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홀리데이 콜렉션-4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미는 또 한 번의 치욕의 밤을 보냈다.
그와 호텔 안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보르도 와인을 곁들인 우아한 식사는 좋았다.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그의 신상은 현재는 싱글남.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끈적거림이 전혀 없는 단정한 타입이었다.
게다가 사업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남자가 일에 대해 열정을 보일 때, 그거야말로 수컷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게다가 그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로 예술에도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
유미의 전공인 예술경영에 대한 대화도 막힘없었다.
게다가 기업의 문화서비스 차원으로 미술관을 짓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유미의 조언이 많이 필요할 거라는 말도 했다.
예절 바른 매너로 브리핑을 하듯 명확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그 유미는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젯밤 자신이 좀 싸구려로 군 것 같아 후회가 된다.
무심한 듯한 눈길로 유미를 가끔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유미의 가슴이 살살 타기 시작했다.
이런 종류의 남자는 유미를 좀 긴장시킨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을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다.
그는 10층, 유미는 12층. 버튼을 각각 누르고 엘리베이터는 상승했다.
유미는 그가 10층의 몇 호 실인지 모른다.
묻지 않기로 했다.
10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그가 주춤거렸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지 않도록 버튼을 누른 채 말했다.
아주 진지했다.
“유미씨를 더 알고 싶어요.”
그럼 그렇지. 함께 내리자는 이야긴가? 그러나 그는 한 마디를 남기고 내렸다.
“굿 나잇.”
엘리베이터의 문은 매정하게 닫혔다.
객실로 돌아온 유미는 침대에 벌렁 누웠다.
KO패한 복서처럼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더 알고 싶다? 모든 남자들은 유미를 더 알고 싶어 했다.
그것도 육체라는 통로를 통해서 유미라는 존재의 방에 들어오고 싶어 했다.
어떡하든 자신의 열쇠로 자물통을 열고 싶어 했다.
이렇게 입질만 하면서 물지 않는 물고기는 처음이다.
혹시…호모인 걸까?
유난히 끈적거림 없는 매너…그러나 유미는 그의 눈빛 어딘가에서 강렬한 욕망의 빛을 보았다.
다만 그는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유미는 냉장고의 맥주를 꺼내 벌컥거리며 마셨다.
자존심도 상하고 더워서 옷을 활활 벗는데 호텔방의전화가 울렸다.
“지금, 뭐 하세요?”
윤 이사였다.
“맥주 마시고 있어요.”
“당신을 더 알고 싶다는 말, 진심이에요.”
“진심…? 그럼 이리 와서 한잔할래요?”
“……됐어요. 당신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갈 거예요. 그러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 여자는 못 돼요.”
그가 짧게 웃었다.
“지금 뭐 입고 있어요?”
“속옷을 벗다 말고 전화를 받고 있어요. 그럼, 전 마저 벗고 잘 테니 주무세요.”
브래지어를 한쪽 팔에 꿴 채 전화를 받고 있던 유미가 이죽거렸다.
그가 또 웃었다.
“오늘은 준비가 안 돼서….”
뭐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거야? 콘돔? 비아그라? 소심한 남자 같으니.
“해피 뉴 이어!”
그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아,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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