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개와 고양이의 진실-1
서울로 돌아온 유미의 기대는 뉴욕 출장에서 돌아온 윤 이사와의 해후였다.
그러나 그는 유미에게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그의 휴대폰 전원은 늘 꺼져 있는 상태였다.
벌써 3일째다.
MSN으로 접속을 시도해 봤으나 그것도 허사였다.
유미는 은근히 화가 났다.
벌거벗고 티파니 목걸이로 유혹했던 화면 속의 그 남자는 도깨비였나?
아바타였나?
회사의 그의 사무실로 전화하자 그의 여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이사님이 바쁜 일정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메시지를 남겨주겠다고 했다.
“오유미라고 합니다. 윤조미술관 건으로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요.”
어쩔 수 없었다.
비즈니스 핑계를 댔다.
그래도 그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실무적으로 직속상관이 될 최 부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윤조미술관 재개관에 대한 계획과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전화로 받았다.
유미는 그때 깨달았다.
윤 이사가 까마득히 높은 그녀의 상관일 뿐이라는 것을.
대감마님의 장난에 쇤네의 마음이 춘삼월 아지랑이처럼 어지러웠구나…
그래, 정신 차리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비즈니스엔 비즈니스다.
재개관 일정이 촉박했다.
유미는 박용준에게 전화했다.
유미의 전화를 받은 용준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어? 오 선생님, 웬일이세요?”
“내일 시간 있어요?”
“낮이나 밤이나 물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요?”
“점심 어때요?”
“무슨 일인데요?”
“용준씨한테 좋은 일이면 좋겠는데….”
유미는 시간과 장소를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용준의 가슴이 설레었다.
용준에게 좋은 일이라면…용준은 새해 첫날,
유미와 함께 보낸 밤을 떠올렸다.
아싸! 유미가 유혹을 하는 것이라면!
유미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금세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버렸다.
유미는 용준과 통화를 끝내고 성미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용준씨랑 점심 약속을 했어요. 어쩌시겠어요?”
“어쩌나. 내일은 점심약속이 잡혀 있는데….”
“그럼 알아서 하세요. 전에 한 번 용준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셨잖아요?”
“네, 그랬죠. 저를 요리조리 피하고 안 만나 주니까.
그러면 죄송하지만 점심 식사하시고 조금만 더 계시겠어요.
제가 점심 끝내고 바로 그리로 갈게요.”
“알겠어요.”
이건 내가 뭐 마담뚜도 아니고,
사랑의 전령사도 아니고, 뭐야?
별거 중인 커플 일에 나서다니.
커플을 맺어주는 건 성미림이 전문 아닌가?
역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유미는 그들의 선택에는 관심이 없다.
미림은 용준을 물고, 용준을 지완을 물고 있는 이 러브체인이
제 꼬리를 잡으려고 뱅뱅 도는 강아지처럼 우스꽝스럽다.
다만 우유부단한 용준이 유미의 제안은 두말없이 선택할 것이다.
사실 여자 앞에서 자주 길을 잃는 용준 같은 남자는 오히려 다루기가 좋다.
말은 말 위에 탄 사람이 부리는 것이므로.
그러나 윤동진 같은 남자는…
일단 그는 훌륭한 채찍과 안장과 박차를 가진 조건 좋은 기수다.
이 경우엔 오히려 유미를 암말로 부리려 할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말도 말 나름.
살짝 맛이 간 암말을 몰아보진 않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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