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82) 개와 고양이의 진실-6

오늘의 쉼터 2015. 2. 25. 17:18

(82) 개와 고양이의 진실-6  

 

 

 

유미가 블라우스 속의 목 아래 흰 맨살에 목걸이를 내려 보이며 물었다.

“약발, 그건 제가 묻고 싶네요.
 
어때요? 목걸이는 윤 이사님이 보시고 좋으려고 선물한 거 아닌가요?”

윤 이사가 유미의 흰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흰 눈 위에 붉은 동백꽃이 핀 거처럼 아름답네요.”

“어쨌든 선물 고마워요. 참 내일 유럽에 출장 가신다고요? 정말 너무 바쁘시네요.”

“파리에 좀 다녀오려고요.
 
아 그러고 보니 유미씨도 프랑스에 좀 있었죠?”

“어떻게 아셨어요?”

“이력서를 봤지요.”

“잠깐 공부하러 갔었죠.”

“언제 한번 같이 가보고 싶어요. 기회가 있겠죠.”

“이번에도 우린 모니터를 통해서 만나나요?”

지난 번 뉴욕출장 중에 웹캠을 통해 모니터로 그가 보여준 몸을 떠올리며 유미가 물었다.
 
노출증 증세가 있는 남자….

“거긴 어려울 거예요. 호텔인데다 일정상….”

“저도 그림의 떡엔 관심 없어요. 맛을 볼 수 있는 눈앞의 떡을 더 좋아하죠.”

“떡이라….”

윤 이사가 쿡, 웃었다.

“그렇다고 아무 떡이나 집어먹진 않지만.”

“유미씨는 참 거침없고 당당해서 좋아요. 그 자신만만함은 뭘까요?”

“왜냐하면 전 자유로운 여자니까.”

유미가 윤 이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로군요.”

그러다 갑자기 생각났는지 윤 이사가 말의 고삐를 당기듯이 급히 말했다.

“참, 그런데 윤조 미술관 인사문제 건으로 최 부장이 보고를 하던데,
 
유미씨에 대해 익명의 제보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제보요? 무슨 제보?”

“신경 쓰지 마세요. 유미 씨의 과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신변에 대해 음해하는 뭐 그런 거겠죠. 난 무시했어요.”

유미가 발끈했다.

“도대체 누가?”

“유미씨가 생각보다 꽤 알려져 있고 또 시샘을 받고 있는가 봐요. 참 15분 됐죠?”

“네…. 가셔야죠.”

유미는 찜찜한 기분으로 다시 차를 몰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윤 이사의 기사가 차문을 열고 대령했다.
 
윤 이사가 유미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났다.
 
남겨진 유미는 잠시 제 차에 앉아있었다.
 
제보라니? 도대체 누가? 무엇을?
 
그런 이야기를 윤 이사를 통해 들어야 하다니 기분이 상했다.
 
윤 이사는 그걸 정말 무시한 걸까?
 
도대체 윤 이사의 나에 대한 감정은 무엇일까?
 
화끈하게 대시하지도 않으면서 살살 낚시질이나 하는 남자.
 
하지만 오랜만에 섬세한 키스를 맛보게 한 남자.

유미는 차 안의 룸미러를 통해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1월의 탄생석. 그의 표현대로 다홍빛 보석은 동백꽃처럼 순정한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하늘을 보니 가닛 같은 붉은 석양이 마지막 빛을 뿌리고 있었다.
 
갑자기 외로워졌다.
 
유미는 술에 취하고 싶었다.
 
잠깐 김 교수를 떠올렸지만, 유미는 인규에게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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