봉수는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내일을 위해 참았다.

 

봉수를 욕실 밖으로 떠밀어낸 신수정은 잠시 후 나왔다.

 

“중국 출장 가서 잘해. 알았지?”

 

신수정이 가볍게 봉수의 볼에 입을 맞춘 후 집을 나섰다.

 

봉수는 그녀의 차가 있는 곳까지 배웅을 했다.

 

“뭐 준비를 잘 했겠지만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전화 줘. 바람같이 달려갈게.”

 

“그럴 일이 있겠어?”

 

“나도 중국어도 잘 해. 그리고 중국 지사에 나가 있는 대기업 사람들도 꽤 많이 알아.”

 

“그래? 중국어는 언제 배웠어?”

 

“요즘 같은 시대에 외국어 하나 두 개쯤은 기본 아냐?

 

나 영어도 잘해. 외국 남자들도 내가 보험 설계 해준 남자들 많아. 잘 쉬고 전화해.”

 

신수정이 모는 벤츠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봉수는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걸어온 병달이 조바심을 냈다.

 

봉수는 문단속을 철저히 한 후 집을 나섰다.


회사에 출근해 보니 역시 애란은 보이지 않았다.

 

“박장수씨랑 화련씨 그리고 송혜영씨, 뒷일을 책임져요.”

 

“염려 놓으시고 다녀오십시오.”

 

봉수는 병달, 공정혜와 함께 강 이사 방으로 향했다.

 

인사를 하고 출장 가는 게 예의일 듯 싶었다.

 

“이사님 출근 하셨죠?”

 

봉수가 아는 한 강 이사는 회사의 어느 누구보다 빨리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아직 출근 전이신데요.”

 

김 비서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봉수를 쳐다봤다.

 

“어디 출장 가셨습니까?”

 

“그게 아니라…”

 

김 비서는 왜 그런지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어쩔 수 없죠. 이러다가 비행기 시간 늦겠어요.”

 

병달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재촉했다.

 

“그럼, 이사님 출근하시면 저희들 갔다고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봉수는 김 비서의 행동이 어쩐지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마음 둘 여유가 없었다.

 

세 사람은 서둘러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채연은 이미 도착해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채연씨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봉수씨랑 병달씨도 오랜만이네요.”

 

채연은 더 세련되고 더 우아해진 듯했다.

 

“어머, 선배님께서 말하신 모델 분이 바로 이 분이셨어요?”

 

공정혜는 놀란 눈으로 채연을 바라보았다.

 

“전에 강남역 사거리에 나갔을 때 쇼윈도우에 너무 예쁜 속옷이 걸려 있길래

 

들어가서 구경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 분을 보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공정혜가 넉살좋게 채연의 팔짱을 꼈다.

 

“저보다는 언니죠?”

 

채연도 공정혜의 넉살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는 스물 다섯이에요. 언니는 저보다는 어쨌든 서너 살은 너 먹었겠는데요.”

 

“고마워요.”

 

서른을 막 넘긴 채연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선배님, 이거 출장 가는 것만 아니라면 아주 환상적인 여행인데요. 두 미인과 두 호걸이라.”

 

병달이 봉수의 귀에다 너무 가까이 대고 말해 귀가 간지러웠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지, 뭐. 자 갑시다.”

 

“언니, 가요. 우리 잘 해 봐요.

 

언니를 알게 된 거 너무 기분 좋아요.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연의 짐은 간단했다.

 

다른 짐은 이미 따로 부쳤다고 말했다.

 

진국이 부탁한 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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