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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28장 조국 [3]

오늘의 쉼터 2015. 3. 8. 17:42

<291>28장 조국 [3]

 

(579) 28장 조국 <5>

 

 

 

 

 

그동안 한국 국회는 대통령 연임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현직 대통령부터 시행하도록 개헌이 되어서 한대성 대통령의 연임은 확정적인 상황이다.

야당인 민족당은 후보를 내겠지만 서로 양보를 하는 통에 당 대표가 나갈 확률이 컸다.

“건국 이래로 이렇게 안정된 정국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대통령님.”

비서실장 양용식이 한 대성에게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0퍼센트가 될 예정이라니 제가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집무실 안이다.

대통령은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겼고 전(前) 집무실은 비워 놓았다.

지금은 리모델링 중이다.

한대성이 웃음 띤 얼굴로 양용식을 보았다.

“남북한이 제각기 숙청을 한 덕분이요.”

“그렇지요.”

“서동수 공이 큽니다.”

“맞습니다.”

양용식이 한대성의 눈치를 보았다.

한대성의 공도 큰 것이다.

남북한은 제각기 쿠데타에 비교할 만큼 커다란 격동을 겪었다.

먼저 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모두 신의주로 추방되었으며

남한은 김동일이 넘겨준 간첩, 반역 세력을 모조리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이것으로 남북한은 제각기 정화되었고 서로 믿게 되었다.

두 정화된 집단의 연방제 합의, 또는 통일 합의야말로 진정한 합의인 것이다.

이러니 기업의 투자가, 국민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은 또 한 번의 부흥기를, 이번에는 거대한 부흥기를 맞게 될 것이었다.

그때 한대성이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부산에 잠수함 전단을 파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어요.”

오후 3시 반, 조금 전에 김동일이 한대성과 통화를 한 것이다.

오늘은 김동일이 전화를 했는데 통화시간이 25분이나 걸렸다.

김동일이 대마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바람에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야기 끝에 김동일이 잠수함 전단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잠수함 전단을 파견하다니요? 일본 측에 시위하자는 것인가요?”

양용식이 묻자 한대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통화 내용이 도청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 같아요.

부산에서 남북한 잠수함 전단 합동 훈련을 하자는 거요. 대마도 코앞에서 말이요.”

“일본, 미국이 질색을 할 텐데요.”

“아마 곧 반응이 있겠지요. 도청하라고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 테니까.”

한대성이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김 위원장하고 손발이 맞아요.”

“정치에 대해서 많이 교육을 시켜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정색한 양용식이 말을 이었다.

“한국 체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양용식은 김동일이 남북한연방 지도자가 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대마도가 부각되면서 국민들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높아졌습니다.”

양용식의 말에 한대성은 머리만 끄덕였다.

한대성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성품이 아니다.

여론조사는 참조할 뿐이다.

한대성이 입을 열었다.

“미국이 대마도와 핵을 바꾸자는 제의를 웃고 넘기는 것 같더니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예, 대통령님.”

양용식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어제저녁에도 외교장관이 와서 한대성과 한 시간이나 이야기하고 간 것이다.

미국 측에서 대마도를 자주 물어본다고 했다.

“외교장관한테 담배 끊으라고는 못하겠고,

자꾸 담배 피우려고 밖에 나갔다가 오는 통에 대화가 자주 끊겨서…….”

한대성이 불평을 했다.

장관을 자주 만나서 그런다. 

 

 

 

 

(580) 28장 조국 <6>

 

 

 

 

 

“일본이 지금 곤경에 처해 있구먼.”

저커장 총리가 말하자 리정산 산둥성 당서기와 외교부장 우린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대답은 우린이 했다.

이화원 근처의 안가 응접실에 셋이 둘러앉아 있다.

오후 3시 반, 서울과 일본 시간은 4시 반이 돼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저커장이 외교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다.

매사에 신중한 성품인 저커장은 회의에 나가기 전이나 주석을 만나기 전에 실무책임자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공식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는 내면(內面)도 이때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가 회동 때 실무책임자들은 이야기할 것을 미리 준비해 온다.

우린이 말을 이었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서동수가 있습니다. 이번 대마도 사건은 서동수가 일으킨 것입니다.”

이것은 정보부서의 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커장이 표정 없는 얼굴로 머리만 끄덕였다.

그 또한 다른 라인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이다.

“대마도 문제가 예상외로 부각되면서 일본의 우리 정부에 대한 접촉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흥, 이젠 우린가?”

쓴웃음을 지은 저커장이 소파에 등을 붙였다.

대일 관계에서 중국은 한국보다 더 아픈 과거가 있다.

난징대학살 사건 하나만 보더라도 일본군이 난징 시민 30만 명을 학살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비견될 만하지만 일본은 지금도 과장됐다고 부인하고 있다.

저커장이 긴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한국은 식민지 상태에 있다가 연합군의 승전으로 해방을 맞았고 중국 또한 연합군 덕분으로

대륙에서 일본군을 몰아낼 수 있었지.

이것이 전후에 중국과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철저한 배상과 사과를 받아낼 수 없었던 이유였소.”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리정산과 우린의 얼굴이 숙연해졌다.

그때 저커장이 우린에게 물었다.

“그, 대마도가 정말 한국령이요?”

“예, 맞습니다.”

대번에 대답한 우린이 앞에 놓인 자료를 들고 읽었다.

“여기, 조선의 초대 일본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총독이 되자마자

1910년 11월부터 10년 계획으로 조선 역사 말살 계획을 세웠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으음.”

저커장이 앞에 놓인 서류를 보더니 신음했다.

“조선사편찬위원회를 세웠군. 역시 일본인들은 철저해.

전국의 고서(古書), 고화(古畵), 기록문을 샅샅이 수거해 소각했군.”

“조선사편찬위원회가 1923년 7월,

대마도주의 저택 창고에 보관되고 있던 증거물을 모두 소각했다는 기록이 일본 자료에도

남아 있습니다.”

저커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방대한 양이다.

고문서가 6만6469장, 고기록류 문서 3576책, 고지도 34장, 기타 다수의 문서라고 적혀 있다.

그때 리정산이 거들었다.

“그렇군요. 대마도가 조선총독부 관할이니 조선사편찬위원회가 내려가서 이렇게 자료를 없앴겠지요.

일본령이었다면 조선사편찬위원회가 내려갔을 리가 없지요.”

“대마도가 한국령이 맞구먼.”

저커장이 서류를 들춰 보며 말을 이었다.

“한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간절하게 대마도 반환을 주장하다가 북한이 남침하는 바람에

허사가 되었군그래.”

“그래서 김동일이 그 빚을 갚아주는 것 같습니다.”

리정산이 웃자고 한 말 같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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