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14) 껌 같은 사랑-8

오늘의 쉼터 2015. 3. 1. 12:21

(114) 껌 같은 사랑-8
 
 
 
 


 
인연 중에도 껌처럼 질긴 인연이 있다.
 
처음에는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씹을수록 더 딱딱하고 질긴 껌.
 
그리고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인연. 

 

유미가 만난 남자들은 대체로 그랬다. 끊기가 쉽지 않았다.

 

인규와의 관계도 어찌 보면 단맛이 다 빠지고 습관적인 섹스의 행위만 남은 게 아닐까?
 
그가 늘 말하듯 두 사람의 섹스가 칼과 칼집의 관계처럼 오묘하게 잘 맞는다 할지라도….
 
섹스의 신들이 아닌 경우, 7년간의 시간이란 충분히 단물 빠질 시간일 수밖에 없다.
 
힌두교의 신들은 84종류나 되는 섹스 체위를 구사한다고 한다.
 
힌두교 사원에는 그 모습을 새겨놓은 게 많이 있다.

인규와 이렇게 오래 관계를 이어온 게 정말 신기하다.
 
간혹 인규와의 관계가 싫증이 날 때도 있었지만,
 
인규는 뭐랄까,
 
유미의 밥이었다.
 
그럼 다른 남자들은? 반찬이다.
 
왜 밥맛이 없으면 반찬을 바꿔 먹지 않는가.
 
밥맛 없다고 늘 똑같은 반찬에 밥의 종류를 바꾸진 않으니까 말이다.
 
인규는 식사의 가장 기본인 밥이다.

 

그런데 윤 이사와의 연애는 왠지 퓨전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뭔가 좀 뒤죽박죽 혼란스럽다.
 
색다른 연애의 호기심과 유희 그리고 약간의 소스처럼 뿌려진 결혼에 대한 유혹?
 
바쁜 그가 사무적인 일로 근무 중에 호출을 할 때가 있다.

 

“오 실장님? 전시 화가들 리스트 정해졌어요?
 
그럼 점심시간에 신라호텔에서 잠깐만 보죠.”

 

“신라호텔이라면? 커피숍으로요? 아님 레스토랑?”

 

30분씩 일정을 세분해서 쓰는 그가 대답한다.

 

“점심은 알아서 빨리 먹고 와요. 룸을 예약해놨어요.”

 

“룸이오?”

 

아니 그렇게나 바쁜 남자가 룸에서 쉬고 있나?
 
“오늘 그곳에서 점심 약속이 있는데 간단히 하기로 해서 딱 한 시간 확보했어요.”

 

아님 낮거리를 하자는 건가?

 

“점심은 굶더라도 늦으면 안 돼요.”

 

상사의 명령인지라 미술관 관계 서류를 챙겨 햄버거를 입에 물고 택시를 탄 뒤
 
그가 일러준 룸으로 향한다.
 
룸에는 이미 샤워를 끝낸 그가 침대에 누워 유미를 기다리고 있다.
 
유미가 씻을 틈도 없이 그가 키스를 퍼붓는다.
 
햄버거의 양파 냄새가 날 텐데….
 
키스를 하면서 유미는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윤동진은 키스 삼매경에 빠져 있다.

 

“아이, 그렇게나 고팠어요?”

 

“너무 굶주렸나봐.”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럼 전엔 어떻게 살았지?”

 

“먹으면 먹을수록 배고픈 빵이 이거 같아.”

 

윤동진이 배고픈 아이가 젖을 조르듯 유미의 몸으로 파고든다.
 
이럴 땐 취향이고 뭐고 없다.
 
한 시간 안에 속전속결하는 섹스의 맛도 남달랐다.
 
가끔은 패스트푸드도 맛있다.

 

뭐 이런 식으로 두어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나자
 
그가 뭔가 허전해하는 눈빛이었다.
 
그때 유미가 핸드백을 열었다.

 

“꼼짝 마라! 윤동진을 풍기문란, 성희롱, 직위남용, 업무상 방해죄로 체포한다.”

 

수갑을 꺼내 윤동진의 손목에 채웠다.
 
그러자 윤동진의 얼굴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환해졌다.

 

“오오, 그래. 날 좀 갖고 놀아줘.”

 

유미는 자백을 받아내려는 형사처럼 손목이 묶인 윤동진을 거칠게 다뤘다.

 

“윤동진,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자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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