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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와 고양이의 진실-12

오늘의 쉼터 2015. 2. 25. 17:32

(88) 개와 고양이의 진실-12  

 

 

 

 

안지혜가 유미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래도 아직 어색하고 자신 없는 부분이 많아요.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해요.”

“아유, 지도 편달은요? 좋은 분 만나서 멋진 결혼하시길 바랍니다.”

“참, 아까 제 옆의 남자 분 어때요? 전문가인 단미님이 보시기에는…?”

“글쎄요. 안 선생님의 감정이나 의견이 중요하지 저는 제삼자인 데다….”

“그 남자, 제 마음을 다 꿰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편했어요. 제가 오버하는 건가요?”

유미는 난감했다.

“진지하게 만나 보세요.
 
결혼하게 되면 제게도 청첩장 보내시고요.”

유미는 파티장을 나왔다.
 
여자의 외모는 남자의 재산과 같다. 타고난 부자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투자를 해서 재산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안지혜가 결혼을 위해서 그렇게 혐오하던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에 투자해
 
단기간에 외모를 바꾼 것이 놀라웠다.

가끔 유미도 결혼에 대해 상상을 해 보곤 한다.
 
가령 윤 이사와 결혼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의 무엇을 보고 결혼을 생각하는가?
 
사랑도 섹스도 아직은 미개척지인 황무지 같은 그 남자의 무엇이 좋아서?
 
황무지라도 땅의 평수가 넓으면 그게 어디냐?
 
그 땅에서 꼭 농사를 지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결혼이 무슨 땅장사는 아닐 텐데….
 
그러나 유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결론은, 언제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다.

집에 가서 좀 쉴까 하는데, 김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같이합시다. 약속했죠? 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겠다고.”

유미는 그 약속을 기억했다.
 
윤 이사를 급히 만나기 위해 둘러댔던 그 말을 교수는 쐐기처럼 못박았다.
 
이건 명백한 유혹이다.
 
그러나 상대는 노교수.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그가 남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왠지 그를 보면 아버지처럼 응석을 부리고 싶어질 뿐.
 
“허허, 내가 어린애같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면 거절해도 돼요.  

 

혹 저녁에 일이 있을지도 모를 테니.”

김 교수는 빠져나갈 구멍도 주는 노회한 사람이다.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전화를 끊고 나자 바로 또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제한 번호가 떴다.

 

외국에서 온 전화일까?

 

유미가 전화를 받자,

 

상대는 숨소리만 흘릴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구일까?

 

며칠 전에도 그런 전화가 왔었다.

 

조금씩 머릿속을 벌레가 갉아먹듯 신경이 쓰였다.

집으로 들어서자 집안의 공기가 좀 이상했다.

 

누군가 왔다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기 중에 묘하게 담배 냄새 같은 게 스며 있는 것 같았다.

 

강도가 들었다기엔 너무도 고즈넉하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하기엔 무언가 흩어진 느낌….

유미는 집안의 불을 모두 켰다.

 

그리고 현관문을 일부러 열어 놓고 집안을 샅샅이 탐색해 나갔다.

 

유미가 장롱 속의 서랍을 열었다. 돈과 통장은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유미의 비밀스러운 물건을 넣어 두는 상자의 모퉁이가 꼭 맞지 않은 상태로 닫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유미는 상자를 열어 점검해 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물건 중에 딱 한 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유미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사라진 그것은 그녀가 오래 보관해 두었던 비디오테이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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