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타인의 취향-14
그가 막 밀고 들어오려고 할 때 유미는 그의 머리를 껴안았다.
그리고 힘껏 그의 귀를 물어뜯어 버렸던 것이다.
귀를 감싸 쥔 그가 고통으로 떼굴떼굴 구르다가 유미의 얼굴을 갈겼다.
유미의 얼굴에서 찝찔한 피가 흘러 입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도 한쪽 귀에서 흘러나온 피로 물들었다.
그는 짐승처럼, 악마처럼, 야차처럼 보였다.
“나를 물어? 이런 미친 개 같은! 너 오늘 내 손에 피 좀 봐야겠다.”
그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쓰윽 문지르며 다가왔다.
“나를 물어? 이런 미친 개 같은! 너 오늘 내 손에 피 좀 봐야겠다.”
그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쓰윽 문지르며 다가왔다.
피 냄새를 맡은 그의 눈이 휙 돌아갔다.
그때 엄마가 나타났다.
그때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는 유미를 온몸으로 껴안고 소리쳤다.
“내 새끼 건들지 마! 짐승보다 못한 놈. 당장 내 앞에서 꺼져.
“내 새끼 건들지 마! 짐승보다 못한 놈. 당장 내 앞에서 꺼져.
우리 모녀에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간 너도 죽을 줄 알아.”
처음으로 듣는 처절하고 비장한 엄마의 목소리였다.
“이 년들이 돌았나?”
그가 손을 치켜들고 다시 다가왔다.
“잘 들어, 조두식.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렇지 내가 입을 열면
처음으로 듣는 처절하고 비장한 엄마의 목소리였다.
“이 년들이 돌았나?”
그가 손을 치켜들고 다시 다가왔다.
“잘 들어, 조두식.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렇지 내가 입을 열면
네 목숨도 파리 목숨이란 거 너는 알지,
그렇지? 그리고 너한테 더 급한 일은 당장 응급실부터 뛰어가는 거야.
평생 병신소리 안 들으려면 일초라도 빨리 봉합수술을 받는 게 나을 걸. 니가 고흐냐?”
엄마의 그 말은 조두식에게 마약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엄마의 그 말은 조두식에게 마약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그가 갑자기 얌전해졌을 뿐더러 귀를 싸매고 쏜살처럼 집 밖으로 튀어나갔던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아니 엄마에게는 그동안 입 밖에 내진 않았으나 조두식을 능가하는 어떤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조두식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유미에게 급히 옷을 입혔다.
엄마는 유미에게 급히 옷을 입혔다.
그리고 엄마가 다니던 성당의 수녀관으로 유미를 데려갔다.
당분간 집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내내 유미는 입 안의 침을 계속 뱉어냈다.
입술이 터져 흘린 피를 뱉어내려고도 했지만, 조두식의 살점을 물어뜯던
그 느낌을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녀님의 부축을 받자 엄마는 드디어 오열을 터트렸다.
“제가 죄가 많아서…. 제 죄가 무거워서….”
한 수녀님이 조두식에게 맞아서 부풀어 오른 유미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었다.
수녀님의 부축을 받자 엄마는 드디어 오열을 터트렸다.
“제가 죄가 많아서…. 제 죄가 무거워서….”
한 수녀님이 조두식에게 맞아서 부풀어 오른 유미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었다.
유미는 그렇게 미운 얼굴을 찍히는 게 싫다는 생각만 들고 현실감이 없었다.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꼭 악몽을 꾸고 난 것처럼 가끔 진저리가 쳐졌다.
조두식은 유미가 서울에 있는 미대로 진학할 때까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조두식은 유미가 서울에 있는 미대로 진학할 때까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조두식은 엄마를 다시 찾았다.
엄마도 그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모는 그랬다.
어디 여자 혼자 살기가 그리 쉬운 일이냐.
그 부분에서 유미는 엄마를 늘 비난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엄마의 인생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엄마가 그를 의지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엄마가 그를 의지했을 것이고,
조두식은 나름대로 엄마를 이용했을 것이다.
엄마가 죽을 무렵에도 조두식은 엄마 곁에 있었다.
엄마의 마지막을 아는 유일한 남자가 그였던 것이다.
생의 마지막 남자라….
유미는 자신의 생이 언제 끝날진 모르지만 누가 인생의 마지막 남자가 될까,
잠깐 궁금했다.
그녀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 남자가 과연 있을까.
생각해 보면 조두식은 유미의 인생에서 악연이었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가 유미의 삶에 다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유미는 악연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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