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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껌같은 사랑-5

오늘의 쉼터 2015. 3. 1. 12:13
(111) 껌같은 사랑-5
 

 

 

 
 
“왜 이래?!”

유미가 인규를 노려보았다.
 
인규는 화가 난 듯했다.

“넌 많이 변했어. 예전의 유미가 아냐.”

“사람은 다 조금씩 변해.”

“넌 타락했다고.”

“타락? 이미 할 데까지 했던 거 같은데.”

“아니 예전엔 영혼이 이슬처럼 맑았어.”

“이슬…흥! 그때는 참이슬을 먹고 지금은 밥을 먹어 그렇다, 왜?”

“아니, 지금은 돈을 먹지. 돈이 그렇게 좋아?”

“무슨 소리야?”

“재벌 2세의 꽁무니를 빨면 돈이 줄줄 나오냐?”

이제야 감이 잡힌다.
 
인규는 윤동진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유치하긴!”

그 말에 인규가 펄쩍 뛰었다.

“유치? 내가 그놈보다 못한 게 뭐야?
 
돈이 좀 달리는 거 말고는 없어. 너 의리상 그러면 안 되지.”

“협박이야?”

“아니, 난 그런 거 유치하게 안 해. 난 섹스로 널 제압할 수 있으니까.
 
오늘 널 죽여 버릴 거야.”

인규가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무섭게 달려들었다.
 
침대에 고꾸라지기 무섭게 그가 공격을 해왔다.
 
거칠고 사납고 모욕스러운 섹스. 인규는 계속 화난 사람처럼 욕을 했다.
 
유미는 그런 그에게 고스란히 몸읕 맡기고 눈을 감았다.
 
질투는 남자의 몸에 기름을 붓는다. 인규의 몸은 대포처럼 뜨겁게 활활 타올랐다.
 
유미는 마치 그가 처음인 것처럼 그의 뜨거운 몸을 받았다.
 
충분한 전희와 교감 없는 섹스의 물리력이 그녀의 몸을 다소 고통스럽게 자극했다.
 
마치 낯선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처럼….
 
하지만 유미는 인규가 하는 대로 그대로 두었다.
 
흥분한 인규가 유미를 거칠게 다루는 게 이상하게 편안했다.
 
“그놈이 잘해, 내가 잘해? 말해!”

포탄을 발사하기 직전에 그가 소리쳤다.
 
유치하지만 인규가 가엽고도 귀여웠다.
 
유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유미가 슬쩍 웃었다.

“이게 웃어?!”

인규가 다시 유미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가 다시 으르렁대며 힘을 모았다.

“말해!”

“너가 더 잘해.”

유미가 인규의 목을 껴안고 말했다.
 
그 말을 신호로 인규는 대포를 발사했다.
 
포탄이 장렬하게 폭발하는 게 느껴졌다.

널브러져 담배를 입에 문 인규가 말했다.

“요새 나 좀 외로웠나 봐.
 
어쨌든 너가 윤동진네 회사로 들어가고 나선 나와는 자주 만나지도 않았잖아.”

왜 남자들은 이렇게 기득권을 주장하는 걸까?
 
영역 표시를 하고 싶은 수컷의 오래된 습성인 걸까?
 
오래된 관계라고 기득권이 있는 게 아닌데…
 
이 남자는 자신이 0순위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양 말한다.
 
사랑은 선착순이 아니다.
 
경로우대증 같은 게 아니다.
 
사랑은 잭팟처럼 어느 한 순간에 터질 수도 있는데….

“꼭 남편처럼 말하네. 내가 조강지처나 되는 것처럼.”

“하여간 딴 놈하고 했다간 봐라.”

유미가 톡 쏘았다.

“내가 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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