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0) 칼과 칼집-5

오늘의 쉼터 2015. 2. 1. 17:02

(40) 칼과 칼집-5

 


 

 

 

 

“아아, 성 매니저! 이거 오랜만인데. 웬일로?”

 

“내일 밤에 저희 회사 10주년 기념 매칭 파티가 있는 날이잖아요.

 

3층 행사장에 설치진행 좀 체크하려구요.”

 

“아, 그렇지. 깜빡 잊고 있었네요.”

 

인규의 레스토랑이 있는 4층 건물은 그의 소유다.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와인 바, 3층은 인규의 사무실과 직원 사무실,

 

파티 행사로 빌릴 수 있는 연회장이 있다.

 

4층은 사무실로 임대를 주고 있다.

 

“커피 한 잔 하고 가요.”

 

“잠깐 올라갔다 지시만 해놓고 내려올게요.”

 

함께 온 업자를 가리키며 미림이 말했다.

 

강이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 같은 눈빛이 되었다.

 

“저 여자 나 좀 소개해줘.”

 

“왜요? 성 매니저에게 관심 있어요?”

 

“성 매니저? 뭐야 성을 관리해주는 매니저냐?”

 

“흐흐,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예요. 근데 저 여자 유부녀예요.”

 

“저 여자에게 관심 있는 게 아냐. 파티를 한다며?”

 

“10주년이면 댄스파티를 하면 좋잖아. 댄스라면 내가 댄스의 황제 아니냐.

 

그리고 결혼 정보 회사라면 나 같은 사람 필요 없나?”

 

“왜요? 또 결혼하시려고? 나이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참으셔야지. 착한 형수님은 어쩌시려고.”

 

“재혼남 디스플레이용으로는 괜찮지 않냐?”

 

“디스플레이요?”

 

“그래. 상스럽지만 쉽게 표현하면 미끼라고나 할까.

 

내가 사진 빨 좋겠다. 인물 빨 좋겠다.

 

신랑 후보로 선보는 데 몇 번 나가주면 물이 달라지지.”

 

그때 미림이 나타났다.

 

인규는 강 선배에게 미림을 소개했다.

 

미림에게 강 선배를 소개하려고 머뭇거리는데 강이 우아하게 명함을 꺼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잠깐 황 사장에게 이야길 들었는데 좋은 사업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 같군요.”

 

강이 신뢰감이 묻어나는 바리톤으로 말하자 성 매니저의 눈빛도 진지해졌다.

 

그때 중요한 업무 전화가 왔다.

 

사무실로 가서 통화를 끝내고 와인스쿨의 강의 준비까지 하고 1층으로 내려오니

 

두 사람은 여전히 식탁에 앉아있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마법의 시간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른 거 같았다.

 

공기가 달콤하고 끈적끈적해졌다.

 

역시 강선배의 내공이다.

 

“와인과 연애의 공통점 아십니까?”

 

“으음, 글쎄요…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연애가 무조건 기다린다고 다 좋은 건 아니죠.

 

오히려 처음이 가장 짜릿짜릿하니까요.

 

와인도 첫모금이 그렇죠. 그리고 또 새것은 새것대로,

 

묵은 건 묵은 것대로 맛이 있다는 거죠. 에, 또 그리고….”

 

성미림은 어머, 정말! 맞아요,

 

어쩌구 하면서 추임새를 넣고 있다.

 

둘이 잘 논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소믈리에 조수 몇 달에 인규가 써먹던 수법을 잘도 쓰고 있다.

 

그날 와인스쿨이 끝나자 강이 싱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내일 밤 댄스파티를 내가 주도하기로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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