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9) 팔색조-8

오늘의 쉼터 2015. 2. 1. 12:34

(29) 팔색조-8

 

 

 

 

 


하지만 단미님,


저도 이제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제 평생에 딱 한 번만이라도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의 결실인 결혼도 하고 싶어요.


저의 진실한 속마음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과의 남자친구에게 저는 정말 잘해주었어요.


밥도 사고 술도 사고 노트도 빌려주고 대리출석도 해주고 심지어는


커닝 페이퍼까지 만들어주었어요.


그러나 어느 날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런데 그 말이 제게 평생 비수가 되었답니다.

 

“넌 그렇게도 뭘 모르냐. 난 네가 창피해.”

 

저는 솔직히 아름다운 여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왜 사랑을 모두 눈으로 하려고만 하지요?


저는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몸까지 비대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와 성형의 처방을 제게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마음속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어요.


새로운 사랑의 백신으로 면역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마침 요즘 제 마음의 빗장이 달그락거리며 조금씩 열리려 한다는 겁니다.


제가 사랑하고픈 남성을 발견했답니다.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답답해서 메일을 드립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보낸 순결의 꽃, 릴리.


바로 그녀는 설희의 담임 안지혜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블로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그녀는 단미의 열혈 팬이었다.


세상은 참 좁다. 설희의 담임이 유미의 블로그 이웃이라니.


어쨌거나 담임과 대면 이후에 설희의 문제는 좀 잠잠해졌다.


그녀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모르지만….

 

유미는 안지혜 같은 유형을 많이 보아왔다.


겉으로는 초연한 듯하지만, 의외로 마음이 약하고 상처를 많이 받는 족속이다.


늘 욕구가 억압되다 보니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력이 강한 미사일이 된다.


설희보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사랑이란 플루에 제대로 걸리면 안지혜 같은 스타일이 어떻게 변할지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서른여섯인 자신도 못해본 짓을 스무 살이나 어린 설희가 하다니


그녀로서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이는 설희보다 두 배는 더 많아도 어쩌면 그녀는 숫처녀일지도 모른다.


알고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한 곳이다.


유미는 어떻게 하면 멋진 답장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여자에게서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유미는 화장기 없는 자신 없는 얼굴과 그 열패감을 숨기려고 더욱 더 고지식하고


엄격하게 구는 설희의 담임 안지혜의 모습에 연민이 일었다.


유미는 릴리에게 답장 메일을 썼다.


“순결한 영혼의 릴리님. 릴리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감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먼저 사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지요.


그런데 마음의 빗장을 열고 싶은 분이 생겼다니 정말 축하합니다.


나는 아름답다고 하루에 수십 번씩 스스로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간절히 원하시기 바랍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시크릿’이란 책에 보면,


우주에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분명 존재한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사람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집중했다고 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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