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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남몰래 흐르는 눈물-3

오늘의 쉼터 2015. 2. 1. 00:16

(16) 남몰래 흐르는 눈물-3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씀! 이게 웬 떡이냐? 그런데 그녀는 유부녀.

 

“저어, 오늘 밤 집에 안 들어가셔도 돼요?”

 

용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가야죠.”

 

그럼 그렇지. 유부녀가 별수 있나.

 

괜히 외로운 총각을 갖고 놀고 그래! 슬쩍 부아가 나려는데 그녀가 말했다.

 

“혼자 들어가기 너무 싫은 거 있죠? 무서워요.”

 

“패는 남편이 있나요?”

 

그 말에 미림이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다 시무룩하게 말했다.

 

“남편, 없어요.”

 

“아, 네…….”

 

“오늘 밤, 집에 같이 들어가 주시면 안 돼요?”

 

“안 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를 만나도 유부녀를 상대한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살림집에 들어간다는 것이 총각인 용준으로서는 내키지 않아서였다.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꼴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또 그녀의 눈시울이 침울하게 붉어졌다.

 

“아, 그렇군요. 전 용준씨가 오늘 밤 제 곁을 좀 지켜 주었으면 했는데……

 

무리한 부탁이라면 용서하세요.”

 

“저도 옆에 있어 드리고 싶어요.

 

그게…… 꼭 집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집이어야 해요. 전 집 밖에서 잠을 못 자요.”

 

“그럼, 정말 아무도 없는 거죠?”

 

그녀는 취기에 젖은 몽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전 극복해야 해요!”

 

“그렇다면야……”

 

결국 그날 밤,

 

그녀와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어린애처럼 안심하고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지만,

 

막상 그녀의 집에 들어가자 용준은 불안했다.

 

들어서는 현관부터 남자 구두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거실의 옷걸이에는 남자용 외투가 걸려 있었다.

 

또한 욕실에는 빨간색과 푸른색의 칫솔 두 개. 면도기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게다가 거실의 장식장에는 결혼식 사진까지 턱, 하니 올려져 있었다.

 

미림이 안방 문을 열자 치와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메리! 잘 있었니?”

 

미림이 개를 껴안고 볼을 비볐다.

 

개는 깽깽거리다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부엌에서 맥주와 마른안주를 내왔다.

 

안 그래도 불안하면 목이 마른데 맥주가 반가웠다.

 

용준은 그녀가 따라 주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말했다.

 

“남편 분이 잘생기셨네요. 결혼한 지 얼마나 됐어요?”

 

“오늘 밤은 남편 얘기 좀 제발 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가 고개를 외면했다.

 

“아, 예. 참 출장 중이시라 그랬지…….”

 

머쓱해진 용준이 맥주를 따르자 미림이 잔을 내밀었다.

 

“저도 한잔 주세요. 그래요, 돌아오지 못할 출장을 떠났죠.”

 

맥주를 쭉 들이켠 미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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