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57) 홀리데이 콜렉션-6

오늘의 쉼터 2015. 2. 8. 14:21

(57) 홀리데이 콜렉션-6

 

 

 

 

 

 

 

 


용준과 유미는 바에서 제법 취했다.

 

용준은 전작이 있었던 터라 그랬지만,

 

유미 또한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했던 터였다.

 

용준은 자신이 유미를 얼마나 숭배하는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을

 

어떻게 표현할지 입이 열 개라도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유미는 입이 열 개라도 말을 할 수 없다는 표현을 이 경우에 써도 되는가,

 

생각하다가 깔깔대고 웃었다.

 

“그건 죄 지었을 때나 쓰는 표현이지.”

 

“예. 제가 오 선생님을 보고 감히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죄지요.”

 

가만히 보니 제법 귀여운 데가 있었다.

 

아직 말끔한 피부와 안경 너머의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이 소년처럼 느껴졌다.

 

물론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도 유치한 대로 순발력이 있었다.

 

젊지 않고는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윤 이사는 박용준에 대면 유치하진 않을지 몰라도 한마디로 재수 없는 남자다.

 

앗! 그런데 유쾌하게 웃다가 고개를 드니 한쪽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아, 윤 이사가 테이블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도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을까?

 

바보 같은 놈. 아니, 줘도 못 먹는 놈이니 불쌍한 놈.

 

유미는 못 본 척 더욱 더 다정하게 용준과 대화했다.

 

용준이 물끄러미 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이렇게 말하면 촌스럽겠지만, 제 첫사랑과 닮았어요.”

 

“그래? 그 첫사랑이 누구였는데?”

 

“중 3 때 음악선생님….”

 

“아유, 아유, 너….”

 

유미가 갑자기 용준의 볼을 꼬집었다.

 

그러자 용준이 유미의 그 손을 잡았다.

 

손힘이 셌다.

 

어쭈구리! 제법인데?

 

지완은 이렇게 젊은 애랑 알콩달콩 연애를 하겠구나.

 

갑자기 마음 한쪽에 지완을 주긴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용준이 갑자기 손을 끌어당겨 유미의 입술에 입술을 갖다 댔다.

 

상큼한 키스였다.

 

입술을 뗀 유미가 용준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용준의 눈이 말했다.

 

날 잡아 먹어요.

 

단 한 번의 입질로 그가 낚싯바늘을 콱 문 물고기 신세가 되었다.

 

유미가 일부러 지완을 염두에 두고 물었다.

 

“죄책감 안 느껴요?”

 

“전 박애주의자거든요.”

 

“그래?”

 

“입이 열 개라도 말 안 할게요.”

 

달아오른 용준이 두 눈으로 갈구하고 있었다.

 

“오 선생님은 어때요…?”

 

“흐음…난 성에 관한 한 공산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

 

그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가 유미의 긴 머리칼에 한 손을 넣어 끌어당겨 키스를 했다.

 

깊고 열정적이고 격렬한 키스였다.

 

젊은 남자의 격렬한 키스는 자극적이고 신선했다.

 

유미는 살짝 눈을 떠 보았다.

 

테이블에 앉은 윤 이사도 이 광경을 보고 있다는 걸 얼른 일별했다.

 

윙크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참았다.

 

“일어나요.”

 

유미가 일어나자 용준이 따라 나왔다.

 

객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흥분한 용준이 유미를 벽으로 밀어붙여 격렬하게 키스했다.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잊은 채 두 사람은 잠시 얽혀 있었다.

 

잠시 후에 한 남자가 망설이다 엘리베이터에 탔다.

 

유미는 겨우 용준을 저지하고 그 남자를 보았다.

 

윤 이사였다.

 

윤 이사가 10층과 12층을 동시에 눌렀다.

 

10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자 그는 뒷모습을 보인 채로 그대로 내렸다.

 

12층에서 유미는 용준과 함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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