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10) 껌같은 사랑-4

오늘의 쉼터 2015. 3. 1. 12:11
(110) 껌같은 사랑-4
 

 

 
 
“누가?”

“남자 둘. 한꺼번에 둘 다 감시하는 거 정말 힘드네.”

“그럴 리가? 무슨 소리야?”

“여자의 직감이 있잖아. 내가 바람을 피워 보니까 더 잘 알겠어.”

“그래, 지완아. 나중에 다시 전화하자. 나 운전 중이거든.”

유미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 유미가 인규에게 물었다.

“요새 뭐 걸린 거 있어?”

“아니, 없는데.”

“지완이가 뭔가 자길 의심하는 눈치야.”

“마누라, 참! 내가 보기엔 그 여편네가 좀 이상하드만.”

“조심해.”

“여태 아무 일 없었는데 뭘.”

“방심이 화를 부르는 거 몰라?”

“우물 안 개구리가 뭘 알겠냐? 기껏 개구리 공주가.”

“우물이 썩은 줄은 알겠지. 개구리도 폴짝 뛰면 우물 밖으로 나간다.”

“나가 봤자지. 그 나이에. 아줌마가.”

“나도 지완이와 동갑이야.”

“너는 다르지. 넌 암튼 달라.”

“만약 지완이가 우리 사이를 알게 되면 어쩔 거야?”

“어떡할까? 이혼할까? 그리고 결혼할까?”

“자긴 아마 그러지 못할 걸.”

“그건 네가 바라지 않을 거 같은데. 넌 한 남자로 만족 못할 테니까.”

“암튼 그럴 일 없도록 해. 우리 이대로 좋잖아?”

인규는 대답이 없다. 골똘히 눈 오는 거리를 내다보며 운전을 할 뿐이다.
 
유미도 그런 생각을 하자니 속이 좀 묵직해 왔다.
 
지완이 알게 된다면 그 배신감을 어쩔 것인가.
 
인규와 유미가 사랑과 비밀의 짬뽕이라면 인규와 지완은 사랑과 돈의 웃기는 자장면일 것이다.
 
두 관계 다 끊기는 어려운 관계다.
 
인규가 웃지 않고 말했다.
 
“오늘 밤은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좋겠어.
 
마치 이 세상에 너와 나 두 사람밖에 없는 거처럼. 그때처럼….”

그때처럼…. 그래 그때는 길이 보이지 않았지.
 
독 안에 든 두 마리의 생쥐처럼 두 몸이 하나가 되어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지.

“가끔 난 생각해. 그때가,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정말 가장 행복하고 충만한 순간 아니었을까 하고.
 
그때만큼 너를 완전히 소유한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인규가 쓸쓸하게 말했다.

“그만해. 우리 그때 얘기 다시는 안 하기로 했잖아.”

유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알았어. 아, 폭설이 내려서 너와 내가 고립되고 갇혀 버리면 좋겠다. 펄펄 더 와라.”

인규는 모텔 앞에 차를 세웠다. 펄펄 끓는 뜨거운 방을 달라고 주문했다.
 
방 안에 들어서자 인규가 왁살스럽게 유미를 껴안았다.

“그때를 떠올리며 하고 싶어. 세상에 대한 온갖 저주를 다 하면서,
 
울면서 미친 듯이 했잖아. 아주 천박하게 상스럽게 하자.”

“그때와 지금은 달라.”

“너와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지만, 이게 사는 거니? 유리 공예로 만든 화병에 담긴 종이꽃 같아.”

이 남자 평소와 좀 다르다.
 
평소의 낙천성과 장난기도 빠진 그는 무엇 때문인지 많이 지쳐 보였다.

“욕조에 뜨거운 물 좀 받을게.”

욕실을 향해 돌아서는 유미의 머리채를 갑자기 그가 확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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