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팔색조-11
박 피디는 그 말을 듣는 순간,
P자가 새겨진 유미의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유미가 바르르 떨며 고양이 같은 비명을 터뜨렸다.
그가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단미, 넌 정말 날 미치게 해.”
급해진 그는 에이프런의 끈을 푸는 것마저도 생각나지 않는지 거의 쥐어뜯다시피 벗겨냈다.
“아직 미치면 안 돼요. 천천히, 천천히 음미하면서 해요, 우리.”
유미는 아이를 달래듯이 속삭이며 그의 옷을 벗겨냈다.
알몸이 된 그를 유미가 이끌고 욕조로 향했다.
그의 성기는 권총의 총신처럼 위협적으로 보였다.
유미는 짐짓 그걸 무시했다.
“눈을 감아요, 씻겨줄 게요.”
장미향 가득한 욕조에 함께 들어간 유미가 그의 벗은 몸을 부드럽게 문지르자
그가 참지 못하고 유미를 껴안았다.
물이 첨벙거릴 때마다 장미향이 더 진해졌다.
“서두르지 말아요. 이 밤이 지나면 석 달 후에나 만나야 되잖아요.”
“그 약속 다시 하면 안 될까?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내가 뭘 걸면 될까?”
“약속은 약속이에요.
전 이대로가 좋은 걸요.
전 매번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이 상황이 좋아요.
일상이 되는 건 싫어.”
그러자 박 피디는 끙, 하고 눈을 감았다.
유미는 보디클렌저의 거품을 내서 그의 온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는 지그시 흥분을 누르고 있는가 보다.
아마도 어금니를 물고 있는 것 같았다.
유미가 그의 성기를 닦아주자 그는 흥분해서 유미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비누거품으로 미끈거리는 그의 몸이 닿자 간지러웠다.
온몸의 세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듯 깨어났다.
알몸이 된 두 사람이 침대로 들어갔다.
그의 몸에서도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났다.
이제는 유미가 눈을 감았다.
그는 오래 굶은 사람처럼 유미의 백도 같은 젖가슴을 탐식했다.
유미도 모든 잡념을 떨쳐내고 순수한 몰아의 경지로 자신을 몰아갔다.
언제부턴가 눈을 감으면 모든 섹스는 다 비슷해졌다.
마치 하나 둘 셋, 하고 둘이 껴안고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처럼.
땅에서 발을 떼어내는 순간,
이미 내 몸은 내가 아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중력의 힘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느끼는 찰나의 환희.
그랬다. 유미는 언제부턴가 그걸 터득했다.
어떤 남자든 눈을 감고 마음만 먹으면 번지점프 같은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었다.
그것은 자아를 버리는 것이면서도 자아에 몰두하는 어떤 지점이었다.
오르가슴의 순간엔 타자는 없다.
다만 찰나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공간으로의 순간적인 여행이 있을 뿐이다.
박 피디의 섹스는 FM대로 성실한 편이다.
마치 나름대로 쾌적한 열차여행을 하는 거 같다.
그는 이제 제 페이스를 찾은 듯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면서 몇 가지 체위를 구사한다.
유미는 몇 번인가 간이역에 도착하듯 오르가슴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기적을 울리듯 유미의 교성이 높아졌다.
다만 누가 피디 아니랄까봐 그는 이렇게 묻곤 한다.
“굿? 오케이? 이대로 갈까?”
그게 거슬리긴 했지만 NG를 낼 정도는 아니었다.
유미는 끝없는 늪 속으로 빠져드는 청룡열차를 탄 것 같았다.
자신의 몸속에 쇠도 녹일 수 있는 뜨거운 용광로가 있는 거 같았다.
땀과 체액으로 뒤범벅이 된 아래가 흐물흐물 녹아나는 느낌이 그랬다.
유미는 다시 또 절정으로 치닫기 전에 잠깐 눈을 떠 보았다.
박 피디는 용변을 참는 아이처럼 온 얼굴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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