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64) 첫사랑-1

오늘의 쉼터 2015. 2. 8. 15:05

(64) 첫사랑-1

 

 

 

 

 

“거기 오유미씨 전화 맞지요?”

 

나이 든 여자의 목소리가 유미를 찾고 있다.

 

“네… 맞는데요.”

 

알듯 말듯한 목소리다.

 

“아이고야, 유미 맞냐? 나다. 이모다.”

 

“이모…!”

 

“그래, 이것아. 잘 있냐?”

 

“예에. 이모도요?”

 

“나야 이제 거의 다 산 목숨이라 그렇다만…. 독한 것.”

 

몇 년 만에 이모의 목소리를 듣는다.

 

“너, 고향에 한번 내려와야겠다.
 
모레가 니 에미 기일이기도 하고, 긴히 할 얘기도 있고….
 
내가 이제 널 얼마나 보겠니.”

 

고향을 등진 지는 10년도 훨씬 넘었다.
 
더군다나 엄마가 죽은 이후로는 거의 찾아가지 않았다.

 

“긴히 할 얘기라니요?”

 

이모는 엄마에게는 부모와 같은 존재였지만,
 
엄마도 죽고 난 지금, 유미에게 긴히 할 얘기란 무엇일까?
 
유미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고향의 이모가 애걸하다시피 부탁하는 걸 거절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모레가 엄마의 기일이라니. 유미는 갑자기 가슴이 찌르르, 저려온다.
 
그래, 내일 고향에 내려가야겠다.
 
고향… 유미는 고향은 물론 이 세상에 부모도 없는 고아다.
 
그래도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분명 유미에게도 엄마가 있었고,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바다 냄새 물씬 나는 고향의 공기를 들이켰을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스케줄을 보니,
 
결혼정보업체 ‘백년가약’에 특강이 잡혀 있는 날이다.
 
유미는 ‘백년가약’의 성미림 실장에게 전화를 건다.
 
서로 새해 덕담을 나누고 나서 유미가 본론을 꺼냈다.

 

“성 실장님, 어쩌죠?
 
제가 내일 고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좀 내려가야 하는데….”
 
“어머, 오 교수님, 혹시 펑크 낸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백년가약에서 한 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이번만 좀 봐 주세요.”

 

“혹시 경쟁업체에 나가시는 건 아니죠?
 
워낙 인기가 좋으시니까.
 
그나저나 어쩌지?
 
이번 한 번 봐드리면 이자 많이 붙어요.”

 

“예, 사채 이자로 드릴게요.”

 

“할 수 없죠, 뭐.”

 

“담보도 이만하면 확실하잖아요?”

 

성미림이 인정한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오 교수님, 요즘 박용준씨 만난 적 있어요?”

 

“요즘 방학이라 만난 적은 없지만, 으음…조만간 만날 일이 있어요.”

 

“그래요?”

 

“왜요?”

 

“아이, 저기… 모르시겠지만,
 
요즘 저희가 약간의 문제가 좀 있거든요.
 
용준씨를 만나서 해결할 일이 있는데 계속 저를 피하는 거 같아서요.”

 

사실 성미림과의 인연은 박용준이 맺어 준 것이다.
 
유미가 인기 강사인 걸 알고는 용준이 성미림을 연결해주었다.
 
미림은 유미에게 ‘백년가약’의 직원과 멤버를 위한 강의를 제안해왔다.
 
용준의 입장에서는 유미에게 접근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자신의 동거사실을 고백하면서 유미에게 이런저런 상담을 받기 위한 구실.
 
애인의 마음을 모르겠다며 상담을 청하며 접근해오는 경우는,
 
 4B 연필 보다 더 까만 흑심이 들어있다는 걸 왜 유미가 모르겠는가.
 
용준의 잔머리가 구글 어스의 위성지도만큼 훤히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기… 제가 용준씨와 만날 때 합석하셔서 용준씨에게 조언을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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