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81) 개와 고양이의 진실-5

오늘의 쉼터 2015. 2. 25. 17:16

(81) 개와 고양이의 진실-5  

 

 

 

 

 

검은색 세단이 유미의 차 앞에 섰다.
 
기사가 내려 문을 열어주자 윤 이사가 내렸다.
 
유미도 제 차에서 내렸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오랜만이었다.
 
실제로 만난 것은 거의 20일 만이었다.
 
모니터에서 마지막 본 게 열흘 전이었으니….

“오랜만이에요, 윤 이사님.”

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그래요. 잠시 유미씨 차로 갈까요?”

“누추할 텐데…. 그런데 갑자기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유미가 다소 쌀쌀한 어조로 말했다.
 
그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역시 유미씨는 고양잇과예요.
 
하긴 난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침 흘리고 꼬리 흔드는 여자는 질색이에요.”

“그래요? 전 갯과의 남자를 좋아하는데,
 
고양이, 스라소니 이런 짐승은 왠지 정이 안 가요.”

윤 이사의 별명이 스라소니라는 걸 알고 비꼬자 그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이 근처에 좀 조용한 곳은 없어요? 잠깐 드라이브나 할까요?”

“시간은?”

“15분 정도.”

“풋, 무슨 마약 밀매 조직 같네요.
 
그런데 보스가 이렇게 행차하시다니.”

유미가 캠퍼스의 한적한 곳으로 차를 몰아갔다.
 
차량과 인적이 뜸한 기숙사 쪽으로 올라가서 차를 세웠다.
 
뒤쪽으로는 소나무가 심어진 작은 정원이 있었다.

“이걸 전해 준다는 게… 그동안 미안해요.”

윤 이사가 꺼낸 것은 포장이 된 상자였다.
 
티파니 목걸인가?

“마약 거래가 아니라 보석 밀매업자인가?”

“둘 다입니다. 이걸 목에 두르면 마약효과가 나는 거니까….”

“물어볼게요. 이거 선물이에요?
 
뇌물이에요? 그것도 둘 다라고 눙치지 말고 대답해 봐요.”
 
“아마도 선물이겠죠. 난 누구에게도 사업상 뇌물 같은 건 안 줘요.”

“선물치곤 성의가 너무 없으시네요.
 
게다가 최고의 효과적인 타이밍도 놓치고….
 
아마 이걸 걸어도 마약의 약효와 약발은 다 안 받을 걸요.”

“그럴까요?”

그가 상자를 열었다.
 
목걸이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고혹적이었다.
 
붉은색 가닛이 햇빛에 반짝반짝 윙크를 하며 유혹하고 있었다.

“가닛은 1월의 탄생석이죠.
 
우리가 만난 게 새해 첫날이니까.”

그가 손에 목걸이를 걸고 말했다.

“걸어주고 싶어요.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만 풀어 봐요.”

유미는 그대로 윤 이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윤 이사가 눈길을 피하며 유미에게 다가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유미는 살짝 목고개를 숙여주었다.
 
그의 머리칼과 목덜미 쪽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무슨 향수를 쓰는 걸까?
 
그 순간 눈앞에 어른대는 그의 잘생긴 귓바퀴를 꽉 깨물고 싶은 충동을 유미는 눌렀다.
 
그 마음이 전해진 걸까?
 
목걸이를 건 윤 이사가 유미의 고개를 두 손으로 받치고 갑자기 키스를 했다.
 
그러나 몹시도 부드러운 키스였다.
 
오후의 햇살에 빛그림자가 어룽대는 것처럼 재채기가 나올 듯 감질나고 부드러운 키스.
 
그때 까치가 소나무숲에서 깍깍대고 울었다.
 
두 사람이 그 소리에 떨어졌다.
 
마지막 햇살이 차창에 부서졌다.

“어때요? 약발, 괜찮아요?”

윤 이사가 물었다.
 
유미는 대답 대신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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