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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타인의 취향-11

오늘의 쉼터 2015. 3. 1. 11:47
(103) 타인의 취향-11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윤동진이 달콤한 키스를 해 왔다.

 

말이 달콤하지, 양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닝 키스란 잘 몰입이 되지 않는다.

 

젖을 제대로 못 빨았다고 하더니 구강기에 문제가 있었나.

 

하여간 엄청 키스를 좋아하는 남자다.

 

대부분 젊은 남자는 아침이 되면 키스보다는 아래부터 밀고 들어오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국기게양식 같은 그걸 빼먹으면 애국자가 아닌 것처럼 애인 자격이 없다고 보통 생각한다.

 

 그러나 이 남자는 설왕설래(舌往舌來)하는 깊은 프렌치 키스를 아침부터 즐기는 타입인가 보다.

 

어느 나라의 창녀는 섹스보다 키스를 훨씬 더 비싸게 돈을 받는다고 한다.

 

첫 키스 때보다 그렇게 달콤하진 않지만,

 

홀로 눈뜨던 아침에 남자의 키스를 받고 잠에서 깨어난다는 그 사실이 좀 감격스러웠다.

 

아아, 그래서 다들 결혼을 하는 거야.

“이번엔 당신이 내게 해 줘. 아, 당신 옆에 있으니

 

거친 정글에서 지친 몸이 하룻밤 새에 회복된 느낌이야.

 

남들을 항상 지배만 했어도, 난 늘 불안했어.

 

가끔은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었어.”

이렇게 여자에게 쉽게 응석을 부릴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해 보진 않았다.

 

남자로서의 매력은 조금 줄었지만, 섭정을 하는 황후처럼 그가 만만하고

 

왠지 쥐락펴락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 같은 게 조금 생기기는 한다.

어떻게 보면 그는 ‘어플루엔자’ 환자인지 모른다.

 

어느 책에서 읽은 단어인데, 풍요의 뜻인 affluence와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influenza가 결합된 신조어라고 한다.

 

21세기의 인류가 앓고 있는 풍요병의 하나라고 한다.

 

주로 불안이나 우울이 원인이 된다는 병….

유미가 그를 안고 키스를 하다가 여성 상위의 ‘본때’를 보여 주었다.

 

그는 자지러지게 좋아했다.

 

그러다 시계를 보더니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어? 시간이 벌써…? 큰일났다. 빨리 가야 하는데…. 골프 약속이 있거든.”

“금방 커피라도 내릴게요. 빵이라도 한쪽 먹고 가지.”

“아니, 우유면 돼. 난 모닝 커피 안 마셔요.

 

집에서는 신선한 저지방 흰 우유 500㏄를 마시는데….”

“어유, 정말 못 말려. 우유 다 떨어지고 없어요.

 

난 우유가 싫어. 찌찌라도 나오면 좋겠지만….”

유미가 장난으로 젖 짜는 시늉을 하자 그가 농담을 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젖소부인, 젖 좀 많이 짜 놔.”

샤워를 끝낸 윤동진이 서둘러 돌아갔다.

 

겨우 여덟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평소 같으면 아직 꿀맛 같은 일요일 아침의 늦잠을 즐기고 있을 텐데….

 

혼자 뒤척이며 유미는 어젯밤의 장면들을 떠올려 보았다.

 

윤동진과 보낸 첫 밤이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인연일까. 아니면 한바탕 해프닝인 것일까.

 

그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의지하는 걸까?

 

그러는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일어나 샤워를 하려는데,

 

침실 바닥에 떨어진 흰색 레이스 속옷 안에 무엇이 불룩했다.

 

그것은 그가 갖고 온 물건 중의 하나인 수갑이었다.

 

아마도 눈에 띄지 않아 가방에 주워 담지 못했나 보다.

 

유미는 그 물건을 들어 눈앞에 흔들어 보았다.

 

8자처럼 보이는 두 개의 동그라미가 흔들거렸다.

“참, 내 팔자도.”

그때 집 전화 벨이 울렸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집 전화가 울리는 경우는 없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유미는 수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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