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첫사랑-4
수민 오빠는 유미보다 한 살이 더 많은 이종사촌 오빠였다.
어렸을 때부터 ‘갈매기식당’에서 이모네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오누이처럼 자라났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함께 있을 기회가 많았다.
밤늦도록 두 엄마들은 정신없이 바빴다.
그리고 두 엄마들은 아침엔 해가 높이 뜰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안채의 골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간혹 소년과 소녀는 조금씩 서로의 몸을 탐구했을 뿐이었다.
진도가 아주 느린 탐구생활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민은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민은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유치원에 둘이 함께 다니면 자매인 줄 아는 사람도 많았다.
어릴 땐 언니처럼 살갑고 다정다감한 수민 오빠가 좋았다.
그런데 그런 수민의 몸이 사춘기가 되자 달라지는 게 신기했다.
그건 수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로의 몸을 조금씩 만져보고 감탄했다.
가을 소나무 숲의 흙을 뚫고 불쑥 올라온 송이버섯과 갓 잡아 올린 상큼한 조개를
나눠 가진 두 몸이 신비로웠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유미는 엄마의 억압에 눌려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진도를 못나가고 서로의 몸을 갈망하기만 했다.
어린 두 사람에게도 금기를 깨고 싶지 않은 준엄한 도덕률이 내재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그건 수민의 탐구심 부족이 문제였을까?
진주조개처럼 앙다문 어린 유미의 몸이 내압을 견디지 못해 그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을 때,
그는 결정적으로 유미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부했다.
유미는 생애 처음으로 비참함을 느꼈다.
유미가 부끄러워하는 이브처럼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하자
수민은 유미를 안고 달랬다.
“너를 지켜주려는 거야.”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를 지켜주려는 거야.”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열다섯 살의 유미는 더욱 서럽게 울음이 솟구쳤다.
아아,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휙 열어젖혔다.
엄마였다.
엄마는 거의 발작을 하듯 유미에게 달려들었다.
“이 갈보 같은 년!”
태초의 아담과 이브 같은 모습으로 안고 있던 두 사람은 앞을 가릴 나뭇잎,
“이 갈보 같은 년!”
태초의 아담과 이브 같은 모습으로 안고 있던 두 사람은 앞을 가릴 나뭇잎,
아니 천조각조차도 발견하지 못한 채 혼비백산하여 뛰쳐나갔다.
그 와중에도 수민은 줄행랑을 쳤다.
유미는 머리채를 잡힌 채 엄마에게 온갖 저주와 악담을 들어야 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진 거,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진 거,
악마 같은 네 년이 내 몸에 들어왔기 때문이야.
앞으로 뭐가 될지, 난 네가 무섭다.”
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유미를 데리고 ‘갈매기식당’을 나와 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유미를 데리고 ‘갈매기식당’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이를 갈며 미워하던 남자에게 빌붙어 살기 시작했다.
남자는 자신이 친아버지라며, 아버지라고 부르라 했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민도 그때 이후로 더 이상 유미를 보려 하지 않았다.
소년소녀의 탐구생활은 거기서 끝나버렸다.
유미는 엄마의 바람대로 평범하고 얌전한 소녀로 자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후 유미가 여자로서,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할 때 수민의 그림자는 한동안 드리워졌다.
따지고 보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아니 첫사랑의 후유증인지 모른다.
성미림의 표현대로 유미가 지금은 남녀관계의 달인인지 모르지만,
모든 시작은 이렇듯 미미했다.
아니 비참했다.
게다가 그 일을 떠올리면 엄마의 악담이 먼저 튀어나왔다.
갈보 같은 년.
그 말은 유미의 심중에 깊이 박혔다.
섹스를 할 때마다 그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세월이 이렇게 흘렀고,
그 당시의 엄마와 비슷한 나이에 이르자 유미는 엄마를 이해할 것 같았다.
다만 유미가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죽음에 관한 기억은 아주 깊은 서랍에 묻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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