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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칼과 칼집-14

오늘의 쉼터 2015. 2. 5. 17:19

(49) 칼과 칼집-14

 

 

 

 

 

 

 

“받지 말아요!”

 

용준이 거칠게 숨을 쉬며 저지했다.

 

용준의 몸이 아프도록 강력하게 밀고 들어왔다.

 


전화벨 소리가 신경쓰여 지완은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인규의 전화 아닐까?

 

그러자 마치 남편이 보고 있기라도 한 듯 흥분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심사가 복잡해졌다.

 

용준은 그러거나말거나 고삐 풀린 말처럼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지완은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마침내 용준이 지완의 몸 위로 엎어졌다.

 

숨 고르기를 하던 용준의 숨결이 고요해졌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완은 불도 끄지 않은 채 일을 치른 방의 휘황한 조명등을 바라보았다.

 

용준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왔다.

 

그는 지완의 가슴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붙어 있고 콧등 양옆에 안경 자국이 나 있는 이 남자,

 

아직 해사한 청년의 피부 결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 남자.

 

그가 아기처럼 잠들어 있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인규였다.

 

지완은 용준에게서 빠져나왔다.

 

화장실로 들어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평상시 인규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당신 어디야?”

 

“그러는 당신은?”

 

지완도 심상한 톤으로 물었다.

 

“나? 집이지. 좀 전에 전화했더니 안 받더라.

 

아까 당신 친구 오유미씨 집에 갔었거든.”

 

“그래? 걔네 집엔 왜?”

 

“그 집에 오늘 VIP 모임이 있었나 봐.

 

오유미씨가 급히 고급 와인을 구해 달라고 해서 말야.

 

그 중의 한 VVIP가 오퍼스 원이라는 미국 와인을 찾는다기에 그거 갖고 잠깐 갔다 왔지.

 

하여간 속물들. 그때 전화했었나 봐.

 

그나저나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데?”

 

갑자기 마이크를 넘겨받은 출연자처럼 당황스러웠다.

 

지완은 갑자기 떠오른 핑계를 댔다.

 

“응? 나? 난… 지금 오랜만에 동창모임.”

 

“요즘 밤 외출이 너무 잦은 거 아냐?

 

알았어. 재미있게 놀다 와.

 

참! 차 가져갔어? 아니면 내가 데리러 갈게.”

 

“아, 아냐. 차 갖고 왔어. 많이 안 마실 거야.”

 

통화를 끝내자 지완은 왠지 비긴 것 같은 기분이다.

 

쌤쌤이다.

 

핑계라고 생각하면 그렇지만, 인규의 말을 들으니 또 그럴듯하기도 하다.

 

그럴듯하게 핑계를 댄 자신도 떳떳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침대로 돌아오니 용준은 아직도 잠이 들어 있다.

 

낯선 그의 나신을 보니 어쨌든 지금으로선 인규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그 시각, 지완과 방금 통화를 끝낸 인규는 유미에게 문자를 쳤다.

 

‘마마, 시키는 대로 하였사옵니다.

 

급히 침소에서 물러난 소인,

 

근간에 후일을 기약하며 못다한 운우지정을 학수고대하나이다.

 

충성!’

 

문자를 받은 유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인규에게 답을 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 아멘.^^’

 

그러고는 아까 받았던 용준의 문자를 다시 열어 보았다.

 

그때는 인규와 둘이 침대에 들어가 예열을 하는 중이었다.

 

‘오 선생님, 저 지금 유지완씨랑 함께 선생님 댁으로 가고 있어요.

 

이번엔 내쫓지 마세요.’

 

유미는 답 문자를 보냈다.

 

‘손님 초대 저녁모임 중. 죄송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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