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7장 수난기 15

오늘의 쉼터 2015. 3. 21. 10:18

제7장 수난기 15 

 

 

이미 짐작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나니 몹시 기분이 우울했다.

봉수는 괜한 사명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말야, 난 지금 무척 행복해.

내게 이런 자질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게다가 내가 만족할 만큼 벌어서

엄마랑 동생이랑 잘 살고 있으니까 좋아.

그리고 난 낯선 남자들과 살을 섞는 게 흥분되고 너무 스릴이 있어서 좋아.”

 

첫 사랑의 여자가 고급 창부가 되어 나타났는데 어떻게 대해야 할까? 봉수는 다리가 떨렸다.

한편으론 인간의 삶이 부질없게 여겨지기도 했다.

 

“수정아, 나는 너를 나쁘게 보지 않아,

 그리고 네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어. 자본주의 사회니까. 하지만…”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없느냐고 충고하려고 하지?”

 

신수정이 고개를 홱 돌려 봉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몸을 거쳐간 수많은 남자들 중에 내게 그런 충고를 해 준 사람들이 있었지.

그러면서도 그 남자들은 내 몸 위로 올라왔어.

그들의 충고는 순수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어.

하지만 너 그거 알아? 나도 몰랐는데 아버지 빚 엄마가 다 갚아야 해.

너 대학 입학식 때 우리 엄마 봤지? 내가 공주였다면 엄마는 왕비야.

그런데 중요한 건 엄마는 여전히 왕비라는 거야. 돈을 헤프게 쓰진 않지만 뭘 할 줄을 몰라.

아무 것도 말야. 아빠가 그렇게 길들였으니까.

게다가 아빠는 나 모르게 내게도 빚을 만들어 놓으셨더라고. 그 빚을 언제쯤 갚을 수 있을까?

어느 회사 들어가서 경리로 죽을 때까지 일하면 갚을 수 있을까?

아니 좀 더 좋은 직장을 얻었다 치자.

대기업, 그래 그런데 들어갔다고 치자.

모 석유회사 평균 월급이 700만원이 넘는다고 하더라.

그래, 그 돈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 돈을 받아서 30년쯤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빚 갚으면 다 갚으려나?”

 

신수정의 눈이 슬퍼 보였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봉수는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이제 예전에 어쩔 수 없이 짝사랑할 때보다 더 멀리 달아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희망이 보여. 너 작년에 내가 얼마 받았는지 알아?”

 

신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3억5천.”

 

봉수는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TV방송에서나 보았던 보험왕이었다.

봉수의 연봉에 열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봉수는 대꾸하지 않고 맥주병을 들었다.

누가 수정이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나, 지금 행복해.”

 

그녀의 말이 거짓말처럼 들렸다.

한편으론 뭔가 해 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서글프기도 했다.

 

“우리 나가자.”

 

봉수는 더 이상 그녀와 같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신수정이 말없이 따라 일어났다.

봉수가 계산을 하겠다는 데도 굳이 신수정이 계산을 했다.

 

거리의 더위는 이제 물러갔다.

찬바람이 부는 게 성큼 가을이 다가온 듯했다.

보도 위엔 벌써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뒹굴고 있었다.

 

“애들은?”

 

봉수는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아 줄 생각을 하며 물었다.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2년에 역시 교통사고로 먼저 갔어.”

 

신수정은 남의 이야기를 하듯 덤덤하게 말했다.

그때 빈 택시가 두 사람 앞에 와서 멈추었지만 봉수는 택시 문을 열지 않았다.

이대로 신수정을 보낼 수 없었다.

 


봉수는 신수정과 함께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딱히 그녀에게 할 말은 없었다.

그냥 등이라도 토닥거려주고 싶었다.

 

“남자들은 웃긴 면이 있어.”

 

“뭐가?”

 

봉수는 소주와 꼼장어를 주문했다.

