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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개와 고양이의 진실-7

오늘의 쉼터 2015. 2. 25. 17:20

(83) 개와 고양이의 진실-7  

 

 

 

“어? 웬일이야?”

“그냥…오늘 꿀꿀해서. 일 언제 끝나?”

“나야 내가 오너인데 내 맘이지.”

“그럼 만날래?”

“좋지. 어디서 볼까?”

“술과 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떡? ㅋㅋ….”

“오늘 떡 얘길 누군가와 했더니 먹고 싶네.”

“어느 놈이랑 또 떡 얘길 했냐? 아름다운 떡방앗간의 총각을 놔두고.”

역시 오래된 애인이 좋긴 좋구나.
 
허물없이 온갖 농담과 음담도 다 받아들이는 인규의 소탈함이 유미는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디서 볼까? 집으로 갈까?”

“글쎄, 집이 좀 엉망이긴 한데…다른 곳에 가는 게 귀찮긴 하네.”

“너 되게 피곤하구나.
 
알았어. 내가 여기서 간단히 저녁은 먹고 좋은 와인 한 병하고 안주는 좀 가져갈게.”

유미는 차를 몰아 집으로 갔다.
 
인규가 술과 안주를 가져오기로 했으니,
 
뭘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이럴 땐 소믈리에인데다 식당 주인인 애인이 참 쓸모가 있다.
 
식욕도 별로 나지 않아서 국과 밥을 데워 간단히 저녁 요기를 했다.
 
그리고 이를 닦고 샤워를 했다.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유미는 목걸이를 뺄까,
 
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이 목걸이가 주술적인 효능 같은 게 있다면,
 
인규와의 섹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규와 섹스를 하면서도 윤 이사를 떠올리게 될까?
 
그게 궁금했다.
 
윤 이사는 역시 그림의 떡일까?

그때 벨 소리가 울리고 인규가 들어섰다.
 
그는 포도주와 안주가 든 쇼핑백을 내려놓고, 팔을 벌려 유미를 꼭 안았다.

“어이구, 오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가 왜 꿀꿀해?
 
양돈업으로 바꿨나?
 
야! 그나저나 동물 중에서는 암퇘지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시간이 제일 길대.”
 
아,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
 
인규의 능청이 분위기를 확 바꾼다.
 
역시 눈앞의 떡이 좋구나.
 
손안의 떡은 더 좋고. 입안의 떡은 더더욱 좋겠지.
 
유미는 오랜만에 살짝 구미가 당겼다.

“나 샤워 좀 할게. 상 좀 차리고 있어. 꿀꿀…ㅋㅋ.
 
우리 오늘 돼지처럼 함 뒹굴자. 꿀꿀!”

인규가 휘파람을 불며 샤워를 하는 동안 유미는
 
식탁에 와인과 와인 잔을 차리고 접시에 치즈와 샐러드를 옮겨 담았다.
 
인규가 팬티만 입은 채로 식탁에 앉았다.
 
능숙하게 와인을 따고 시음을 했다.

“으음, 이거 괜찮지? 스파클링 와인이야. 오늘은 자기 기분 업시키려고.”

인규가 유미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어련하려구.”

유미가 기포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호박빛 와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얼굴이 우울해 보여. 무슨 일 있어?”

“그래 보여?”

“응. 뭐가 잘 안 돼?”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대.”

“무슨 제보?”

“윤조미술관 건으로 YB에 내 과거에 대한 음해 자료가 들어갔다나 봐.”

“과거? 과거라면….”

“자긴 짚이는 거 없어?”

“글쎄, 새삼스럽게 뭘.”

“자긴 날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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