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첫사랑-2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나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씀?
“두 분 관계의 문제는 두 분이 알아서 하셔야죠.”
“그 사람이 오 교수님을 워낙 존경하는 데다가 또 오 교수님은 남녀관계의 달인이시잖아요?”
요즘 오만가지 달인이 뜬다고 하지만 남녀관계의 달인이라…?
유미는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솔로몬의 지혜 같은 게 필요하다는 건가요?”
“어머!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역시 비유도 참 뛰어나세요.”
서로가 생모라 우기는 두 여인이 데려온 아이를 보며 솔로몬은 말했다.
그럼 이 아이를 똑같이 두 부분으로 자르거라!
그렇다면 솔로몬처럼 잔인할 수밖에.
제게 껄떡대는 그에게 제 친구를 소개했고,
또 제가 한 번 맛을 봤답니다.
자자, 공평하게 박용준을 세 등분으로 자릅시다.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인 그의 물건도 역시 공평하게….
이러자니 나이브한 성미림이 불쌍하고,
거짓말을 하자니 양심이….
이럴 땐 성미림을 죽이는 거보다는 양심을 죽이는 게 더 양심적이다.
“그러죠, 뭐. 제가 조만간 한번 연락하죠.”
어쨌거나 조만간 박용준에게 연락을 할 참이었다.
다음 달 미술관 일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용준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유미가 편히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참모나 비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믿을 만하고 충성스럽고 또 만만해야 했다.
말하자면 여비서의 특수 업무가 아니라 마당쇠의 특수 업무라고나 할까.
용준은 유미의 제자이면서도 전공이 비슷하고 돈에 궁하며 유미에게 갈망을 품고 있다.
유미가 종을 울리면 침을 흘리게 되어 있다.
파블로프의 개든 플란더스의 개든 유미에게는 충견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러나 내일이면 윤동진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유미에게 티파니에서 샀다는 목걸이를 보여준 이후, 그는 가끔 밤에 유미에게 전화했다.
그러면 유미는 마음이 달떠 집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인규를 만난 날도 그랬다.
얼른 집으로 들어가서 그의 얼굴과 몸을 모니터로 보며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거뿐이라면 모르겠는데,
요즘 두 사람의 대화 수준이 거의 폰섹스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아, 왜 이러지?
나야말로 파블로프의 암캐가 되었나?
그깟 목걸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조건? 나 오유미 그런 여자 아냐.
아니, 사실 쫌 영향은 있다.
영양가 있는 먹이에 끌리는 건 본능 아닌가?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이상하게 그가 유미의 무언가를 자극했다.
그것은 딱딱한 껍질 밑에 깊이 감추어진 여린 살 같은 그리움이었다.
그 미묘하고 섬세한 느낌이 유미를 설레게 하는 것이다.
그의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라 그랬나?
하지만 그건 일할 때고, 연애에 관한 한 그는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남자가 분명했다.
양날의 칼처럼 그 두 가지를 갖고 있는 그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 그런지 요즘 들어 인규와의 관계가 좀 시들해졌다.
윤동진에 비하면 인규의 칼은 무디어진 무쇠칼 같은 거라 해야 할까.
정리해야 될 때가 온 걸까?
이렇게 뜸 들이고 워밍업만 하고 있는 윤동진이 완벽한 준비를 하고 칼을 빼들 날은 곧 오겠지.
유미는 그 생각을 하면 입 안에 레몬 한 조각을 물고 있는 듯 기분 좋은 몸서리를 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