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타인의 취향-4
“앵무새처럼 말하지 말아요.
눈멀고 귀 멀고 벙어리라도 온몸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사랑이에요. 겁쟁이.”
“유미씨야말로 사랑을 안 믿는 거 아니고요?”
“글쎄요. 하는 거 봐서….”
유미가 농담처럼 가볍게 말하며 윤 이사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유미씨야말로 사랑을 안 믿는 거 아니고요?”
“글쎄요. 하는 거 봐서….”
유미가 농담처럼 가볍게 말하며 윤 이사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날 좀 기다려줘요. 난 좀 까다로운 남자예요. 알았죠? 잘 자요.”
그래, 괄약근처럼 쫀쫀한 성질이라 이거지.
“하지만 저는 성질이 급해서…. 암튼 잘 가세요.”
유미는 현관문을 닫고 소파에 털썩 누웠다.
“날 좀 기다려줘요. 난 좀 까다로운 남자예요. 알았죠? 잘 자요.”
그래, 괄약근처럼 쫀쫀한 성질이라 이거지.
“하지만 저는 성질이 급해서…. 암튼 잘 가세요.”
유미는 현관문을 닫고 소파에 털썩 누웠다.
입술과 가슴에 윤 이사 입술의 감촉이 아직 남아 있다.
오랜만에 선물 받은 고기를 부위별로 하나씩 하나씩 아껴먹는 가난한 소년 같은 남자.
아니면 처음부터 진도에 맞춰 차근차근 공부하는 모범생. 그는 유미의 몸을,
감정을 그렇게 조금씩 탐색해 나간다.
유미도 그렇지만, 유미를 만난 모든 남자들은 벼락치기의 달인들이었다.
유미도 그렇지만, 유미를 만난 모든 남자들은 벼락치기의 달인들이었다.
만나서 벼락처럼 섹스부터 하고 싶어 했다.
윤 이사처럼 예습과 복습, 정리까지 하는 지진아는 거의 없었다.
벼락치기의 달인이든 지진아든 그들 모두는 결국 정답을 말한다.
사랑한다… 아니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몸을 여는, 관계를 여는 패스워드가 그것이라 생각한다.
‘열려라 참깨’나 ‘열려라 호박씨’도 아닌 ‘사랑한다’….
윤 이사 역시 그렇게 말했고, 유미 또한 그 말에 내내 가슴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윤 이사 역시 그렇게 말했고, 유미 또한 그 말에 내내 가슴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그는 유미에게 사랑을 믿지 않느냐고 물었다.
유미는 생각한다.
나는… 사랑을 믿는다. 어쩌면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다.
간절하게…. ‘사랑밖에 난 몰라’라는 주제가를 부르며
배 째라고 누워 있는 ‘청승가련형’의 여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유미의 인생이야말로 역사소설,
즉 소재는 몸이고 주제는 사랑의 투쟁사 아니었던가.
지나간 역사는 나름대로 교훈을 주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때 집 전화가 울렸다.
이 시간에 누가?
유미는 언제부터 쓸데없는 전화나 걸려오는 집 전화를 없애야지 했다가도 잊어버리고 지나갔다.
그래도 혹시 이 전화번호를 오래 알고 있는 이모나 외가의 친척들이 한 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그러나 상대는 묵묵부답이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골동품으로 수집한 오랜 서양식 전화기엔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발신자의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다.
“여보세요?”
그러나 상대는 묵묵부답이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골동품으로 수집한 오랜 서양식 전화기엔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발신자의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다.
다만 남자의 숨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갑자기 터져나온 기침에 그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기침의 소리로는 그가 남자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젊은지 늙은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걸려오는 괴전화, YB그룹에 보낸 익명의 제보,
언제부턴가 걸려오는 괴전화, YB그룹에 보낸 익명의 제보,
없어진 비디오테이프….
유미를 조금씩 조여 오는 어두운 그림자는 무엇인가.
그럴수록 유미는 겁먹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군사가 많고 지략이 뛰어나다 해도 적이 누군지를 알아야 대처하는 법.
유미는 혹시 그가 전화했을까,
유미는 혹시 그가 전화했을까,
궁금해졌다.
휴대폰을 열어 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멈칫, 멈춘다.
이 시간에 그는 자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생에서의 구원을 얻기 위해 구도자의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으려나.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칼로 베인 듯 서늘하고 아프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98) 타인의 취향-6 (0) | 2015.03.01 |
---|---|
(97) 타인의 취향-5 (0) | 2015.03.01 |
(95) 타인의 취향-3 (0) | 2015.03.01 |
(94) 타인의 취향-2 (0) | 2015.03.01 |
(93) 타인의 취향-1 (0) | 2015.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