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2) 팔색조-1

오늘의 쉼터 2015. 2. 1. 12:12

(22) 팔색조-1

 

 

 

 

 


캠퍼스 내의 커피 빈에서 유미가 노트북으로 방송 원고를 쓰고 있을 때 지완에게서 전화가 왔다.


원고마감 시간 이 임박해 있어서 무시할까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니?”

 

“콩다방.”

 

“뭐 콩다방? 요새도 그런 다방이 있니?”

 

“대학 안의 커피 빈이야. 왜? 나 지금 무지 바쁜데.”

 

“그럼, 오늘 강의 있는 날이구나. 박용준도 니 과목 듣는다 그랬지……?”

 

박용준. 아, 그래. 잊고 있었는데 둘이 뭔가 썸씽이 일어나고 있나?


그래서 지완이 뭔가 입이 간지러운 거야.

 

“응 한 시간 후에 강의야.


그때 오겠지 뭐.


난 지금 막간을 이용해서 방송원고 쓰고 있어.


둘이 그새 무슨 일이 있었니?”

 

“일은 무슨……. 너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해야겠다. 오랜만에 수다나 떨려 했더니.”

 

“있었구나? 실제로 보니 걔 되게 귀엽게 생겼지?”

 

유미가 슬쩍 찔러 보니 아니나 다를까 지완이 그대로 걸려든다.

 

“어머! 박용준이 우리 만났다고 말하디?”

 

“그러면 넌 좋겠니?”

 

사실 박용준에게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유미는 지완에게 일부러 똑 부러지게 말했다.

 

“난 걔랑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어.”

 

“그래? 귀엽긴 하더라.”

 

처음엔 약간의 반색을, 나중엔 무관심한 척 시큰둥하게 지완이 말했다.


유미는 지완의 그 모습, 아니 속마음의 모양까지도 눈앞에 잡힐 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둘이 만난 게 분명하고, 지완의 잔잔한 가슴에는 이미 파문이 일었을 거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여자도 암컷이라는 이름의 짐승이다.


화려한 둥지에 살고 있지만, 지완은 아마도 오래 굶었을 것이다.


유미에게 스토커처럼 구는 애송이 같은 박용준과 굶주린 왕비를 연결시켜 주는 일이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유미로서는 왠지 모르게 홀가분하기도 했다.

 

“둘이 만나서 뭐했어?”

 

“응, 그냥. 사는 동네가 멀지 않더라구. 동네에서 만나 차 한 잔 마셨어.”

 

“걔, 너한테 꽂혔지?”

 

유미의 그 말을 기다려 왔을까? 지완이 극구 부인했다.

 

“어우! 아냐, 얘. 그 젊은 애가 한참이나 나이 많은 나 같은 여자한테 뭐 땜에?


그런데…… 립서비스 정신은 훌륭하더라.


나보고 너무 우아하고 교양 있고 지적으로 보인다나.


나야 뭐 그런 얘기 가끔 들으니까 별 감동도 없지만…….”

 

으이그, 저 왕비 암(癌)!

 

“근데, 걔 눈빛은 순수해 보이더라.


걔 껄떡쇠나 혹시 작업의 선수는 아니니?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다고 나야 집 안에만 있어서 너무 뭘 모르잖아.


그냥 립서비스겠지, 뭐.”

 

으이그, 저 내숭!

 

“걔 그런 애 아냐. 진심이었을 거야.


언감생심, 너 정도 여자면 걔, 아마 뽕 맞은 거 같았을 거야.”

 

“그럴까? 그래 바쁜데 나중에 통화하자.


나도 나가봐야 해. 우리 그이,


요즘 너무 일이 많아 힘들어해서 보약이나 한 제 맞추러 갈 참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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