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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홀리데이 콜렉션-7

오늘의 쉼터 2015. 2. 8. 14:24

(58) 홀리데이 콜렉션-7

 

 

 

 

 

 

 

 


유미와 새해 첫날밤을 보낸 용준은 며칠을 공중 부양한 것처럼 보냈다.

 

몸이 가볍고 마음은 한없이 부푸는 구름이 되었다.

 

아마 마약을 하면 이렇게 되지 싶었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란 노래가 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뽕 맞은 것처럼’이란 제목으로

 

새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무엇보다 세상이 만만해 보였다.

 

갓 서른을 넘긴 주눅 든 인생이 그 덕에 잠깐 장밋빛으로 보였다.

 

그만큼 유미라는 여자는 기대 가치가 높은 여자였는데,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남자라면 입맛 다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여자를 정복했다는 뿌듯한 만족감 때문이었다.

 

그녀는 달고, 향기롭고, 부드럽고, 물도 많고, 털도 많은 꼭 복숭아 같은 여자였다.

 

그것도 천도복숭아. 그녀와 결합하는 순간, 용준은 잠깐 하늘의 섭리를 섬광처럼 깨달은 듯했다.

 

그러나 하늘이 내린 복숭아는 함부로 따먹을 수 없는 법.

 

밭에 지천으로 깔린 복숭아와는 다를 터. 그건 바로 선악과다.

 

대선배 아담도 평생에 딱 한 번 맛본 선악과 아닌가.

 

그러나 단 한 번 맛본 선악과의 후유증은 서서히 나타났다.

 

유미와 일을 치르기 전에 한 약속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섹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며, 되어야 한다고 했다.

 

‘홀리데이 컬렉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연말연시 이벤트용이라는 비유도 썼다.

 

거칠게 말하면 일회용이라는 말이다.

 

용준의 눈앞에 뽀송뽀송하니 희고 눈부신 알몸의 유미가 손가락을 내밀며 약속을 종용했다.

 

우선 눈앞의 먹이를 놓칠세라 용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입맛이란 놀라웠다.

 

단 한 번 만찬 식탁에서 최고의 음식을 맛본 촌놈이 보리밥이 시들해지는 이치라고 할까?

 

여행에서 돌아온 지완이 뜨겁게 용준을 안았을 때도

 

용준은 지완의 몸 위에 유미의 몸을 덧씌어 놓았다.

 

아아, 분명 지완도 우아하고 아름답고 따스한 멋진 여자였는데….

 

“용준씨,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나 여행 중에도 자기 생각만 잔뜩 했어.”

 

“뭘 그랬겠어? 남편이랑 일주일 가까이 딱 붙어 있었으면서….”

 

용준의 말에 지완의 표정이 머쓱해진다.

 

“아… 그래서 자기 표정이 별로 안 좋았구나.”

 

“몇 번이나 했어?”

 

용준의 의중과는 달리 공연히 시비조의 말이 튀어나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한 놈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그게 그렇게 중요해? 내 마음과 몸을 지배하는 건 한국에 있는 용준 씨였는데….”

 

지완이 금방 풀이 죽었다.

 

“그래도 했을 거 아냐! 그래, 남편 있어서 좋겠다. 결국 양다리 걸치는 거 아냐, 응?”

 

지완은 할 말이 없었다.

 

용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용준에겐 잔인한 게임이다.

 

“미안해. 어쩔 수 없잖아. 내 상황을 이해해 줘.”

 

아아, 이 남자는 사랑에 빠져 질투에 눈이 먼 것이다.

 

지완은 용준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자신을 독점하기 위해 질투심에 불꽃이 튀는 남자. 여자의 자부심은 이럴 때 충족된다.

 

지완은 그러는 용준이 싫지 않았다.

 

내심 이제야말로 이 남자를 손아귀에 쥐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지완이 용준의 목을 다시 끌어안았다.

 

“내가 더 잘할게, 응?”

 

지완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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