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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남몰래 흐르는 눈물-4

오늘의 쉼터 2015. 2. 1. 00:21

(17) 남몰래 흐르는 눈물-4

 

 

 

 

 

 

“남편은 죽었어요.

 

바로 1년 전 오늘이죠.

 

작년 크리스마스 날 새벽이었어요.

 

음주운전 차량이 덮친 거죠.

 

남편은 유난히 독실한 신자였어요.

 

교회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었는데 그날 집을 나서다가 그만….”


미림의 눈에서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아아, 그런 아픔이…. 그런데 민수가 그러는데, 유부녀라고 하던데….”

 

“일종의 대외비죠.

 

제가 하는 그 일에 이런 사정이 도움이 되는 이력도 아니고….

 

저희 부부 금실이 무척 좋았어요.

 

저도 결혼에 대해서라면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실적도 무척 좋았고요.

 

사실 우리나라 결혼정보업체의 역사는 10년 남짓이에요.

 

10년 가까이 이 일을 해 오다 보니 저의 그런 이미지가 베테랑이 되는 데 일조한 건 사실이에요.

 

그냥 결혼생활을 잘하는 유부녀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는 거죠.”

 

미림의 조곤조곤한 말에 용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 나자 서서히 죽었던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죽은 오늘이 다가오자 못 견디겠는 거예요.

 

그가 자던 침대에서 빠져나가며, ‘여보, 다녀올게.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제게 입 맞추며 했던 그 말이 지상에서 마지막 말이 되다니.

 

그가 누웠던 옆 자리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가 싸늘한 시체로 변하다니.

 

1년 동안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남들 앞에서는 행복한 결혼으로 사랑받는 여인을 연기하지만 집에 돌아와 울면서

 

자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남몰래 흐르는 제 눈물을 누가 알겠어요.

 

아까도 오늘밤을 어찌 넘길까,

 

두려워서 못 마시는 술을 혼자 마시고 있었던 거예요.

 

분명 극복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너무 힘들고 두려웠어요.

 

그런데 용준씨가 아까 전화를 걸어와서 ‘메리 크리스마스!’인사를 하는데

 

왜 그리 갑자기 눈물이 콱 솟구치던지요.

 

그냥 무조건 잡고 싶었어요.

 

참, 그리고 목소리가 제 남편이랑 정말 비슷해요.

 

특히 전화 목소리는. 눈에서 멀어지니 그 사람의 모습은 잘 안 떠올라요.

 

그런데 더 오래가는 것은 목소리더라고요.”

 

용준이 미림을 끌어안고 볼에 키스하며 미림의 귀에 속삭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림이 말을 잊고 용준을 바라보았다.

 

미림은 마치 남편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듯 용준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용준은 울고 있는 미림을 꼭 껴안아 주었다.

 

그러다가 미림의 얼굴을 들어서 그녀의 젖은 눈가를 혀로 핥아 주었다.

 

짭조름했다.

 

그녀의 눈은 작은 샘물처럼 한동안 짠물을 토해냈다.

 

그녀의 몸이 부드럽게 풀려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설움에 겨웠던 어린애가 울음을 추스르는 것처럼 그녀의 울먹임이 멈췄다.

 

그러고는 단잠을 꾸다 토해내는 잠꼬대처럼 는적는적, 끈끈한 신음을 흘렸다.

 

금세 두 혀가 얽히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따끈한 호빵처럼 말랑하고 부드러웠다.

 

용준은 미림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가 안아 본 어떤 여자보다도 부드러웠다.

 

무르고 부드러운 몸이 그녀의 속성인 것인지 나이 든 여자의 피부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그 순간만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래 공을 들여도 왠지 그녀의 몸은 젖어오지 않았다.

 

그녀 몸의 물기는 다 눈물이 되느라 말라 버린 탓일까.

 

그녀는 대기만성형의 여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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