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칼과 칼집-10
용준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완도 마음의 동요를 느끼는지 커브를 도는 게 아까보다 불안정했다.
지완이 한적한 길에 차를 세웠다.
지완은 앞만 바라보며 딱딱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용준이 지완의 오른손을 잡았다.
지완은 뿌리치지 않았다. 용기를 얻은 용준은 몸을 기울여 지완의 몸을 끌어당겼다.
“이러지 말아요, 용준씨.”
용준은 거칠게 지완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했다.
지완의 목이 뻣뻣하게 저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지완의 고개가 뒤로 늘어졌다.
눈을 감고 자신도 모르게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흘렸다.
용준은 지완의 부드러워진 입 속으로 혀를 집어넣으며 유미를 떠올렸다.
꿩 대신 닭인가?
하지만 닭도 나쁘지 않아.
아까 유미의 집을 찾아갔을 때 목욕가운만 걸치고 나온 그녀의 살짝 벌어진 가슴이 떠올랐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을 부연 안경 너머로 집요하게 보려고 하자
유미는 암팡지게 가슴 앞섶을 가렸다.
용준은 한 손으로 지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더욱 집요하게 용준의 손이 지완의 옷 속으로 들어갔다.
몰캉하고 따스했다.
지완이 놀라 버둥거렸다.
그 통에 그녀가 클랙슨을 눌러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경적소리를 듣자마자 지완이 정신을 차리고 몸을 바로 했다.
마치 축구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 같은 그 소리가 용준은 얄미웠다.
“저, 지완씨 정말 좋아해요.
지완씨는 보드랍고 포근하고 기분이 좋아요.”
용준이 아쉬운 듯 말했다.
“우리, 이제 가요. 밤이 너무 늦었어요.”
“그럼, 낮에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겠죠?”
“저도 보고 싶을 경우라야죠.”
지완이 새침하게 말했다.
“그럼, 만지고 싶으면 만질 수도 있겠죠?”
“단지 용준씨는 제 몸을 만지고 싶어서 만나는 건가요?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감정의 확신이 아직….
용준씨에게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만, 절 함부로 여기는 건 싫어요.”
지완이 고지식한 소녀처럼 용준을 보며 말했다.
“함부로 여기다니요.
그런 적 없어요.
제가 지완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러지 않아요.
몸은 정직한 거거든요.”
용준의 바지춤이 불룩했다.
지완은 모른 척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지완은 용준의 집 앞에 차를 세워 용준을 내려놓았다.
용준이 현관 앞에서 번호 키를 누르는데 마침 미림이 문을 열어 주었다.
미림이 용준을 보며 살짝 미소로 맞아 주려 하다 얼굴이 굳어 버렸다.
용준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림의 앞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갔다.
요즘 두 사람은 각방을 쓰고 있다.
오늘 밤엔 용준과 화해하리라 벼르고 있던 미림은 목욕을 마치고
식탁에 술상을 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어깨가 드러나는 잠옷을 입었다.
용준은 언제부턴가 미림에게 트집을 잡았다.
그 중에 제일 큰 게 잠자리 문제였다.
쫑의 정체를 알고 난 후부터였다.
미림은 그러는 용준을 이해했다.
마음속에서 이제는 남편의 모습을 박박 지워 내리라 내심 결심에 결심을 했다.
그런데 미림은 용준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
용준의 얼굴, 특히 입술 주위가 여자의 붉은 루즈로 번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부주의하다니. 아니 일부러 내게 시위하는 건가?
그렇다면 모른 척해야 하는 걸까?
그러나 미림은 자신도 모르게 용준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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