 

“자기 앞에 있는 여자의 불행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거든. 실은 불행하지 않지만 말야.”

 

신수정이 소주잔에 술을 따르며 쿡 웃었다. 웃지만 그녀는 슬퍼 보였다.

 

“강 이사도 그런 남자 중 하나야. 진짜 속은 모르겠지만.”

 

신수정은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잔을 홀짝 비웠다.

그리곤 오이 한 조각을 베어 물었다.

대학을 다닐 때 소주라고는 입에 대지도 못했던 그녀였다.

 

“언젠가 우연하게 강 이사 부인을 본 적이 있었어.”

 

봉수는 가슴이 뜨끔했다.

 

“강 이사 말로는 자기 마누라도 바람을 피우는 거 같다고 하더라.

워낙 자유분방한 여자라 자기가 구속할 수 없대.”

 

봉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마누라가 바람을 피우니까 자신도 바람을 피운다는 거지.

그러면서도 이혼할 생각은 죽어도 안 해.

왜냐? 지금 마누라만한 여자가 없거든. 돈이든 미모든 직업이든 다 말야.”

 

봉수는 신수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 나는 강 이사한테 그저 색다른 여자일 뿐야.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새것에 더 민감하거든.

강 이사도 언젠가는 나를 부담스러워할 거야.

나 역시 그런 사람 사랑하거나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서로의 목적이 맞을 뿐이지.”

 

변해도 너무 변한 그녀가 무섭기도 했다.

세상은 사람을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녀의 삶을 그녀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봉수와 신수정은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두 병이나 비웠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중국 란제리 패션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강 이사 말로는 요즘 무척 바쁘다며?”

 

“응, 중국 진출 문제로.”

 

“내가 비라 쪽에도 아는 사람이 있거든. 그 쪽 사람들도 잔뜩 경계를 하는 모양이더라.”

 

‘비라’라면 ‘코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경쟁업체였다.

‘코지’의 중국 진출이 비밀도 아니지만 봉수는 괜히 긴장이 됐다.

신수정이 가끔 주워 듣는 소식을 전해주겠다며 봉수 휴대폰 번호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했다.

 

두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나왔다.

거리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데 신수정이 비틀거렸다.

도저히 혼자 보낼 수 없었다.

 

“바래다 줄 거지?”

 

마침 신수정이 산란한 봉수의 마음을 붙잡았다.

 

“청담동!”

 

택시에 올라 탄 신수정이 자연스럽게 봉수의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댔다.

봉수가 얼마나 꿈꾸어 왔던 일이었는가.

신수정을 한번만이라도 안아 보고 싶다는 그 열망이 10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이루어질 모양이었다. 그래도 선뜻 신수정의 어깨 위로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녀를 헤픈 여자로, 혹은 고급 창부로 오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신수정이 사는 오피스텔은 대학가에 흔한 싸구려 오피스텔이 아니었다.

족히 30평은 넘을 듯했다.


신수정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봉수는 현관에 서서 머뭇거렸다.

 

“들어와.”

 

“아, 아냐. 시간도 너무 늦었고 해서.”

 

마음은 그녀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말은 어긋났다.

 

“내 집에 남자를 데려온 건 처음이야.”

 

술에 취해 있던 신수정의 말투가 이번엔 매우 차가웠다.

너도 나를 더러운 여자로 생각하느냐는 의미가 숨겨 있었다.

봉수는 어쩌지 못하고 현관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들어와.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

 

신수정이 손짓으로 봉수를 불러들였다.

봉수는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전자제품이 최신식으로 갖추어져 있었다.

봉수는 방 한 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나 옷 좀 갈아 입을게.”

 

봉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피스텔이지만 아파트처럼 꾸며져 있었다.

두 개의 방이 따로 있었으며 창가 쪽으로 미니 바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닥은 마루 바닥이었으며 벽지는 실크 벽지였다.

