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98) 타인의 취향-6

오늘의 쉼터 2015. 3. 1. 11:27

(98) 타인의 취향-6  

 

 

“시간은? 농구 전반전?”

“하하…야구 할게요. 아님 철야경기를 할 수도 있어요.”

“정말요? 긴장되는데요. 무슨 일이 있어요?”

“으음…부담 느낄까 봐 말하기 싫은데.”

“저 뻔뻔해요.”

“그런 줄은 알지만. 내일이 내 생일이거든요.
 
내일 근사한 데서 밥 먹고 유미씨 집에서 술 한잔하며 조촐하게 보내고 싶어요.”

“어머, 정말 부담된다. 뭐 생일선물로 갖고 싶은 거라도…?”

“있죠.”

“뭐죠? 준비해야겠네.”

“늘 스탠바이 되어 있는 거라 신경 안 써도 돼요.”

이것 봐라? 드디어 올 게 오나 보다.

윤 이사가 말했다.

“다른 건 내가 다 준비해 갈게요. 술도….”

“알겠어요.”

윤 이사가 일러주는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다음날 저녁 6시로 예약하고 나니
 
내일이 은근히 기다려졌다.
 
마침 내일은 토요일. 공식적으로는 아무 일이 없다.
 
그러나 그와의 사이에 운명의 날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내일 그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모든 남녀에게는 첫 번째 만남,
 
첫 번째 섹스의 느낌이 관계의 지속성을 결정짓는다.
 
그는 지진아 타입이니 섹스에 있어서도 신중하고 부드러운 타입?
 
유미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그러나저러나 내일은 내 자신을 생일선물로 그에게 바치는 날이다.
 
하긴 이만한 선물이 어디 또 있을까.
 
그걸 알기 때문에 그도 다른 건 다 준비하지 말라고 한 거다.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이 되어야 할 텐데….

집으로 돌아와 유미는 집안청소를 말끔하게 했다.
 
지난번 박 피디가 왔을 때 썼던 흰색 침대 시트와 이불과 베갯잇과 식탁보를
 
세탁소에 맡겨 세탁과 다림질을 내일까지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쩌면 일반적인 박 피디의 스타일과 비슷할 거 같다는 게 유미의 직감이다.
다음날은 마침 아무 일이 없는 토요일이라 유미는 오랜만에 사우나를 하고
 
피부관리실과 미장원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세탁물을 찾고 꽃집에 들러 그의 나이만큼 붉은 장미꽃 한 다발을 샀다.
 
침대와 식탁은 잘 다린 깨끗한 흰 리넨 커버로 덮고, 언젠가 백화점에서 사놓았던
 
청순해 보이는 소녀 취향의 흰색 레이스 슈미즈를 꺼내 입을 생각이었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콘셉트다.
 
그러고 보니 집이 마치 백설공주의 궁전 같다.
 
흰 우유를 좋아하는 소년 같은 그의 취향에 맞을 것이다.

곱게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선 유미는 택시를 불러 호텔로 갔다.
 
그가 주말이면 자기 차를 이용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니 그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생일이라 그런가.
 
이 남자, 반짝반짝 광이 나는 것 같다.
 
검은색 슈트에 검은 와이셔츠에 은색 넥타이를 맸다.
 
짧은 머리가 잘 생긴 두상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남자가 또 있을까.
 
유미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미가 코트를 벗자 그가 찬찬히 유미를 보았다.
 
유미는 코트 안에 온몸의 라인이 피트하게 흘러내리는 크림색 실크 원피스를 입었다.
 
그리고 파인 가슴에 그가 선물했던 붉은 가닛 목걸이를 걸쳤다.

“오늘 멋져요.”

“이사님도 멋져요.”

곧 주문한 요리가 나오고 화이트 와인으로 건배했다.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선물은…이따 집에서 풀어보세요.”

유미가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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