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28장 조국 [1]
(575) 28장 조국 <1>
신의주로 돌아온 서동수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나오미다.
오전 11시경, 서울에서 전용기 편으로 곧장 신의주에 도착하고 나서 나오미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장관 집무실로 들어선 나오미의 얼굴이 굳어 있다.
당연한 일이다.
CNN은 평양과 서울에서 동시에 일본으로 핵 공격을 했다고 평할 정도였다.
세계가 놀란 것이다.
오늘 아침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남북한, 일본 3국이 각각 자중하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러시아, 유럽 각국도 우려한다는 논평을 냈지만 아직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주요국이 두 개다.
그것은 당사자인 일본과 인접국 중국이다.
세계가 떠들썩한 상황이었으니 지금 나오미와 서동수의 면담도 언론의 주목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신의주다. 북한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기자들이 막 덤비지도 않는다.
서동수는 특보 안종관과 함께 나오미를 맞았다.
건성으로 인사를 마친 셋이 자리 잡고 앉았을 때 먼저 서동수가 말했다.
“나오미 씨, 대마도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인의 가슴속에 담겨 있었던 거요.”
서동수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짚고 웃었다.
“독도는 무인도여서 말이 없지만 대마도는 천 년 전부터 유인도였지.
그래서 우리 땅이라고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장관님.”
나오미는 한국어를 한다.
작게 기침을 한 나오미가 굳은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혀 실현 불가능한 주장입니다.
이것은 일·한 관계를 급랭시키고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의주가…….”
“잠깐만.”
말을“아베 총리는 왜 북한에서 먼저 대마도 문제를 꺼냈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일본은 남북한을 각개격파 대상으로 보고 분열을 조장했지요.”
“총리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오미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이건 심각한 위협입니다. 우방국 간 이런 사례가 없었다고 총리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나오미 씨한테?”
불쑥 서동수가 묻자 호흡을 고른 나오미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외무성에서 여러 통로를 통해 김동일 위원장의 진의를 알려고 시도했지만 꽉 막혔다고 합니다.”
“화가 단단히 나셨습니다. 그분은 대마도가 한국령이라고 믿고 계시더군요.”
서동수가 말했더니 나오미가 긴장했다.
“그럼 장관께서는 진행 과정을 아셨군요?”
“두 지도자가 하시는 일에 내가 나설 수는 없었지요.”
그때 듣기만 하던 안종관이 상체를 세우고 말했다.
“장관께서 일본 공관장님을 부르신 것은 신의주의 일본 기업들은 이번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것입니다.
공관장께서 그렇게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머리를 숙여 보인 나오미가 다시 서동수를 보았다.
“총리께서 장관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이번 일에 장관께서 조정자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병 주고 약 주는 셈이었지만 아베는 그것까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막은 서동수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나오미를 보았다.
(576) 28장 조국 <2>
일본은 관방장관 이케다가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남북한이 얼토당토않은 궤변으로 독도 문제를 덮는다는 것이었다. ‘적반하장’이라고도 했다. ‘국제법’을 네 번이나 사용했고 ‘위협’을 세 번이나 강조하면서 자위대를 언급했다. 일본이 대마도 문제에 맞대응한 것이다. 이것은 마침내 일본이 남북한의 ‘작전’에 끌려든 셈이나 같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으니 남북한의 절묘한 작전이다. 보도하는 중이었으며 각종 언론 매체와 학술단체, 부산·울산·포항·통영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번갈아 대마도 반환 결의안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대마도붐’이다. 일본은 한국인의 대마도 입국을 슬그머니 금지하면서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피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버린 꼴이 되었다. 오전 10시 반, 창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신의주의 행정청 안이다. 장관 집무실에는 셋이 둘러앉아 있었는데 ‘대마도 사건’이 일어난 지 8일째 되는 날이다. 남북한이 성명을 발표한 지 8일이 된 것이다. 어제 이케다가 반박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세상은 남북한과 일본이 ‘언론전’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둘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슬쩍 웃었다. 둘이 따라 웃자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압니다, 장관님.” 전영주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지만 서동수의 눈에는 뭔가 어색하게 보였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띌까 봐 불안하다. 바로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경우지만 인과응보다. 다가온 전영주가 서동수와 안종관 사이에다 초점을 두고 말을 하는 것도 그렇다. 셋이 일제히 TV를 향해 돌아앉았을 때 북한 방송이 펼쳐지면서 “곧 조선인민공화국의 특별성명이 발표된다”는 자막이 떴다. 한국 같으면 통닭에서 햄버거까지 온갖 광고가 떴다가 난데없는 성명이 발표되어 김을 빼게 될 것이다. 이윽고 자막이 걷히면서 ‘아줌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제는 서동수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는 아줌마다. 그때 아줌마가 눈을 똑바로 뜨고 이쪽을 보았으므로 서동수는 침을 삼켰다. 아줌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마도와 핵을 맞교환하는 것을 제안하안다.”
그동안 한국 측은 문화일보가 ‘대마도는 한국령이었다’는 증거를 특집으로 계속해서
“이럴 때 북한이 한방 터뜨려 주면 좋을 텐데.”
불쑥 서동수가 말했으므로 안종관과 유병선이 머리를 들었다.
“북한이 원체 기습전의 대가여서 말이오.”
그 ‘기습전’이란 6·25전쟁에서부터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다양하고 셀 수도 없다.
“내 말은 전쟁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도록.”
안종관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든든하지 않습니까? 이제 대마도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셈입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전영주가 들어섰다.
“장관님, 잠시 후에 북한 방송에서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TV를 켤까요?”
“아, 그럼.”
고쳐 앉은 서동수가 말하자 전영주가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일본의 아베에게 고오한다.”
‘고’한다를 강조하느라고 고스톱의 ‘고오’가 되었지만 상관없다.
“대마도를 반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핵을 폐기하지 않을 거어시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1>28장 조국 [3] (0) | 2015.03.08 |
---|---|
<290> 28장 조국 [2] (0) | 2015.03.06 |
<288> 27장 지도자 [10] (0) | 2015.02.28 |
<287> 27장 지도자 [9] (0) | 2015.02.19 |
<286> 27장 지도자 [8] (0) | 201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