오피스텔이 비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층이어서 그런지 창 밖으로 멀리 한강이 보였다.

그녀가 3억 넘게 연봉을 받는 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잠시 뒤 신수정이 슬립 차림으로 거실에 나타났다.

막상 끝없이 열망을 했으면서도 그녀가 속옷이나 다름없는 슬립을 입고 나오자

봉수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신수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똑바로 봉수를 쳐다봤다.

 

“커피보다는 술이 더 낫겠지? 가볍게 한잔 더 하자.”

 

신수정은 언더락 잔에 얼음을 채우고 꼬냑을 부었다.

 

“너, 정말 술이 세졌구나.”

 

“그렇지 않고는 못살겠으니까.”

 

신수정의 목소리가 비탄스럽게 들렸다.

그녀는 두 개의 잔을 들고 봉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장미 꽃 냄새가 봉수의 코를 파고들었다.

 

“가능하다면 20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무슨 뜻이야?”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잖아.”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어쩌겠니.”

 

봉수도 가능한 가볍게 그녀를 위로했다.

 

“그림은 그려?”

 

신수정이 고개를 돌려 봉수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다, 다시 시작했어. 연말쯤이나 내년 초에 전시회도 열릴 거 같아.”

 

“너는 여전하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수정이 봉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봉수의 팔꿈치에 물렁한 살이 닿았다.

아, 봉수는 저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슬립 안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생각난다. 네가 그렸던 누드화. 대학 졸업전에서 봤던 그 누드화 말야. 그런데 그 모델 누구였어?”

 

까마득했다. 누구를 모델로 그렸던 것인지 생각하려고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봉수도 신수정이 기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녀는 봉수는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봉수는 기억이 났다. 졸업작품의 모델은 신수정을 상상하며 그렸던 그림이라는 걸.

 


그녀의 입술은 꿀보다 달콤하고 슬립 위로 드러난 어깨는 비단보다도 부드러웠다.

 

봉수는 떨리는 손으로 신수정의 어깨를 슬그머니 감싸 쥐었다.

온 몸에 전기가 흐르듯 짜릿했다.

드디어 꿈꾸었던 일이 일어났다.

봉수의 청춘을 고독하고 쓸쓸하게 만들었던 여자가 지금 봉수의 품에 안겨 있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봉수에게만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 그대로였다.


“정말로 알고 있었니?”

 

봉수는 대학 시절 그녀를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

 

“내가 사랑했다는 거.”

 

“싱겁긴. 술집 화장실에서도 물어 놓구선”

 

신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봉수는 세차게 신수정을 끌어 안았다.

슬립 안의 몸들이 출렁거리며 봉수에게 밀려왔다.

 

“그땐 사랑을 몰랐어. 이제 조금씩 사랑이 뭔지 알 거 같아.”

 

“사랑이 뭔데?”

 

봉수의 품에 안긴 신수정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끝없는 기다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거.

살다 보면 잊혀지지만 어느 순간 문득,

그것도 아무 때나 떠오르는 얼굴. 그런 거 같아.”

 

“내가 그랬단 말야?”

 

봉수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신수정의 손이 봉수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끝은 입술이나 피부처럼 곱지 못했다.

거칠고 마른 손끝이었다.

봉수는 그녀의 손가락을 애무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봉수의 입술 안으로 들어오도록 입을 벌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봉수의 입술 안으로 들어왔다.

 

“간지러워!”

 

신수정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손가락을 빼지는 않았다.

 

봉수는 그대로 신수정의 몸을 들었다.

그리곤 침실로 향했다.

신수정은 언제 술에 취했나 싶을 정도로 말똥말똥한 눈으로 봉수와 눈을 마주쳤다.

 

침대 위에 신수정을 살며시 내려놓은 봉수는 아주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동안 다른 여자들과 함께 했던 밤들을 떠올려 보았다.

늘 다급하고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옷을 벗었던 기억이 났다.

