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62) 홀리데이 콜렉션-11

오늘의 쉼터 2015. 2. 8. 14:38

(62) 홀리데이 콜렉션-11

 

 

 

 

 


윤동진의 속셈은 무엇일까?

 

유미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손해날 일은 전혀 없었다.

 

윤조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란 자리는 연봉이나 근로 조건부터 파격적이고 매력적이었다.

 

그는 연애와 사업 중에서 사업이란 미끼로 유미를 유혹했다.

 

유미는 새해 들어 자신의 운이 서서히 개화되리라는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

 

김 교수 또한 전화를 했는데, 3월 전에 있을 대학의 교수 채용 공채에 원서를 내보라고 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유미가 이만큼이나 된 것은 생존본능이 강했기 때문이다.

 

돈도 ‘빽’도 없이 오로지 몸 하나로 뚫고 나온 길이었다.

 

생존전략이라면, 생에 대한 열정과 사람의 마음을 읽고 적재적소에 유혹의 기술을 양념처럼

 

사용한다는 정도다.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게 제일 힘들다.

 

돈을 뺏는 것보다 몸을 뺏는 것보다.

 

인규의 조사가 아니더라도 윤동진의 마음을 뺏어보고 싶은 오기가 났다.

 

그는 왜 이혼을 했을까?

 

그리고 왜 3년 이상이나 홀로 살고 있을까?

 

그렇게 굶어도 괜찮은 걸까?

 

그 시라소니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다음 달부터 미술관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윤조미술관 건으로 윤동진을 자주 만날 일은 없었다.

 

다만 임원진과 인사를 할 일이 있어서 그의 회사에 들른 적이 있었다.

 

비서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그의 방에서 직원을 혼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냉정하고 절도 있는 힘 있는 목소리. 마치 오페라의 대사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방 밖으로 나온 직원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임원이었다.

 

비서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가자 빈틈없이 단정한 매무새를 자랑하는

 

그가 매력적인 웃음을 머금고 악수를 청했다.

 

좀 전의 살벌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차를 내온 여비서를 물리자 그는 은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

 

유미는 차를 마시며 미소만 지었다.

 

“잠깐 후회한 적이 있어요. 여비서로 쓰는 건데…하구요.”

 

“그거 성희롱 발언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그가 피하지 않고 말했다.

 

“윤 이사님의 여비서는 특별한 업무를 하나 보죠?”

 

“오해는 마세요. 오유미씨가 여비서라면 그런 파트를 새로 만들고 싶다는 얘기니까요.”

 

“여비서의 특별업무라…야동 제목 같아요.”

 

유미가 큭큭대자 윤동진이 물끄러미 유미를 바라보았다.

 

왠지 그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오늘은 임원들과 인사하시고 저녁을 함께 먹도록 해요.

 

오늘 함께 있고 싶은데 아버님 생신이에요.

 

내일부터는 미국 지사에 출장이 보름 잡혀 있어요.

 

그거 알아요?

 

안 보면 안 보고 싶은데 보면 자꾸 보고 싶어요.

 

혹시 MSN 하세요?

 

제가 아주 외로운 밤에 전화나 채팅해도 되죠?”

 

“윤 이사님도 외로우세요?”

 

“아무에게나 마음을 못 줘서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을 뺏긴 적은 있어요?”

 

“딱 한 번. 바로 지금.”

 

유미는 그의 강렬한 눈빛을 느꼈다.

 

유미는 감지했다.

 

그가 유미를 얼마나 원하는지.

 

“그날 밤…화나시지 않았어요?”

 

유미는 용준을 끌어들여 잤던 새해 첫날에 대해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런 거 상관없어요. 난 도발적인 유미씨가 더 매력적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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