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홀리데이 콜렉션-10
베네치아의 별실. 윤동진은 디저트가 들어올 때에서야 본론을 꺼냈다.
그동안에는 의례적인 안부 인사와 사업이야기, 그림이야기만 했다.
“그래서 본론은 제가 오 선생님에게 뭘 한 가지 제안하려고 합니다.”
“……?”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저처럼 힘없는 여자가 뭘 도울 수 있겠어요?”
“오유미씨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저야 뭐 무기라곤 얼굴밖에 없는데. 호호….”
유미가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그동안의 진지한 사업이야기에 진력이 나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겁니다. 미모와 재능을 무기로 하는 일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거 아시지요?”
“네….”
“그게 한 몇 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애정을 갖고 만든 건데 그 유지가 무색해졌지요.
그걸 맡아서 되살려달라는 겁니다.”
“예? 제가요?”
“오 선생님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전공이기도 하고 또 가공할 무기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걸 공익사업에 쓰는 것도 보람 있겠지요.
물론 보수는 후하게 드리겠습니다.”
“글쎄요…저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서….”
“매일 상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요한 직원과 인턴사원 등은 아낌없이 지원하겠습니다.
새로 뽑으셔도 되고요.
운영문제에 관한 한 최대한 오 선생님의 방침을 존중하겠습니다.
오 선생님의 독립적인 사업체라 생각하면 될 겁니다.”
뜻하지 않은 굉장한 제안이었다.
유미는 며칠 더 생각해보겠다고 약간 뺐다.
그날 점심을 먹고 윤동진이 떠나자 인규가 불안한 눈길로 다가왔다.
그러나 쿨한 척 티를 내지 않으려는 게 역력했다.
유미가 윤 이사의 제안을 설명했다.
“제안을 수락하기 전에 나도 저쪽을 좀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인규씨가 좀 알아봐 줘.”
이틀 뒤 인규가 전화를 했다.
“윤동진. 38세. 그룹의 세 아들 중 차남이지만 실세.
업계에선 시라소니라는 별명이 있다고 해.
날렵하고 민첩하게 뜻한 바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 성취한다고 해.
회사 내에서도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네.
그룹의 윤조 미술관은 모친 조 여사의 유지 사업인데 윤동진의 전처가 운영을 했다고 해.
3년 전 이혼한 후에는 유명무실한 기관이 되어버렸어.
슬하에 자녀는 없고. 취미는 각종 스포츠, 골프, 승마, 자동차 경주. 헬스 등.
여자관계는 큰 소문이 없고. 근데 할 거야?”
“돈 많이 주면 해야지.”
“그 돈 내가 주면 안 될까?”
“그럴래? 인규씨가 하라는 대로 하지, 뭐.”
유미가 웃으며 선선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윤동진이 제안한 연봉을 이야기하자 인규의 반응은 달라졌다.
“어쩔까? 그 돈 인규씨가 줄래?”
“해라, 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아까운 재능 썩히면 뭐 하냐?”
“역시 자기는 다른 남자들이랑 달라. 해보지 뭐.”
“근데 윤동진 속셈이 뭘까?”
“자기 좀 불안하구나. 걱정 마. 그 남자, 좀 호모 같아.”
“그렇지? 약간 그런 소문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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