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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껌같은 사랑-6

오늘의 쉼터 2015. 3. 1. 12:15
(112) 껌같은 사랑-6
 

 

 
 
“야, 그건…”

인규가 당황했다.

“자기 유부남 아냐? 자기도 어차피 나한테 올인 못하면서….
 
그리고 내가 언제 집착하고 질투한 적 있어? 내가 쿨한 여자라 좋다며?”

“그래….”

“나 싱글이야. 언제든 다른 남자결혼할 수도 있어. 자기가 나를 책임질 거야?”

유미가 인규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인규가 대답 대신 다시 담배를 물었다.

유미가 인규의 담배를 뺏어 한 모금 빨면서 담배 연기를 뱉으며 쓸쓸하게 말했다.

“외로운 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 누구도 구속하지 않고, 구속당하는 것도 싫어하는 거 자기도 알잖아?
 
외롭지 않으려면 구속을 택해야 하고, 구속을 당하지 않으려면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그게 인생이잖아.”

“알아. 잘 알지. 쿨하게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윤동진과 무슨 썸씽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좀 화가 났어. 왠지 섭섭하고.”

유미의 눈이 촉촉해지며 인규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한다.

“그랬구나. 그냥 내가 자유로우면 자기도 자유로운 거야.
 
사랑은 상대적인 거야. 그렇게 좀 자유롭게 마음을 터 봐.”

유미는 인규가 원하는 답을 마지막에 던진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누구와 결혼하지도 않을 거고 자기를 버릴 생각도 없어.”

“그래. 알아. 미안해….”

마음이 풀어진 인규가 유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유미가 샐쭉, 토라지며 말한다.

“아까 의리라고 했어? 내가 의리 때문에만 자기를 만나면 좋겠어?”

“아냐. 오늘 한 말 다 잊어버려. 내가 생각해도 유치해.”

“그때 그 일은 어쨌든 자기가 선택한 일이야.
 
그게 우리 관계의 올가미가 되면 안 되지. 그건 그냥 우리의 운명이었어.
“그럼! 나 후회해 본 적 없어. 자, 엎드려. 어깨랑 등이랑 마사지해 줄게.”

인규가 분위기를 바꿀 겸 일어나 앉았다. 유미는 엎드려 인규의 손길에 다시 몸을 맡겼다.

어깨의 통증과 목의 뭉친 근육이 서서히 풀려가는 걸 느꼈다.

“어쨌거나 넌 어떤 남자도 구속하거나 어떤 남자에게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말인 거지?”

인규가 유미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남자들은 태양을 도는 행성처럼 내 곁을 맴돌고,
 
나는 그 거리를 본능적으로 유지하지.
 
그러나 가끔은, 나도 가끔은 그런 우주의 질서를 망가뜨리고 싶어.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 놓을게.”

인규가 휘파람을 불며 욕조에 물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미는 갈증을 느꼈다.
 
냉장고에 캔맥주가 있었다.
 
유미는 맥주를 따서 한입 가득 마셨다.
 
오랜만에 인규와 함께 했던 칠년 전의 그 비밀스러운 일이 떠올랐다.
 
어쩌면 인규에게는 잘못이 없다.
 
모든 일은 유미가 초래한 것이다.

인규가 욕실에서 나왔다. 돌쇠버전으로 굽실대며 말했다.

“마님, 물 다 받았는뎁쇼.”

아아, 나의 영원한 돌쇠.

“이리 냉큼 오너라.”

유미가 장난스레 말하자 인규가 유미 앞으로 다가왔다.
 
유미는 입 안 가득 맥주를 머금고 인규의 임무를 다한 대포의 포신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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