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70) 첫사랑-7

오늘의 쉼터 2015. 2. 12. 01:31

(70) 첫사랑-7 

 

 

 

 

수민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모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걔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오죽하면 내가 미국에 있는 수진이한테 이 노구를 의탁하려고 하겠니.
 
에구, 아무리 자식이라도….”

이모는 수민의 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 하는 눈치가 아니다.

“일본에 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거 같은데….”

“돌아온 지 꽤 된다. 부산에 살고 있지. 나도 얼굴 자주 못 봐.”

“얼굴 한번 보고 갈까? 아님 통화라도 한번 해야겠네.”

이모는 마지못해 전화번호를 찾아주었다.
 
그러고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눈을 꾹 감고 끙, 하고 방바닥에 누웠다.
 
유미는 텅 빈 가게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항구의 불빛이 꽤 정답게 느껴진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 돌아오니 금방 모든 게 익숙하고 정답게 느껴졌다.
 
수민 오빠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유미는 핸드폰을 꺼내 열여섯 살 때처럼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음악소리가 들렸다.
 
좀 시끄러운 곳인지 새된 남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보세요? 저어…오빠…?”

“아아, 전화 잘못 거신 거 같은데요.”

“이수민씨 핸드폰 아닌가요?”

“예, 그런데요.”

“오빠, 나 유민데…오유미.”

“…….”

한동안 그도 말이 없었다.

“수민 오빠 맞지?”

“으음…오랜만이다. 정말로….”

“나 부산 왔어. 이모네 가게야. 내일 올라가는데…보고 싶다.”

“그래, 볼까? 이리로 올 수 있어? 아직 일이 안 끝났거든.”

“응, 내가 그리로 갈게.”
 
유미는 그의 설명을 듣고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시내에 위치한 커다란 라이브 클럽이었다.
 
손님이 주로 부산항에 정박한 국내외 선원들일 거라 짐작됐다.
 
대부분이 남자들인 그곳에 유미가 테이블에 혼자 앉으니 온 몸이 따끔거렸다.
 
그런 시선과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유미는 맥주를 시켰다.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수민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수민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침 무대 위에서는 동남아 뮤지션들의 라이브 콘서트가 한창이었다.
 
흘러간 팝송이나 재즈를 연주하고 있었다.

몇 곡이 끝나자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장을 짙게 한 늘씬한 미녀 가수가 나타났다.
 
몇몇 테이블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팽글이 많이 달린 블랙 롱드레스 위로 반쯤 드러난 가슴이 탐스러웠다.
 
파인 등의 선도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어느 나라의 가수일까? 동남아 여자라고 하기엔 뼈대가 길쭉하다.
 
북방계 미녀처럼 늘씬하고 기품 있다.

그녀는 ‘어니스티’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욘세처럼 매끄러운 영어 발음과 허스키하면서도 풍부한 가창력이 좋았다.
 
곡이 끝나자 이번에는 연달아 일본 가요를 불렀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있는지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에 그녀가 부른 노래는 조성모의 ‘투 헤븐’이었다.
 
완벽한 한국어 발음으로 노래하는 그녀를 왜 외국인이라고 착각했을까.
 
노래를 끝내고 그녀가 무대에서 사라졌다.
 
유미는 맥주를 마시며 계속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연락도 없이 왜 아직 안 오지?
 
그러다가 유미는 수민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오빠, 나 기다리고 있어.’

그때 유미의 앞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72) 첫사랑-9  (0) 2015.02.15
(71) 첫사랑-8   (0) 2015.02.15
(69) 첫사랑-6  (0) 2015.02.12
(68) 첫사랑-5  (0) 2015.02.12
(67) 첫사랑-4  (0) 201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