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첫사랑-12
드디어 크로키 ‘목석’은 원래의 목석답게 표정의 변화 없이 가운을 벗었다.
교실 안의 여자애들은 어젯밤의 호기와는 달리 조용하기만 했다.
몇몇 여자애들은 나름대로 몸에 딱 붙는 옷이나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오긴 했다.
그러나 의기소침하게 앉아 있었다.
은밀한 공모자의 눈길로 교실 안은 긴장감이 돌았다.
모델이 포즈를 취할 때마다 화첩 넘기는 소리와 연필이 스삭거리는 소리만 조용히
공기를 가를 뿐이었다.
수업이 일정궤도에 접어들자 교수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바로 이때다!’하는 신호로 과대표가 헛기침을 했다.
그걸 신호로 여자애들이 킥킥대며 섬처녀인 ‘거시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거시기’는 어젯밤의 음탕한 말과는 달리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맨 앞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갑자기 연필을 떨어트렸다.
“어머, 내 연필!”
과에서 좀 논다고 소문난 여자애였다.
그 여자애는 유난히 가슴이 커서 별명이 ‘애마부인’이었다.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티셔츠를 입고 온 ‘애마부인’이 한껏 상체를 숙여
‘목석’의 발밑에 떨어진 연필을 찾았다.
여자애들이 숨을 죽였다.
그러나 ‘목석’은 허공을 향해 준 눈길에 어떤 동요도 나타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연필을 주워 든 ‘애마부인’이 말에게 걷어차인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때 가운뎃줄에 앉아 열심히 연필을 놀려대던 여학생 하나가 조용히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그녀는 ‘목석’의 정면에 서서 한동안 그의 눈을 응시했다.
잠시, 쟤 왜 저래? 하고 궁금증이 일 때쯤에 그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아!하는 탄성과 동시에 ‘목석’의 눈빛도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 여자애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목석’의 눈을 응시하며 입은 옷을 다 벗었다.
올 누드가 된 그녀가 누드모델처럼 거침없이 포즈를 취했다.
여학생들이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다들 안 그리고 뭐해?”
그 말을 신호로 학생들이 연필을 들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포즈를 취해주더니
나비처럼 우아하게 ‘목석’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목석’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 여자애는 그 손의 손톱을 세워 ‘목석’의 목에서부터 그림을 그리듯 선을 그어나갔다.
여자애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와 ‘목석’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여자애의 손은 그의 배꼽에서 멈췄다.
갑자기 그의 물건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비엔나 소시지가 프랭크 소시지가 되는 순간을 백여 개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당황한 ‘목석’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드디어 그가 손으로 자신의 그곳을 눌렀다.
그러나 두더지처럼 빼꼼 고개를 내민 ‘거시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여자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목석’은 화가 난 얼굴로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는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여자애들이 발을 구르며 웃었다.
그때 교수가 들어왔다.
그 여자애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시 포즈를 취했다.
공모자인 학생들은 순간,
입을 다물고 부지런히 연필을 놀렸다.
마치 남자누드 모델 대신 이번엔 여자누드 모델을 그린다는 듯이….
한동안 교수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왕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취하는 다양한 포즈에 사뭇 만족한 듯 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수업은 수업이다.
교수는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수업이 끝나자 모델 여학생에게 한마디 했다.
“오유미, 너 수업 끝나면 내 방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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