몰입해 있을 때는 세상 어느 남자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허무했다.

충족되지 못한 뭔가가 있었다.

그건 사랑이었다.

 

“어머!”

 

남김없이 옷을 벗었을 때였다.

눈길을 천천히 봉수의 아랫도리로 돌린 신수정이 놀란 듯 낮게 신음했다.

신수정도 헝겊에 불과한 슬립을 벗어 던진 후였다.

 

“왜?”

 

봉수는 그녀 앞에 옷을 벗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지도 않았고 낯설지도 않았다.

 

“네 그거.”

 

신수정이 손가락으로 봉수의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이상해?”

 

“그게 아니라. 내 얘기 듣고 나쁜 년이라고 말해도 괜찮은데…”

 

신수정이 말끝을 얼버무렸다.

 

“괜찮아 말해 봐.”

 

봉수는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섰다.

봉수의 눈이 그녀의 몸 위에 박혔다.

눈부신 나신이었다. 가슴은 손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았지만 허리는 부러질 듯 가늘었다.

반면 엉덩이는 허리를 더 잘록하게 보일 만큼 크고 탄력이 흘러 넘쳤다.

 


 “어려워하지 말고 말해 봐.”


“잘 알고 있겠지만 나 남자들 물건 아주 많이 봤어.

그런데 너 같은 건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신수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봉수의 아랫도리가 서서히 천장을 향해 솟구치고 있었다.

 

“어머머머!”

 

신수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바위 같아.”

 

신수정이 팔을 벌렸다.

 

10년을 꿈꾸었던 일. 봉수는 아주 천천히 즐기고 싶었다.

비로소 자신의 몸 안에 내재된 끼를 느끼고 있었다.

 

“얼른 와.”

 

이번에는 다리를 벌렸다.

봉수는 그녀의 품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녀의 피부는 뱀의 껍질처럼 매끈거리면서도 유혹적이었다.

봉수는 문득 금단의 열매를 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화와의 관계도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옛날의 나는 그냥 소녀였을 뿐이야.

아이를 낳았을 때도 난 내 몸이 뭘 원하는 지 알지 못했어.

남편이 죽고 아이를 잃은 뒤에야 슬프고 괴롭게도 내 몸이 뭘 원하는 지 알게 되었지.”

 

신수정이 숨을 몰아 쉬며 봉수의 귀에 속삭였다.

봉수는 툭 불거진 유두를 조심스럽게 애무했다.

신수정의 허리가 들려 활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슬픔 속에서 헤매지 않을 거야. 어서 들어와”

 

봉수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그녀의 유혹에 넘어갔다.

열망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신수정의 몸 안으로 봉수의 아랫도리가 진입하자마자 맥없이 사정을 하고 말았다.

낭패였다.

 

“깔깔깔!”

 

신수정이 귀엽게 웃었다.

 

“너 무늬만 대물 아니니?”

 

봉수는 신수정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몸을 돌렸다.

이렇게 창피할 때가 있나 싶었다.

다른 여자와는 이런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왜 신수정과의 첫 만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너, 너무 긴장한 거 아냐?”

 

신수정이 봉수의 등뒤에 달라 붙었다.

따스하고 둥근 두 개의 가슴이 봉수의 등에 닿았다.

등을 통해 쿵쾅거리는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 그래. 이 순간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거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런 순간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막상 이런 순간이 오니까 나도 모르게 너무 긴장이 된 건가봐.”

 

신수정의 손이 앞으로 넘어왔다.

그녀는 더듬더듬 봉수의 아랫도리를 찾았다.

 

“그래, 너무 긴장해서 그럴 거야.”

 

신수정의 손이 부드럽게 봉수의 아랫도리를 어루만졌다.

아이를 만지듯, 병자를 어루만지듯 그렇게 애절하게 어루만졌다.

봉수의 아랫도리가 다시 일어섰다.

세상의 그 어떤 벽을 뚫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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