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3) 팔색조-2

오늘의 쉼터 2015. 2. 1. 12:14

(23) 팔색조-2

 

 

 

 

 


보약이라……?


얘, 네 남편은 그런 거 안 먹어도 돼.


유미는 막 그렇게 충고해 주고 싶어진다.


황인규는 건강한 남자다.


정력도 좋다.


언젠가 인규가 유미에게 말했다.


결혼생활 10년 넘으니까 아내가 꼭 어머니처럼 느껴진다나.


좋은 여자지. 하지만 엄마랑 어떻게 섹스를 하냐!


10년을 넘게 살아도 부부는 서로를 모르는 걸까?


아니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남녀의 차이인 걸까?


유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노트북의 쓰던 원고로 눈을 돌린다.

 

지완을 어머니처럼 느끼는 인규는 어느 날, 유미를 만나고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물론 유미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유미가 ‘새 여자’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늘 새로운 여자를 꿈꾼다.


안 그래도 마침 그와 비슷한 부분에 대해 쓰고 있었다.


남성이 새로운 여성 상대를 만나는 경우에 성적으로 자극을 받는


성향을 가리키는 생물학적 용어가 있다.


바로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이다.


미국의 제30대 대통령이었던 캘빈 쿨리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지.

 

1920년대 어느 날,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캘빈 쿨리지와 영부인이


어느 시범농장을 방문해 따로따로 안내를 받아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다.


쿨리지 여사는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을 보고서


“저 녀석은 정력이 무척 좋은 모양이네요”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수행원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안내인에게 나중에 대통령이 오시면 이 이야기를 꼭 해드리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 도착하자 안내인은 이렇게 말했다.


“영부인께서 이곳에서는 수탉이 하루에도 여러 번 암탉과 관계를 맺는다는 걸


꼭 말씀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이렇게 되물었다.


“그 수탉이 항상 똑같은 암탉과 그런단 말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각하.”


“그래? 그러면 영부인께도 그 ‘사실’을 꼭 알려드리도록 하게나.”

 

유미가 노트북에서 원고를 이어서 쓴다.


점심시간의 커피 빈은 한적했다.


창밖으로는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실내의 커피냄새가 더욱 구수하게 스며드는 계절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느낄 겨를도 없이 여러 일들을 소화해야 하는 유미는


부지런히 키보드를 칠 수밖에 없었다.

 

“어떻습니까? 남성분들이 손사래를 치며, 이거 왜 이래?


난 아니야 그러시며 억울해하시는 거 같은데요.


그래요. 어찌 보면 남녀의 이런 욕구의 차이는 유전자가 시키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완벽한 이성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근원적 욕구가 있다는 거죠.


조류학자들이 새들의 행태에 대한 연구를 하며 고정관념과는 다른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암수 간 금실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온 원앙이나 거위, 백조 등이


실은 바람둥이였던 것입니다.

 

이 새들은 겉으로는 철저하게 ‘가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 사이에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의 배우자의 것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거죠.


염색체 지도 조사결과 약 40%가 불륜에 의해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암컷 역시 본능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받으려는 성질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 것이죠.


좀 슬프죠? 하지만 여러분, 이런 학설은 학설일 뿐!


사랑은 확인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확신, 아셨죠?


지금 바로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으세요!”

 

‘사랑은 달빛을 타고’라는 프로그램의 결론은 그렇게 맺어야 한다.


하지만 빗물을 타고 흐르는 쓸쓸함에 유미는 쓴 커피 한 모금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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