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8) 칼과 칼집-13

오늘의 쉼터 2015. 2. 5. 17:17

(48) 칼과 칼집-13

 


 

 

 

“왜요?”

 

“유미한테 문자 답 왔어요?”

 

“아 맞다. 답이 안 왔네. 전화해 볼게요.”

 

용준이 전화를 하려 하자 지완이 급히 말렸다.

 

“제가 해 볼게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남편 인규가 유미의 아파트에 찾아왔다.

 

두 사람이 안면이 없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왜? 여기에?

 

일단 지완은 유미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이번에는 숨을 깊이 쉬고 인규의 휴대폰에 전화를 건다.

 

역시 받지 않는다.

 

두 사람이 이 아파트 안에 함께 있는 걸까?

 

다짜고짜 쳐들어간다?

 

그러나 지완의 곁에도 또한 술 취한 외간 남자가 달려있지 않은가.

 

정말 웃기는 짜장면 같은 상황이다.

 

“전화 안 받아요?”

 

“네….”

 

용준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집에 안 붙어 있고 어딜 가셨나….”

 

오늘은 작전상 후퇴할 수밖에 없다.

 

지완은 차를 돌려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지완의 가슴이 벌렁댔다.

 

술을 마시든 무얼 하든 이 불안에서 놓여나고 싶다.

 

“괜찮아요? 얼굴이….”

 

용준이 지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용준씨,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나요?”

 

용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럴 때 날 사랑하냐고 물으면 촌스러운 거죠?”

 

“예. 촌스러워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용준이 운전하는 지완의 허벅지를 쓸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었을까.

 

지완은 속도를 내서 달렸다.

 

저만치 호텔 간판이 보였다.

 

룸에 들어서자 지완은 달려드는 용준을 밀어냈다.

 

냉장고를 뒤져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속의 열이 좀 식었다.

 

용준이 그러는 지완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내심 처음이니 부끄럽고 두려워서 저런다 싶었다.

 

급히 마신 맥주 때문에 지완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예뻐요. 빨간 모란꽃 같아요.”

 

마침 기다렸다는 듯 용준이 지완을 침대로 무너뜨렸다.

 

용준의 입에서도 알코올 냄새가 났다.

 

용준의 입술과 손길이 지완의 입술과 목덜미에 닿았다.

 

용준의 손길이 급하고 거칠게 지완의 옷을 벗겨 냈다.

 

지완은 낯설고 부끄러워 다리를 오므리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침대시트를 걷어 몸을 감쌌다.

 

그 틈에 용준이 옷을 벗었다.

 

용준의 벗은 몸을 보자 지완은 시트를 머리끝까지 올리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하하, 애벌레 같아요.”

 

용준이 웃으며 지완을 껴안았다.

 

“이럴 때 보면 나이만 나보다 좀 많았지 완전 소녀 같아, 당신.”

 

용준은 이불 틈새로 손을 넣어 지완의 몸을 공략했다.

 

그녀의 긴장한 딱딱한 등에 자신의 몸을 갖다 붙이고 두 손으로 몰캉한 젖가슴을 만졌다.

 

지완은 낯선 남자의 손길이 구석구석 스칠 때마다 뜨거운 인두가 지나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자리는 맥없이 허물어졌다.

 

용준의 뜨거운 애무는 지완의 장벽을 서서히 허물어갔다.

 

새로운 체취. 새로운 근육, 새로운 리듬이 지완의 몸에 실렸다.

 

그동안의 익숙했던 몸의 기억이 모조리 전복되는 순간이었다.

 

아아, 이렇게 내 몸에 새로운 기념비가 세워지는구나.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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