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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껌 같은 사랑-7

오늘의 쉼터 2015. 3. 1. 12:18
(113) 껌 같은 사랑-7
 
 
 

 

 
 
입 안의 차가운 맥주 속에서 마시멜로처럼 몰캉해진 그의 물건이 순간 긴장했다.
 
통통한 제철 주꾸미 안주처럼 입 안에서 우물거리자 인규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으으… 죽겠다.”

탄산가스의 톡 쏘는 자극으로 인규가 몸서리를 쳤다.

맥주로 정성스러운 마무리 서비스를 한 유미가 인규의 눈을 보며 말했다.

“인규씨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인규가 유미를 껴안았다.

“바보야, 인규씨가 내게 얼마나 특별한 남자인지 몰라?”

“그래, 난 널 죽을 때까지 지켜 줄 거야. 우린 특별한 운명이니까.”

인규가 속삭이며 유미를 번쩍 안고 욕조로 걸어갔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푹 담그니 서운한 감정도 금세 녹았다.
 
인규는 다시금 기분이 좋아졌다.
 
유미도 발그레하게 온 몸이 붉은 연꽃처럼 피어났다.
 
두 사람이 몸을 닦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마침 켜 놓은 케이블 TV에서 성인용품 광고를 하고 있었다.
 
인규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광고 상품은 남성용 자위기구였다.
 
반라의 두 남녀가 물건을 설명하고 있었다.

“참 편리하죠? 단 번에 앞, 뒤로 할 수 있답니다.
 
또한 취향에 따라 다 가능합니다. 앞이건 뒤건….”

물건은 여자의 둔부 모양인데 묘하게 앞과 뒤쪽이 삽입이 되게 생겼다.
 
나른해진 유미가 침대에 길게 누웠다.
 
온몸의 긴장이 풀려 몸이 나른해졌다.

“다시 하자. 아까 건 무효. 너무 일방적이었어.”

“…….”

어린애처럼 광고에 홀려 있는 인규를 툭 치며 유미가 물었다.

“어유, 정신 팔린 거 좀 봐. 하나 사 줘?”

“응? 나야 뭐 저런 게 필요하냐. 좀 전에 뭐라 그랬어?”
유미가 살짝 윙크를 하며 말했다.

“아까 색다른 맛이긴 했는데, 목욕하고 나니까 부드러운 게 당긴다.”

유미는 오래된 연인인 인규와의 느긋하고 안정감 있는 섹스로 오늘 밤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오늘 밤 여기서 나랑 자고 가면 안 돼? 부부모드로 하자.”

“그러지 뭐.”

인규가 포르노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대다 유미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오래 신은 신발처럼 편안한 관계가 주는 섹스의 맛은 뭐랄까.

“으음, 오늘은 아주 부드러운 치즈 맛이야.”

오래 부드럽게 발효된 치즈의 맛이라…. 인규가 대신 대답을 한다.
 
커다란 배를 타고 굽이치는 물결을 넘실대며 항해를 하는 듯 순조롭고
 
리드미컬한 섹스 속으로 유미는 나른하게 빠져들었다.
 
불안할 때는 익숙한 느낌들이 좋은 법이다.
 
어쩌면 윤 이사와의 자극적인 섹스보다 지금은 이런 느낌이 한없이 좋다.
 
유미는 절정을 꿈결처럼 맞았다.
 
몸을 빼려는 인규를 안고 말했다.

“빼지 마. 이대로 함께 잠들자.”

두 몸이 하나로 빈틈없이 포개진 채 유미는 포근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인규의 고른 숨소리가 귓전에 들려왔다.
 
베네치아의 잔물결 소리처럼 들려왔다.
 
어느덧 점차 쪼그라든 인규의 물건이 부드럽고 얌전하게 유미의 몸 안에서
 
저절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새벽에 유미가 눈을 떴을 때,
 
인규는 소리 없이 방을 빠져나가고 없었다.
 
인규는 자신의 둥지로 돌아가야 할 사람.
 
유미와 아침을 맞이할 수 없는 남자.
 
유미는 언뜻 쓸쓸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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