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51) 칼과 칼집-16

오늘의 쉼터 2015. 2. 5. 17:25

(51) 칼과 칼집-16

 

 

 

 

 

 

 그러고 보니 묘하다.

 

몇 년 전에 유미를 남편에게 소개해 준 것은 지완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지완에게 용준을 소개한 것은 유미다.

 

와인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비즈니스를 알려면 골프와 와인을 알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유미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유미도 그렇게 말했다.

 

유미와 인규의 인연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 모르는 비밀은 먼지처럼 많은 법.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인규의 거동에 관심을 좀 기울여 봐야겠다.


유미는 화통한 거 같아도 비밀이 많았다.

 

아니,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연기하는 배우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유미는 무서운 여자다.

 

대학 시절, 그 가난했던 자취방에서 창백하고 파리했던

 

한 처녀가 지금은 몇 단계로 변신한 걸까.

 

지금도 대단하게 가진 것은 없어도,

 

자체 발광하는 유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가진 걸로 치면 부족한 게 없는 지완도 왠지 주눅이 드는 그 느낌은 무엇일까.

 

“오유미씨는 참 분위기가 묘하지? 성녀와 악녀가 함께 있는 분위기야.”

 

“남자들은 그런 거에 끌리나? 말해 봐. 걔랑 무슨 일 있었어?”

 

“어휴, 왜 이래? 사제지간이지. 섹시해 보여도 절대 틈을 안 보이는 여자야.”

 

“치이, 그거 다 수법이지. 예전에 걔, 걸레라고 소문도 많이 났는데, 뭐….”

 

“친구를 그렇게 말해야겠어?”

 

“난 유미한테 질투 안 해.

 

걔, 젖은 바가지에 참깨 달라붙듯 남자 많이 붙을 거야.

 

얼마나 골치 아프겠어?”

 

젖은 바가지에 참깨 달라붙듯…?

 

그러나 용준은 유미를 헤프고 자유분방한 여자로만 보진 않는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용준의 느낌은 달랐다.

 

유미는 용준의 첫사랑을 닮았다.

 

묘하게 슬프면서도 달콤한 느낌.

 

그러면서도 왠지 불안하고 두려웠다.

 

영원히 갖지 못하고 잃어버릴 운명의 사랑….

 

그러나 그녀와 쉽게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한 예감….

 

그런데 용준은 요즘 유미의 신변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언젠가 우연히 대학 강의실 유리창에서 유미를 보았다.

 

그녀는 캠퍼스 주차광장에 차를 세우고 강의실로 올라오려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차를 따라 검은색 세단이 미끄러져 왔다.

 

그리고 검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한 사내가 내려 유미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냥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강의를 끝낸 유미의 차가 빠져나가자 주차장에 세웠던

 

그 차가 곧 그녀의 차를 뒤따라 나갔다.

 

마치 유미가 미행을 당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자긴 어쩔 거야?”

 

“뭘?”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계약 말야.”

 

미림에게서 간혹 연락이 왔다.

 

모든 걸 용서할 테니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도 안 들어가면 동거계약은 자동 취소된다고 했다.

 

“지완씨는 내가 어쩌면 좋겠어?”

 

“으음…. 나야 용준씨가 이렇게 자유의 몸이면 좋지. 하지만….”

 

만약 용준이 자유의 몸이 되면 좋긴 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용준은 총각인 데다 자신은 유부녀.

 

골치 아픈 삼각관계가 된다. 지완만을 바라볼 용준의 고통과 질투가

 

지완으로서도 편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지완의 결혼생활을 흔든다면? 어떤 식의 대가를 치러야 할까?

 

아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지완은 다시 용준의 품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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