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홀리데이 콜렉션-12
유미가 사무실을 나올 때 그가 또 한번 악수를 청했다.
유미의 손을 꽉 힘주어 잡았는데 들어올 때의 악수와는 묘하게 느낌이 달랐다.
그가 유미를 강렬히 원한다는 느낌이 순간 전해져 왔다.
갑자기 전류가 통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도발적인 게 더 매력적이라… 독특한 남자다.
역시 토종 한국 남자와는 좀 다른 데가 있다.
별명이 스라소니인 남자. 한번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할 그런 짐승 같은 남자.
오랜만에 유미는 살짝 흥분이 되었다.
유혹당하고 싶은 이런 순수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다.
마음을 빼앗겨도 좋을 거 같았다.
유미는 잠들 때마다 윤동진을 생각하는 자신에게 놀랄 때가 있다.
호텔 풀장에서 보았던 스포츠로 단련된 그의 탄탄한 초콜릿 식스팩 복근이
아삼아삼하게 떠올랐다.
살짝 잠이 들었을까?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윤동진입니다. 자요?”
잠이 번쩍 깼다.
그러나 유미는 잠이 덜 깬 섹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다 깼어요. 미국이에요?”
“예, 뉴욕 제 아파트입니다.
방금 조깅 끝내고 들어왔어요.
땀이 많이 나서 샤워하고 전화하는 겁니다.”
갑자기 그의 몸이 영화 장면처럼 떠올랐다.
몸속 깊은 곳에서 찌르르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때 유미의 마음을 간파했는지 그가 말했다.
“보고 싶네요.”
“…저도요.”
“정말입니까?”
“정말 보고 싶어요.”
내숭 떨 필요 없다.
솔직하게 그가 그립다.
오랜만에 이런 알싸한 그리움을 갖는 자신의 감정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잠깐만요. 그럼, 보여 드릴게요.”
“……?”
“컴퓨터에 부팅할 수 있죠? MSN에 접속하세요.”
아닌 밤중에 무슨 홍두깨람.
유미는 속옷만 입은 채 컴퓨터 앞에 앉아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화면에 그가 나타났다.
핸드폰을 귀에 댄 그가 웃으며 “하이~” 하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샤워를 갓 끝냈는지 젖은 머리칼에 물방울까지 맺혀 있는
그의 탄탄한 상반신이 생생하게 나타났다.
“놀랐죠? 웹캠 성능이 좋죠.
유미씨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전에 했던 말 수정할게요.”
“무슨 말?”
“보면 더 보고 싶고, 안 보니까 미쳐 버릴 거 같네요.
다음엔 유미씨에게 화상폰을 하나 선물해야겠어요.
잠깐! 진짜 선물이 있어요.”
그가 컴퓨터에서 물러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어딘가로 나갔다 들어왔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남자의 몸. 그도 훌륭한 무기를 갖고 있다.
걸어 다니는 다비드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
컴퓨터 앞으로 다가앉으며 웹캠 앞으로 그가 손에 든 무언가를 흔들었다.
작은 상자 속에서 꺼낸 것은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티파니에서 샀어요.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오옷! 꿈이야, 생시야?
유미는 눈을 크게 떠 보았다.
자다가 웬 떡이야?
아니 웬 목걸이? 유미는 꿈처럼 다가온 이 행운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내 입을 벌리고 있다가 티파니 목걸이를 덥석 무는 물고기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아아, 그의 물고기가 되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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