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3) 팔색조-12

오늘의 쉼터 2015. 2. 1. 12:55

(33) 팔색조-12

 

 

 

 

 


“간다!”

 

항복하듯 통고하고 그는 엎어졌다.

 

그 순간, 몸 안에서 그의 물건이 터질 듯 팽창하는 걸 느꼈다.


유미의 터널 속에 질주하던 무쇠 기관차가 처박혀 장렬하게 폭발하는 거 같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단발마 같은 비명을 동시에 질러댔다.


유미는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 있었다.


충만감과 텅 빈 공허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잠시 눈을 감고 한동안 이어지는 여진을 조용히 음미하고 있었다.


그때 그가 또 물었다.

 

“좋았어?”

 

유미는 눈을 감은 채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남자들은 꼭 확인을 하고 싶어 할까?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애와 다름없다.


유미는 칭찬의 말 대신에 박 피디의 목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런데 그가 살짝 외면했다.

 

“나 좀 봐. 우리 너무 세게 했나 봐.”

 

박 피디가 혀를 내밀었다. 그의 혀끝이 빨갛게 부풀어 있었다.

 

“어머, 내가 물었나? 그런 거예요?”

 

“아니, 몇 번인가 고비를 넘기느라고 혀를 깨물며 버텼더니. 아아, 쓰라리네.”

 

유미는 그가 안쓰러워 그의 머리를 껴안고 다독거렸다.

 

“아이, 참. 바보처럼….”

 

“아니, 그래도 너무 좋았어. 혀까지 깨물고 죽을 만큼 행복했어. 유미씨, 정말 고마워.”

 

남자라는 짐승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어떻게 보면 인간만이, 아니 인간의 여자만이 섹스의 쾌락을 온전히 즐기는 게 아닐까?


쾌락의 절정에서도 방심하지 못하는 남자.


섹스하는 시간에 연연하고,


사이즈에 울고 웃으며 여자를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사실은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한 존재다.


여자들은 남자의 그런 피나는 노력에 감사해야 한다.


“아, 나 너무 행복해. 여자로 태어나서. 닭도 개도 아닌 인간, 그중에 여자로 태어나서.”

 

유미는 진심으로 말했다.

 

“난 사실 유미씨를 만나 섹스를 할 땐 정말 잘 되는 거 같아.


당신은 나를 가장 남자답게 만들어 주는 여자야.”

 

박 피디가 한없이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유미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니에요. 박 피디님은 정말 멋진 남자인 걸요. 능력 있죠.


분위기 있는 외모에, 성격 온화하죠. 게다가 섹스도 너무 잘 하고.”

 

유미는 마무리로 그를 칭찬해준다.


뭐 약간의 뻥은 애교다.

 

“아, 내가 유부남만 아니면 말야….”

 

됐네요. 유미는 속으로 픽 웃는다.

 

“그러게요. 그럼 저도 팔자 고쳤을 텐데요.”

 

유미는 속으로 농담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다.


어쨌거나 오늘 밤의 회동은 성공적이다.


유미는 벗은 몸으로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차게 보관했던 맥주 두 병을 갖고 침대로 돌아온다.


마침 갈증을 느꼈던 박 피디는 반갑게 맥주를 들이켰다.


어떤 목적으로 섹스를 하든 섹스는 인간과 인간의 결합이다.


사랑이 있든 없든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고귀한 행동이라 유미는 생각한다.


일단 섹스를 하게 되면 서로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만 섹스 좋다고 남용 말고 섹스 모르고 오용 말자는 게 유미의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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