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개와 고양이의 진실-9
지완은 요즘 착잡했다.
용준이 유미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무언가에 살짝 벤 느낌이었다.
딱히 피가 나거나 상처가 난 것은 아니지만, 그 느낌은 묘하게 불편했다.
용준은 정기적인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에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세계적인 화가가 되겠다며, 가난과 예술과 낭만에 대하여 폼을 잡던 용준은 어디로 갔나?
대신 폼나게, 엣지 있고 간지나는 양복을 한 벌 해 주면 첫 월급 타서 갚겠다고 한다.
애인이 거지 신세를 면하는 게 나쁠 거야 없지만, 노예를 부리듯 애인을 부양하는
능력이 되는 여자로서는 애노(愛奴)를 함부로 넘기기는 싫을 것이다.
그것도 유미에게…. 게다가 용준의 일이 유미의 참모이자 비서격이라니….
고양이 입에다 생선을 진상하는 꼴이다.
거기다 유미 얘기만 나오면 진상을 떨어대는 용준의 꼴이라니….
밸이 다 꼴린다.
왜 하필 남의 애인을 빼 간담?
왜 하필 남의 애인을 빼 간담?
유미에게 전화를 걸어 불평을 해대고 싶지만 그것도 자존심 상한다.
넌 그렇게도 자신이 없니?
이렇게 말할 게 뻔하다.
유미의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오래전, 대학 새내기였을 때 유미를 만났다.
그때만 해도 유미는 칙칙한 작업복에 물감을 잔뜩 묻히고 있거나,
아르바이트에 시달려 얼굴이 노랗게 이지러진 달처럼 주눅 들어 보였다.
억지로 서울 말씨를 흉내 내는 어색한 말씨며,
지완에 대한 시샘과 부러움을 잘 숨기지 못하던 세련되지 못한 얼굴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래도 지완이 주는 옷과 구두를 아무 말 없이 얻어 신었다.
지완의 집에 와 보고는 진심으로 지완을 부러워하기도 했건만….
어느 날, 축제 때 지완의 헌옷과 구두로 치장한 유미가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
어느 날, 축제 때 지완의 헌옷과 구두로 치장한 유미가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
지완은 열패감을 느꼈다. 그 애의 몸 안으로부터 남다른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더기를 걸쳐도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것은 유미 스스로가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오는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 유미는 아르바이트로 인체 모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쨌거나 용준을 데리고 시내의 백화점으로 가서 약속대로 양복을 사 주기로 했다.
혹시나 누가 볼세라 걱정도 되었지만, 용준은 허물없는 남동생처럼 굴었다.
밖에 나오면 남동생처럼 누나라 부르라고 했더니,
아예 비싼 양복 앞에서 눈치 없이 굴었다.
“누나, 이왕 쓰는 김에 팍팍 써라. 우리 누나 돈 많거든요.”
여자 점원이 지완에게 찰싹 붙었다.
“남동생 첫 직장 턱인데 한턱 크게 쏘세요. 이 정도면 비싼 것도 아닌 걸요.”
지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용준이 양복을 입어 보기 위해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누나, 이왕 쓰는 김에 팍팍 써라. 우리 누나 돈 많거든요.”
여자 점원이 지완에게 찰싹 붙었다.
“남동생 첫 직장 턱인데 한턱 크게 쏘세요. 이 정도면 비싼 것도 아닌 걸요.”
지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용준이 양복을 입어 보기 위해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런 오누이가 또 있나 보았다.
“아이, 오빠! 그건 좀 센데….”
“생일이 일 년에 몇 번 있냐?
“아이, 오빠! 그건 좀 센데….”
“생일이 일 년에 몇 번 있냐?
너 돈도 잘 버는데, 오빠 생일 선물로 이 정도 안 되겠냐? 선도 봐야 하고….”
남자가 양복을 들고 눈웃음을 지었다.
남자가 양복을 들고 눈웃음을 지었다.
제비처럼 생긴 저 남자, 어디서 많이 본 남자인데….
앗, 탱고 선생이다!
그는 초반에 몇 번 탱고교습을 했던 남자였다.
이후 강사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지완도 더 이상 탱고강습교실에 가지 않았다.
지완이 인사를 했다.
“어머, 강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 강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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