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28장 조국 [2]
(577) 28장 조국 <3>
아베신조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출신이다.
야마구치현은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 유신을 성사시킨 세력들의 거점이며
그 핵심 인물인 요시다 쇼인, 다카스키 신사쿠의 고향이기도 하다.
아베는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키 신사쿠를 존경해 왔으며
아베 신조의 ‘신’도 다카스키 ‘신’사쿠의 이름을 따서 붙일 정도였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을 주장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조선은 정복의 대상이라는 사상이 아베에게 전이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는 종전 후 A급 전범으로 분류되었지만
56대, 57대 총리를 지냈으며 기시의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도 61대, 63대 총리를 지냈으니
이런 명문(名門)도 없다.
그러니 아베가 한국에 대해 거침없이 말해온 것도 배경을 보면 이해가 간다.
“침략에 대한 정의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한국에는 기생집이 있어서 위안부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 같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문서로 된 증거와 일본군 증인이 없다.”
아베는 90대에 이어서 96대 총리로 재임 중인데 지난번 총리 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탄하고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계속해서 참배를 하고 있다.
또한 1997년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모임’을 결성하여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는데 주목적은 “저지른 과거에 대한 후세 교육은 부끄럽고 미래에 필요 없다.
자학사관일 뿐이다.
역사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베가 이런 망언을 퍼붓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은 한국이 승전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패전국 독일은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 소련에 둘러싸여 철저한 배상처리, 처벌을 받았고
지금도 반성 중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침략과 만행, 수탈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공산세력의 확장에 대한 방어선 역할을 맡게 되었다.
따라서 전범국으로 처리가 미흡했으며 책임 추궁을 덜 당한 상태에서 미국의 동맹국이 된 것이
아베의 기를 살려준 원인이 되었다.
“이것도 죄다 미국놈들 때문이구먼.”
김일성대 역사학부 교수 이차만으로부터 교육을 받던 김동일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말했다.
눈썹이 치켜 올라갔고 볼의 근육이 굳어 있다.
주석궁의 소접견실 안이다.
교육을 받는 김동일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았고 이차만은 앞쪽에 부동자세로 서 있다.
“그 누구라고 했지? 에디슨 라인이라고 했나?”
김동일이 묻자 이차만은 대답하기 전에 심호흡부터 했다.
잘못하면 총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주석궁에 올 때부터 머릿속에 꽉 박혀서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예, 애치슨 라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애치슨이 미국 극동방위선을 필리핀, 오키나와, 일본으로 설정했단 말이지?”
“예, 위원장 동지.”
“그럼 남한은 우리가 먹으라는 말 아닌가?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래서 우리가 먹으려고 처내려갔는데 미군을 보내?”
“예, 위원장 동지.”
“그놈들이 병 주고 약 주는 것 아냐?”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김동일은 오늘 교육은 이 정도면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일본놈들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더 굳어졌다.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베는 제 외조부 벌까지 받아야 돼.”
(578) 28장 조국 <4>
“우리는 총폭탄이 되어서 대마도로 돌진할 거어시다!”
이상하게 생긴 여자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눈빛은 강했다.
아베가 아래쪽에 적힌 자막을 읽었을 때 성명서 발표가 끝났다.
“저것들이 테러단이야. 뭐야?”
투덜거린 아베가 옆쪽에 앉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보았다.
아소 다로는 1940년생이니 올해 76세, 1954년생인 아베보다 14년 연상이다.
쓴웃음을 지은 아소가 입을 열었다.
“북한판 가미카제를 하겠다는 모양이군.”
그 순간 아베가 숨을 들이켰고 제 입으로 말을 뱉었던 아소도 입을 다물었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었다가 말뜻을 되새기는 경우가 되었다.
총리 관저의 응접실 안이다.
오전 11시, 북한 측의 성명서 발표가 있다고 해서 아베가 아소를 불러 둘이 듣고 있다.
아베가 머리를 돌려 아소를 보았다.
“저 미친놈들이 설마 그러진 않겠지요?”
“내가 말을 뱉다가 가슴이 철렁하는데.”
이맛살을 찌푸린 아소가 머리를 기울였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많은 놈들이오.”
“…….”
“저것들이 열을 받으면 아랍 테러단은 저리 가라 할 거요.”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압된 충성이라 금방 흩어질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냐.
진짜로 폭탄을 안고 부딪칠 거요.”
“아니, 대마도는 남조선으로 들어갈 텐데 북조선이 그렇게까지…….”
“북조선이 남조선에 보여줄 건 그것이란 말입니다.”
“…….”
“아마 총폭탄 서너 발만 대마도로 보내면 김동일의 인기는 폭등할 거요.
한국연방 대통령이 되는 건 틀림없게 되겠지.”
아베가 어금니를 물면서 눈만 껌벅였다.
어깨를 늘어뜨린 아소가 길게 숨을 뱉었다.
아소 다로 또한 경력과 가문(家門)이 아베 신조에 뒤지지 않는다.
아소는 92대 총리를 지냈으며 아소가(家)는 대대로 탄광을 경영해온 갑부 가문이다.
아소의 증조부 아소 다카시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아소 탄광에 조선인을 1만여 명이나
강제 징용으로 끌고 가 노동력을 착취했으며,
안면도의 적송 1억3000만 그루를 베어 가 광산 갱목으로 사용했다.
1927년 안면도 임업소를 세우고 82만3000원을 주고 권리를 산 것이다.
가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소도 거침없이 조선관(觀)을 피력했다.
“조선인의 창씨 개명은 조선인의 희망에 의해 이루어졌다.”
아소가 한 말이다. 그때 아소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머리를 들고 아베를 보았다.
“참, 어젯밤 미국 바이든 부통령의 전화를 받으셨다면서요?”
“예, 그것이.”
아베가 아소를 보았는데 눈의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방 안에는 이제 둘뿐이다.
비서관이 TV를 끄고 나갔기 때문에 방 안은 조용하다.
아소의 시선을 받은 아베가 말을 이었다.
“좀 화가 났습니다.”
“아니, 왜요?”
“맥아더가 점령군 사령관 시절에 남한의 대통령이 대마도 반환 요구를 했던 기록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꺼내느냐고 했습니다.”
“그 새끼 노망이 든 것 같구먼.”
아소가 어깨를 부풀렸다.
“그런 기록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개자식이.”
“핵하고 대마도를 바꾸자는 북조선 요구가 당기는 모양입니다, 병신이.”
이제 둘은 거침없이 욕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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