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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남몰래 흐르는 눈물-6

오늘의 쉼터 2015. 2. 1. 00:27

(19) 남몰래 흐르는 눈물-6

 

 

 

 


그렇게 재작년 크리스마스를 기해 미림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예수는 크리스마스에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날 어떤 의미에서 미림은 용준을 구원했다.

 

그것이 경제적인 구원이라고 자존심 때문에 말하고 싶진 않지만.

 

용준은 굳이 싼 월세를 얻으려 발품을 팔 필요가 없었으며 대학원의 새 학기 등록금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다.

 

미림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밤마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탕진할 필요가 없었으며,

 

불 꺼진 방에 홀로 돌아가야 할 두려움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그러면 다 된 거 아닌가.

 

그렇게 서로 사람 인(人)자로 기대어 살고 있으니

 


남자와 여자를 지은 하느님 보시기에도 흡족하지 않겠는가.

 

미림은 경제적 책임을, 용준은 정서적·생활적·성적 책임을 지기로 했다.

 

언뜻 용준의 책임이 훨씬 많은 것 같지만,

 

돈이 안 드는 책임은 얼마든지 질 수 있다고 용준은 너그럽게 생각했다.

 

용준이 미림의 정서를 책임지기로 했으므로 메리는 자연히 퇴출시켰다.

 

미림은 1년만 계약 동거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부동산 계약처럼 서로 특별한 이의가 없을 때는 1년 자동 연장하기로 했다.

 

용준으로서는 손해 날 일이 전혀 없었다.

 

다만 미림의 나이를 알고 나서는 약간 켕기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녀는 용준보다 아홉 살이나 많았다.

 

용준은 솔직히 그녀와 결혼으로까지 이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이러다 아이라도 생기면 발목 잡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미림 또한 동거의 목적은 절대 결혼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아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은 아이를 갖는 데 문제가 있다고 안심하라고 했다.

 

동거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미림은 이해심이 많고 수더분한 성격이었고,

 

용준 또한 미림의 평가대로 착하고 성실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거는 자연히 1년의 계약기간을 넘어 연장에 들어갔다.

 

두 번째 계약만료 시점이 올해 다가올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사실 딱 한 군데 아주 잘 맞는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성적인 문제였다.

 

바로 ‘쫑’ 때문이었다.

 

미림이 첫날 용준과 섹스를 했을 때 절정에 올라 울부짖던 ‘쫑’이란 말의 정체.

 

매번 절정 때마다 미림은 ‘쫑’을 외쳐댔다.

 

미림에게 물어보아도 말해 주지 않았다.

 

용준의 머리에 떠오른 ‘쫑’이란 단어는 끝낼 ‘종(終)’을 ‘쫑’이라 한다는 것이다.

 

‘쫑내다’ ‘쫑파티’등등….

 

그러나 절정에 오른 미림이 빨래 끝내라고 ‘쫑’을 외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다 어릴 때 용준의 집에서 아버지가 기르던 셰퍼드의 이름이 쫑이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미림의 개 이름은 메리였다.

 

우리나라 수많은 개들의 이름이 한때 메리와 쫑이지 않은가.

 

메리 메리! 쫑 쫑! 하지만 메리는 분명 암컷이었다.

 

섹스에 있어서 미림은 무척 고지식하고 보수적이었다.

 

오로지 최고의 성감대인 귀와 뒷목덜미를 고집했다.

 

새로운 성감대를 찾아보려는 탐험정신과 또 새로운 체위를 실험해 보고자 하는

 

실험정신이 모두 부족했다.

 

한마디로 모험심 제로인 여자. 게다가 섹스 자체를 별로 즐기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두 사람의 성생활은 주야장천 입는 팬티의 고무줄처럼 늘어나 탄력을 잃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용준은 미림과의 동거 생활에 서서히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만 대학원의 마지막 학기가 끝나는 시점이 크리스마스 무렵이니 학기를 참아내듯

 

그때까지만 견뎌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식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유미와 ‘쫑’이라는 단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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