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첫사랑-5
오랜만에 이모를 보니 엄마 생각이 절로 났다.
이모는 그새 많이 늙어 있었다.
이모부가 세상 떠난 지 벌써 십년이 다 되어간다.
여장부 같은 이모는 평생 골골한 남편을 대신해서 살림을 꾸렸다.
이제는 여장부 같은 이모도 지병으로 가게를 정리하고 미국에 살고 있는
맏딸인 수진 언니의 집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수진 언니는 수민의 누나,
즉 유미의 이종사촌 언니다.
유미보다 네 살이 많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유미는 수진언니보다는 수민과 더 잘 지냈다.
“너를 부른 것은, 이제 내가 미국으로 가면 너를 언제 볼까 싶기도 하고….
“너를 부른 것은, 이제 내가 미국으로 가면 너를 언제 볼까 싶기도 하고….
이번에 가게랑 땅이랑 다 정리하면서 네 엄마 몫까지 좀 나눴다.
얼마 안 된다.
월급쟁이 연봉 정도밖엔 안 돼.
애초에 우리 집에서 일하면서 네 엄마랑 약조한 지분이 있거든.
불쌍한 년, 평생 팔자가 안 풀려서 고생만 하다 갔는데
갑자기 죽어버려 미리 뭘 챙길 수가 있었어야지.”
이모가 수표를 내밀었다.
“이모, 저한테까지 뭘 이렇게….”
유미가 선뜻 받지 못하고 있자 이모가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이게 뭐예요?”
“땅 문서다.”
“네?”
“네 땅이다.”
점점 모를 소리다.
“너를 낳은 후 네 에미가 어딜 다녀오더니 정신 나간 얼굴로 돈가방을 내밀었다.
이모가 수표를 내밀었다.
“이모, 저한테까지 뭘 이렇게….”
유미가 선뜻 받지 못하고 있자 이모가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이게 뭐예요?”
“땅 문서다.”
“네?”
“네 땅이다.”
점점 모를 소리다.
“너를 낳은 후 네 에미가 어딜 다녀오더니 정신 나간 얼굴로 돈가방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 돈에 침을 뱉으며 손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돈인지 내막은 절대 얘기 안 하더라.
다만 네 장래를 위해 아껴두고 싶다고 하길래,
마침 그 돈으로 살 만한 땅을 내가 사줬다.
현금으로 갖고 있으면 그 야차 같은 조가 놈의 아가리에 들어갈 일도 걱정되고….
그래서 명의를 내 이름으로 해 뒀는데,
이번에 정리하려는데 맞춤한 임자가 없더구나.
싸게 팔든 명의 변경을 하든 네가 알아서 하려무나.
워낙에 싸게 샀던 땅이지만 더 두면 앞으로 괜찮을 거다.”
갑자기 유미 앞으로 현금과 이백 평의 땅이 선물로 떨어졌다.
지금이야 유미가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한때 유미는 너무도 살 길이 막막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부자들을 모조리 총으로 쏘고 싶거나 백화점에서 미친 듯 물건을 훔치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때, 고향이나 엄마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던 존재들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처지를 얼마나 비관했던가.
그러다 남들이 자신의 그 몸뚱이를 훔치고 싶어한다는 걸 체득한 후부터 유미는
그것을 무기로 세상을 헤쳐나가야 했다.
그런 유미에게 왜 엄마는 일언반구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긴 불의의 죽음을 맞은 엄마가 그런 걸 이야기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이게 무슨 돈이기에 엄마가 침을 뱉었어요?”
유미의 물음에 이모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글쎄다. 무슨 곡절이 있는지…원.
“이게 무슨 돈이기에 엄마가 침을 뱉었어요?”
유미의 물음에 이모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글쎄다. 무슨 곡절이 있는지…원.
얘, 그나저나 그 조가 놈이 어디서 홍길동처럼 나타나면 큰일이다.
돈 냄새 맡는 데는 코가 개코다.”
“참, 그 사람은 지금 뭐해요?”
“글쎄, 아직 빵깐에 있는지 나와서 배를 타고 처돌아다니고 있는지
“참, 그 사람은 지금 뭐해요?”
“글쎄, 아직 빵깐에 있는지 나와서 배를 타고 처돌아다니고 있는지
또 어느 년을 틀어쥐고 괴롭히고 있는지….”
유미는 나쁜 기억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모…. 지금은 아무 관심 없지만,
유미는 나쁜 기억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모…. 지금은 아무 관심 없지만,
이모도 역시 제 아버지가 누군지 정말 모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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